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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고를 톱 뉴스로 보도하는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 화면
 세월호 사건은 톱 뉴스로 보도하는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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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해 수시로 보도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사고가 난 16일엔 9200여억 원의 한미 방위비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17일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철도운임·요금 인상안에 사실상 동의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은 '이 비상시국에 철도요금 인상이 그렇게 급한 일일까?'였다. 잊을 만하면 몇 달이 멀다하고 대형사고가 터지는 나라에서... 국회에서 '대형사고 예방법' 같은 것을 통과시켜도 시원치 않을 판에, 철도요금 인상이라니...

지난 2월 17일에도 경주의 한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면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대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예상 가능한 모든 재난사고에 대해 안전수칙과 사전예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또 이런 참사가 터진 것이다.

특히 이번 세월호 사고는 수많은 학생들이 실종된 상태라 마음이 더욱 안 좋다. 영국에서 교사시험을 치르고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는 아내에게 영국에선 큰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교사시험을 치렀을 때 문제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며 내게 답을 맞춰보라고 했다.

"20명의 학생들이 야외활동을 하기로 한 날이다. 그런데 학교에 출근해보니 학생은 20명인데 야외용 안전조끼(Safety Vest: 눈에 확 띄는 형광조끼)가 10벌 뿐이다. 그렇다면 인솔자인 교사는 어떻게 하나?"

1. 야외활동을 취소한다.
2. 학생들 10명은 안전조끼를 입고, 10명은 조끼 없이 야외활동을 간다.
3. 복장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 20명이 전부 조끼를 입지 않고 야외활동을 간다.
4. 어떻게 해야 할지 선배교사나 학과장에게 문의 한다.

나는 평소 통일과 획일주의에 익숙했던 탓인지 3번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답은 1번이란다. 영국에선 안전장비가 부족하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아예 행사를 취소한다고 한다. 조금 고지식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보통 미성년자인 학생들과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노인, 장애인들의 안전문제에 관해선 너무하다고 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자원봉사 할 때도 범죄조회서 제출

예를 들면, 학교에서 근무하길 원하는 교사, 요리사, 청소부, 경비 또는 양로원이나 장애인시설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정부나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보건 및 안전교육 등이 포함된 과정을 수료하거나 자격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그 후 내무부 산하기관인 공개제외원(Disclosure and Barring Service: DBS)에서 범죄조회서를 받아서 학교나 양로원 등에 제출해야만 취업할 수 있다(2009년부터 범죄기록국 Criminal Records Bureau (CRB)에서 하던 업무를 2012년부터 DBS로 기관의 위상을 승격시켰다). 심지어 학교나 양로원, 종교시설에서 학생과 노인, 장애인들과 관계된 자원봉사를 원할 때도 DBS가 발행하는 범죄조회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그럼 영국 정부는 왜 이렇게 학교, 양로원, 장애인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아니 심지어 자원봉사자들까지 귀찮게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학생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조건도 '미성년자인 학생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안전을 얼마나 철저하게 고려하고 있느냐'다. 이런 목적으로 영국정부는 보건 및 안전교육과 범죄조회서 제도를 도입하여 이행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선, 수학여행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학교에 대한 지탄도 쏟아지고 있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교육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학생안전조치에 대한 사항을 권장수준이 아닌 필수준수사항으로 정했더라면, 이번 대참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치를 도입하여야 한다.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의 문제다.

연간 매출액 116%의 벌금을 부과받은 영국 기업

주검으로 돌아온 세월호 탑승자 세월호 침몰사고 3일째인 18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침몰 현장에서 인양 된 시신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 주검으로 돌아온 세월호 탑승자 세월호 침몰사고 3일째인 18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침몰 현장에서 인양 된 시신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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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정부는 지난 2007년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을 제정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의 요지는 심각한 부주의로 사람을 사상케 한 기업주를 형사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실에 의한 사망을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하여 사업주와 경영자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기업이 업무와 관련, 공공에 대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의 벌금체계는 대폭 강화되었다. 먼저 이 법을 위반한 기업은 통상 연간 매출액의 2.5~10% 범위에서 산업재해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법의 위반 정도가 심할 경우는 상한선 없는 '징벌적'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기업 고위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더 분명히 묻고 유죄가 확정되면 사업주 이름과 기업의 범죄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영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은 예외 없이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의 적용을 받는다.

영국에서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의 첫 유죄 판결은 2011년에 나왔다. 법 시행 초기인 2008년 시험광구에서 일하다가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3년 만에 기업의 안전조치 미이행 등을 인정해 유죄를 판결했다. 그리고 해당 기업에는 '회사 경영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연간 매출액의 116%에 달하는 38만 5천 파운드(약 6억 8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은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영국 정부가 기업의 의무위반에 대해 무제한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 자체를 의무이행의 주체이자 형벌의 주된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업주들이 공중에 대한 안전과 배려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정부는 이렇게 책임의식이 결여된 기업을 '범죄주체'로 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공공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세월호 운영사 청해진해운에 대해 영국 정부처럼 살인죄를 적용해 사업주와 경영자들을 구속하고 무제한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런 결정만이 이익만을 좇는 사업주들의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길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OECD 회원국 중 사고사율 1위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제2의 세월호 침몰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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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민권익위윈회 청렴포럼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