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날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날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선장은 국제법상 행정, 입법, 사법 3권을 가진 배 안의 총 지휘자다. 전쟁에서 야전사령관이 도망가 버린 것이다."

16일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이 사고가 난 지 30여 분 만에 배를 빠져나온 것을 두고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은 "참담하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거듭 표현했다.

해양수산부 해사기술팀장,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 등 공직을 거친 김 전 원장은 "선장은 선박안전운항수칙을 정할 수 있고 선원·승객을 감금하거나 징계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배에서 승객이 아이를 낳으면 출생신고를 받을 수 있는 호적 사무도 한다"며 "이런 권한이 있는 만큼 그만한 책임도 따르는데 총지휘관인 선장이 없으니 나머지 선원들도 '나 살아야겠다'고 도망가버렸을 것"이라고 목소를 높였다.

김 전 원장은 사고 직후 있었던 "객실에서 차분히 있으라" 선내 방송을 두고도 "아주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그는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객선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승객을 대피시키는 게 원칙이다"며 "화재든 좌초든, 침몰 위기든 객실 안에 있으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 (선내 방송) 이야기만 들으면 흥분이 된다"며 "매달려 있든, 떠 있든 외부에 나와야 구조가 될 것 아닌가. 이번에 밖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구조됐다"고 강조했다.

"실종자 생존, 단정 어렵지만 상당히 위험"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김 전 원장은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을 묻자 "단정은 어렵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오늘(18일)이 (구조의) 분수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현재 선수가 약간 떠 있는데 방송을 보면 선수도 점점 잠기는 것으로 보아 공기가 소멸돼 가라앉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구조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류가 세기 때문에 실종자들이 살아있다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며 "배 외부 수색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이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한 해양안전심판원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선박 관련사고의 조사와 심판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해양수산부 소속의 준사법기관이다.

다음은 18일 오전 김 전 원장과 한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목포해경은 '무리한 변침'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갑작스레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 무게 중심이 쏠렸다는 건데.
"자동차도 갑자기 핸들을 꺾으면 몸이 쏠리듯, 배도 갑자기 편수를 돌리면 배 안의 집기들이 한쪽으로 밀리기도 한다. 이런 걸 대비해서 화물칸의 콘테이너 박스는 철저히 고박(고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적재 계획도를 만들고 항해 중에도 고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게 돼 있다. 수사를 통해 적재 계획도에 따라 적재가 됐는지, 고박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잘 됐는지 밝혀야 한다."

- 사고 직후 "객실에서 차분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아주 잘못된 것이다. 선장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 배가 기울었다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생각을 했는지, 자체적으로 수습을 하기 위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여객선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승객을 대피시키는 게 원칙이다.

객실 안에 있으면 매우 위험하다. 화재든, 좌초든, 침몰위기 등 객실 안에 있으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번에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조됐다. 매달려 있든, 떠 있든 외부에 있어야 구조가 될 것 아닌가. 객실 안에 있으라 한 건 죽으란 소리다. 개인적으로 이 (선내 방송) 이야기만 들으면 흥분이 된다."

- 사고 직후 구명벌(둥근 모양의 구조용 보트)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기본적으로 사고가 나면 선장은 승객들을 배 꼭대기 갑판인 유보갑판으로 이동시켜 본선의 구조 여부를 판단한다. 본선 구조가 어렵다면 퇴선(배를 떠남)을 선택하고 구명벌 등을 터뜨려 노약자, 병약자, 부녀자, 어린이 위주로 차근차근 구조에 나서야 한다.

이번의 경우 배가 좌측으로 넘어져 좌현의 구명벌은 이용을 못한 것 같다. 또 우현의 구명벌이라 하더라도 연안 여객선의 경우 구명벌을 줄로 서로 묶어 두는 경우도 있다. 평소 승객들이 구명벌을 만져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터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구명벌은 둥근 모양의 25인승 구명보트로 끈만 풀어주면 작동한다. 구명벌 안에는 비상식량고 식수가 마련돼 바다에 표류해도 최대 10일까지 버틸 수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 사흘째인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기도를 드리고 있다.
▲ 무사귀환을 기도합니다 '세월호 침몰사건' 사흘째인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기도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사고 지점,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 세... 잠수부 수색 어려울 것"

-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했다고 하는데. 배에서 선장이 갖는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가.
"선장은 국제법상 3권(행정·입법·사법)을 갖고 있다. 선박안전운항수칙을 정할 수 있고, 선원·승객을 감금하거나 징계할 수도 있다. 심지어 승객이 배에서 아이를 낳으면 출생신고를 받을 수 있는 호적 사무도 한다.

이런 권한이 있는 만큼 그만한 책임도 따른다. 사고가 발생하면 선장은 총지휘를 하면서 항해사·조타수에게 임무를 지시하고 각 선원 및 승객의 상황을 점검하는 총괄 지휘관이 된다. 선장이 가장 먼저 나왔다? 그건 말도 안 되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전쟁에서 야전 사령관이 도망가 버리면 어떻게 되나. 총지휘를 할 선장이 없으니 나머지 선원들도 지시 받을 사람이 없어 '나 살아야겠다'고 도망가버렸을 것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 해경을 포함한 정부 당국의 대응 매뉴얼은 어떻나.
"매뉴얼은 비교적 잘 마련돼 있다. 하지만 계속적인 훈련과 교육이 사실상 어렵고 현장에서의 실용성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해양경찰청장이 해군을 포함한 민관 지휘를 하게 돼 있는데 각자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해군이 선박운영을 해경에 넘기겠나. 민간은 또 누가 통제하겠나. 초반에 승선 인원, 구조 인원에 차질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 조류와 수중 시야 때문에 잠수부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데.
"사고 지점은 남서의 조류가 만나는 곳이다. 또 병풍도와 관매도로 쌓인 골이기 때문에 바람이 굉장히 세고 조류도 울돌목 다음으로 세다. 잠수부도 인간이고 잠수부가 지켜야 할 잠수안전수칙 등이 있기 때문에 수색 작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 선체 안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은.
"민감한 사항이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향후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내가 볼 때 오늘이 분수령이다. 현재 선수가 약간 떠 있는데 방송을 보면 선수도 점점 잠기는 것으로 보아 공기가 소멸돼 가라 앉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구조작업을 벌여야 한다. 또 조류가 세기 때문에 실종자들이 살아있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 배 외부 수색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태그:#진도, #세월호, #김삼열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