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의 휴식을 마친 비룡군단이 다시 힘찬 용틀임을 시작했다.

이만수 감독이 이끄는 SK와이번스는 지난 1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11-0으로 완승을 거두며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

특히 김광현과 양현종이라는 '에이스 맞대결'에서 얻어냈다는 점에서 SK에게는 더욱 가치 있는 승리였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절묘한 스퀴즈 번트를 성공 시킨 조동화였지만 호투하던 양현종의 기를 꺾어 버린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SK가 자랑하는 공포의 5할타자 이재원이다.

괴물 대신 선택 받은 대형포수, 좌투수 전문타자로 성장

이재원은 인천고 시절부터 고교 넘버원으로 꼽히던 포수였다. 포수가 약했던 구단들은 향후 10년간 안방을 책임질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재원이 2차지명으로 흘러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원은 2차 지명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연고 구단인 SK가 1차지명에서 계약금 2억 5천만 원을 주고 이재원을 데려 갔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아는 것처럼 당시 SK의 선택은 옳지 못했다.

이재원이 루키시즌 단 23경기 출전에 그친 데 반해 SK가 포기했던 인천 연고의 투수는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MVP와 신인왕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SK가 포기했던 투수는 바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이다.

하지만 류현진이라는 '넘사벽 비교대상'을 제외하고 평가한다면 이재원의 성장속도는 그리 느리지 않았다. 애초에 SK에는 박경완과 정상호 같은 정상급 포수들이 즐비했고 이재원에게 풀타임 지명타자를 보장해 줄 만큼 선수층이 얇지도 않았다.

이재원은 좌투수를 상대로 경기에 출장하는 플래툰 플레이어나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며 착실하게 경험을 쌓아 나갔다. 그 결과 이재원은 불규칙적인 출장에도 프로 8년 동안 통산 타율 .292라는 만만치 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불규칙적인 출장 기회에서도 타율 .532, 이만수 감독 '흐뭇'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이 은퇴를 선언한 후에도 이재원의 입지는 그리 커지지 못했다. SK의 안방에는 박경완의 후계자 정상호가 건재한 가운데 프로 17년 경력을 자랑하는 백전노장 조인성마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원은 올 시즌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좌투수 전문 플래툰 플레이어와 대타 요원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주전을 확보하지 못한 상실감이 클 법도 하지만 이재원은 오히려 자신이 주어진 위치에서 완벽한 활약을 펼치며 SK 상승세의 주역이 되고 있다.

SK가 치른 15경기 중 12경기(선발 6경기)에 출전한 이재원의 시즌 성적은 대단하다 못해 경이로운 수준이다. 시즌 타율 .532(32타수 17안타) 1홈런 9타점. 선발 출장한 6경기 중 무려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올 시즌 대타 타율은 무려 8할(5타수 4안타)에 이른다. 비록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해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진 못하지만 이재원이 불규칙적으로 주어진 기회에서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는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18일 경기에서도 이재원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안타를 치고 공격의 물꼬를 튼 이재원은 6회 3번째 타석에서 좌측담장을 직접 때리는 2타점 3루타를 작렬하며 호투하던 양현종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버렸다.

예년부터 좌투수에게 유난히 강했던 이재원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12타수 8안타(타율 .667)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시즌 1개의 홈런은 .429(16타수 7안타)로 부진(?)했던 '우투수(김희걸)'를 상대로 뽑아냈다.

정상호나 조인성 같은 선배들에 비해 포수로서의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재원이 언제쯤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군 엔트리에 시즌 타율 .532, 대타 타율 8할을 치고 있는 타자를 데리고 시즌을 운용할 수 있는 이만수 감독은 복 받은 사령탑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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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와이번스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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