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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객선 참사로 인해 4.20일까지 모든 선거 일정, 운동이 잠정 중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예비후보 OOO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으로 구조를 하는 상황에 조용히 애도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여 모든 선거운동을 잠시 중단합니다." - 예비후보 OOO

"강한 후보 OOO가 불공정한 경선 방시에 굴하지 않고 중앙당의 공정한 선거관리하에 재경선을 하도록 이끌어냈습니다." - 예비후보 OOO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사건 후 기자의 휴대폰에 쏟아진 문자메시지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방금 전에도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알기에 섣불리 애도를 표할 수 없습니다." - 예비후보 OOO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 후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문자메시지. 애도를 빙자한 후보들의 선거운동 문자에 화가났다.
▲ 6.4지방선거 후보들의 문자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 후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문자메시지. 애도를 빙자한 후보들의 선거운동 문자에 화가났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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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침통한 분위기입니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과 달리 수색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승선자 가운데 절반이 실종 상태이고, 사망자 수치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애도를 빙자한 선거운동... 화가난다

침통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저립니다. 부디 무사히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고 또 빕니다.

애통한 마음을 전하고자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온 나라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데, 이 와중에 한마디로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입니다. 이틀간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발 애도(?) 문자메시지를 여러 통 받았습니다. 표현은 달랐지만 구구절절한 글의 끝은 같았습니다. "예비후보 OOO"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을 졸이며, 오매불방 실종자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는데, 애도를 빙자한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다니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더욱이 애타는 심정으로 언론보도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 떨어진 선거 출마자들의 행보에 분노감마저 생깁니다.

문자를 받은 16일, 방송에서는 여야가 선거운동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오늘(18)까지 휴대폰에 도착한 문자를 살펴보니 죄다 정당 공천을 신청한 이들이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여야 후보자들의 행보에 헛웃음이 절로 납니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저마다 "내가 적임자"라며 유권자들에게 "뽑아 달라"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슬픔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이들이 어떻게 적임자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인을 꿈꾼다면 적어도 눈치껏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동네 정치인만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이 연이어 사고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으며, 또 한 번 분노했습니다.

수색작업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사고현장 방문이라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수색작업만 더디게 하고 사고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 사고수습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불편함 뿐만 아닙니다. 최소한 사고대책본부 업무를 맡은 이들이 정치인을 위한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수색작업에 동원될 인력이 사고현장 가이드로 변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치권이 사고현장 방문을 자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7일 배낭여행 중 만난 폴란드 친구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위로의 말을 내게 전했다.
▲ 폴란드서 전해 온 애도문자 17일 배낭여행 중 만난 폴란드 친구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위로의 말을 내게 전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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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고 또 실망한 날들이었습니다. 정작 위로가 된 것은 멀리 이국 땅에서 온 문자였습니다. 17일 오전, 폴란드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작년, 배낭여행 중 만난 친구였습니다. 폴란드 언론에 진도 여객선 침몰사건이 보도됐는지 그는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란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문자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상심에 빠져 있습니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정치인들에게 바랍니다.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다음 말을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후보님, 제발 부탁입니다. 가만히 좀 계세요."

덧붙이는 글 | 정대희 기자는 2014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태그:#진도 여객선 침몰사건, #문자메시지, #6.4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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