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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직원인 이우현씨가 15일 경기도 성남 KT 성남지사 앞에서 명예퇴직 강요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KT 직원인 이우현씨가 15일 경기도 성남 KT 성남지사 앞에서 명예퇴직 강요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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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직원 이우현씨 가족들이 강제 명예퇴직 반대 1인 시위에 사용할 피켓을 만들고 있다.
 KT 직원 이우현씨 가족들이 강제 명예퇴직 반대 1인 시위에 사용할 피켓을 만들고 있다.
ⓒ 이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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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18일 명예퇴직 접수 마감일을 오는 24일에서 21일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오는 27일 이동통신 영업 재개를 앞두고 미리 조직을 정비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 이미 지난 8일 명예퇴직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영업정지 일정은 충분히 감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근무자, 경기도로 대거 발령... 종이상자 비치하고 종일 면담

KT 성남지사에서 근무하는 이우현(54)씨는 17일 "명퇴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회사에서도 초조해진 것"이라면서 "보통 접수 마지막 날 명퇴 신청이 몰리는데 회사 내부에서도 접수 기간을 너무 길게 잡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밝혔다. 결국 명퇴를 망설이고 있는 직원들을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KT전국민주동지회 소속인 이씨는 최근 수도권강남지역본부 인사 발령자 명단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 송파, 서초 지역에서 일하던 고객관리(CM) 업무 담당자 10여 명을 수원, 용인, 평택, 화성 등 경기도 지역으로 발령하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대부분 명퇴 대상자인 15년차 이상 직원들로 갑작스런 인사 발령은 사실상 명퇴를 압박하는 수단"이라면서 "강남에서 일하던 한 직원도 3일 전 용인으로 발령받고 명퇴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씨는 "명퇴 대상자 명단에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정해서 내려오고, 인사고과가 낮거나 과거 징계를 받은 이들이 주로 1순위라고 들었다"면서 "나는 과거 노조 활동 때문에 명퇴 0순위일 것"이라고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KT 수도권강남지역본부에서 17일 인사를 통해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수원, 용인, 화성, 평택 등 경기도 지역으로 발령했다.
 KT 수도권강남지역본부에서 17일 인사를 통해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수원, 용인, 화성, 평택 등 경기도 지역으로 발령했다.
ⓒ 이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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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KT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 발령과 관련 "타 지역이면 모를까 본부 내 인사 이동은 일상적이어서 이번 명예퇴직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명퇴자 우선 순위' 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팀장들이 대상자 면담 과정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순 있겠지만 회사 차원에서 그런 지시를 내리거나 명단을 보내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우현씨는 요즘 회사 앞에서 '강제 명예퇴직'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회사는 '희망 명예퇴직'이라고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명퇴를 압박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씨 아내와 딸 등 가족도 직접 1인 시위 피켓 만드는 일에 동참했다.

그나마 이씨처럼 기존 업무가 유지되는 쪽은 사정은 나은 편이다. 이번 구조 조정에 따른 외주화로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매스(Mass)영업이나 개통·애프터서비스(AS) 쪽 담당자들은 더 좌불안석이다. 실제 서울 강서지사에선 명예퇴직 대상자들에게 미리 짐을 싸라며 사무실에 물품보관용 종이상자를 쌓아 놓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서울 강서지사 직원인 김아무개씨는 17일 "회사에서 직무전환 대상자들에게 차량이나 장비, 사다리 등을 모두 반납하라고 하고 아직 발령이 나지도 않았는데 짐을 싸라고 상자를 지급했다"면서 "명퇴 신청자들은 바로 짐을 싸서 나가고, 남은 사람은 팀장과 부장, 지사장이 돌아가며 하루 종일 면담하며 명퇴를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전직원 90여 명인 강서지사의 경우 이미 9명이 명퇴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에 이아무개 KT 강서지사장은 "명예퇴직 신청자 편의를 위해 사무실에 종이박스를 갖다 놓았을 뿐"이라며 "당장 오늘도 그만두는 직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KT 강서지사 사무실 안에 쌓아 놓은 사물 정리용 종이박스들. 지사에선 명예퇴직 신청자 용도라고 밝혔지만 한 지사 직원은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무전환 대상자에게도 짐을 싸두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KT 강서지사 사무실 안에 쌓아 놓은 사물 정리용 종이박스들. 지사에선 명예퇴직 신청자 용도라고 밝혔지만 한 지사 직원은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무전환 대상자에게도 짐을 싸두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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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람들은 한다면 한다?"... '무노조 삼성' 닮아가는 KT

이우현씨는 "일부 팀장들은 면담 과정에서 황창규 회장이 취임할 때 자신은 한다면 한다고 했다며, 명퇴가 이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처럼 암시하거나 비연고지 전출을 흘려 명퇴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결국 목소리 내지 못하는 힘없는 직원들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김인회 전무(재무실장), 최성식 전무(경영진단센터장) 등 삼성 출신 인사를 KT 임원으로 잇달아 영입한 것도 '명퇴 압박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자신의 아버지가 명퇴를 강요받고 있다는 한 직원 가족은 "나이 정해서 인원이 안 나오니까 나이 제한 풀고 회의실 가둬놓고 (명퇴) 종용 중"이라면서 "이번에 삼성 쪽에서 회장 오면서 삼성에 그런 일 하는 사람을 데려왔다나 봐"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한편에선 ITS와 M&S 같은 계열사에서 2년간 근무를 보장하는 '재취업형'뿐 아니라 기존 '퇴직형'도 계열사 재취업이 가능하다거나, 퇴직자들에게 1년간 통신요금을 매달 3만 원까지 할인해 준다며, 이른바 '명퇴 세일즈'도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창규 KT 회장은 17일 오후 분당 본사에 계열사 사장들을 불러 '1등 KT 전략회의'를 열고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싱글 KT'를 화두로 제시했다.
▲ '나홀로' KT? 황창규 KT 회장은 17일 오후 분당 본사에 계열사 사장들을 불러 '1등 KT 전략회의'를 열고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싱글 KT'를 화두로 제시했다.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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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T 본사에선 이 같은 '명퇴 압박'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KT 홍보팀 한 임원은 "KT노조면 모를까 새 노조에서 나오는 주장은 일일이 반박할 가치도 없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명퇴를 강제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황창규 회장은 17일 오후 경기도 분당 본사에 계열사 대표들을 불러 모아 '1등 전략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KT와 전 계열사가 한 몸처럼 '싱글(Single) KT'가 되어 한 방향으로 나가야만 글로벌 1등 KT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계열사 시너지'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계열사 대표들 가운데 최일성 KT에스테이트 대표와 서준희 BC카드 대표 역시 삼성 출신이다. 한때 황창규 회장 취임을 반겼던 KT 새노조에서 KT가 점점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닮아가는 게 아느냐고 우려하는 이유다.


태그:#황창규, #삼성, #명예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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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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