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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수학여행에 나섰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가족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학부모가 영국 방송사인 BBC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이은 오보사태로 인해 국내언론에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해외언론의 인터뷰 등 취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 '세월호' 실종자 학부모 BBC와 인터뷰 '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수학여행에 나섰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가족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학부모가 영국 방송사인 BBC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이은 오보사태로 인해 국내언론에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해외언론의 인터뷰 등 취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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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내려놓고, 여기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나 도와요."

19일 세월호가 침몰한 곳과 가장 가까운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은 한 방송사 기자와 카메라맨에게 이같이 외쳤다. 그는 또한 자신이 나온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방송사 기자는 카메라에서 이 실종자 가족이 나온 영상을 삭제한 뒤, 자리를 옮겼다.

세월호 침몰 나흘째를 맞은 팽목항에서는 정부와 언론 신뢰 역시 침몰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보를 양산하고 있는 언론을 강하게 성토했다. 언론은 세월호 침몰 첫날인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경기도교육청 발표를 인용한 이 보도는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325명 중 구조된 이는 75명뿐이다.

또한 지난 18일 MBN은 "정부가 민간구조대의 활동을 막고 있다", "생존자가 있다"는 홍모씨의 거짓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가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실종자 가족, 국내 방송사 마다하고 외국 방송사 인터뷰

'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수학여행에 나섰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및 일반 승객의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이용욱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해경 브리핑에 모여든 실종자 가족들 '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수학여행에 나섰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및 일반 승객의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이용욱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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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께 이용욱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팽목항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민간구조대가 선체 내에 있는 실종자 3명을 육안으로 확인했지만, 창문을 깨지 못해 건져 올리지 못했다"며 "선체가 옆으로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구조 작업이 더디다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해경 브리핑이 끝나자, 방송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이를 거절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언론은 있는 그대로를 보도해 달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장비를 부수던지, 쫓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다른 가족은 "방송이 제대로 못하니, 진도체육관 모습을 생중계로 보여주는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의 항의에 결국 취재진은 빈손으로 돌아섰다.

실종자 가족들은 외국 언론 인터뷰에는 적극적으로 응했다. 곳곳에서 중국 CCTV, 영국 BBC 등과 인터뷰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단원고 2학년생 김빛나라 양의 아버지 김병권씨 역시 국내 방송사 인터뷰를 마다하고 BBC 카메라 앞에 섰다.

김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16일 오전 9시 59분께 딸이 전화해 '배가 넘어가 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거짓말로 생각하고 끊었다"며 "이후 연락을 받은 아내는 울고 있었다, 다시 딸에게 전화해 '빨리 나오라'는 말을 못하고 '차분하게 기다리라'고 했다"고 울먹였다. "바보 같은 아빠 때문에 딸이 배에서 저러고 있다, 말이 안 나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딸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딸이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잠수함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면서 "한 나라가 이렇게 계획성 없이 일처리를 할 수 있느냐, 정부와 해경 등이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장관·정치인들은 조용한 행보

'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단원고등학교 학부모 등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신안군 팽목항에 설치된 응급의료기관 천막을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가고 있다.
▲ 문형표 장관, 팽목항 응급의료천막 현장점검 '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단원고등학교 학부모 등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신안군 팽목항에 설치된 응급의료기관 천막을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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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19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이번 사태로 선거운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 선거운동 중단한 채 팽목항 찾은 김상곤 6.4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19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이번 사태로 선거운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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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는 장관과 정치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앞서 일부 정치인들이 적절하지 못한 말과 행동으로 실종자 가족들을 자극해 봉변을 당한 탓인지, 정치인들은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낮 12시 30분께 팽목항을 찾았다. 그는 팽목항에 차려진 한 응급의료기관 천막에서 관계자들과 만난 후 바로 자리를 떴다.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지 않았다. 문 장관은 사진을 찍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장관은 응급의료활동을 위해 이곳으로 온 관계자들과 공무원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도 팽목항을 찾았다. 그는 조용히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만 바라봤다. 역시 실종자 가족과 만나지 않았다. 지난 16일부터 진도에 있는 김상곤 전 교육감은 "일부 정치인들이 실종자 가족들을 자극해 논란을 빚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 "실종자 가족 중에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 않고 제가 먼저 나서서 인사를 하지 않고 있어, 조용하게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침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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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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