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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 주위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침몰한 '세월호'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 주위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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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는 21년이 지났지만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의 어이없었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유력한 침몰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외방경사에 의한 침몰과 정작 필요할 때 작동하지 않은 구명정, 정부의 무능한 대응은 세월이 바뀌어도 그대로였다.

서해훼리호는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의 파장금항을 떠나 격포항으로 항해하던 중 오전 10시 10분께 침몰했다. 이 참사로 362명 중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서해훼리호는 높은 파도와 돌풍을 뚫고 항해하던 중 무리라는 판단하에 회항을 하던 중이었다.

세월호도 짙은 안개 등 기상 상황 탓에 출발을 하지 못하다 출발 시간을 2시간 넘긴 뒤에야 출항했다.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는 급격한 항로 변경 역시 비슷하다. 현재까지 세월호는 대형선박이 급선회할 때 선체의 무게중심이 바깥쪽으로 쏠리면서 선박이 균형을 잃고 침몰하는 외방경사가 유력한 침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해훼리호도 사고 당시 급히 회항을 시도하다 균형을 잃고 파도에 휩쓸렸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에 발생했다. 1993년 10월 13일자 <경향신문> 기사는 서해훼리호의 구명정이 2개만 작동했다고 보도했다. 서해훼리호에 있던 구명장비는 이번 세월호 때처럼 배가 물에 잠길 경우 수압조절장치가 작동해 자동으로 물에 뜨는 형태의 장비였다.

세월호에서는 자동으로 작동해야 하는 46개의 구명벌(구명뗏목) 중 1~2개만이 작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의 정기검사를 이상없이 마친 상태였다. 서해훼리호도 침몰 불과 15일 전에 해운항만청의 선박안전 검사에서 구난장비가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았다.

당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에서는 구명정 부실수리 업자가 구속됐다. <한겨레>는 1993년 10월 23일자 기사를 통해 구명정 정비업체 정비과장 오아무개씨의 구속 소식을 전하며 그가 "구명정 5척의 자동이탈장치가 고장난 것을 발견하고서도 스프링을 새것으로 교환하지 않고 중고품으로 갈아끼우거나 늘여주는 등 정비를 부실하게 한 혐의"라고 전했다.

피해자 가족을 분통터지게 만드는 정부의 대응도 2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하다. 21년 전에도 해경은 초기 승선인원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첫 발표(140여명)와 실제 탑승객(362명)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세월호도 시시각각 승선인원과 구조인원이 널뛰기를 하며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정부는 부처간 혼선을 빚으며 생존자와 실종자의 통계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바꾸며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


태그:#세월호?침몰사건, #서해훼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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