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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서울에 가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을 만났다. 아들은 서울의 이문동에 있는 대학의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다. 원룸을 하나 얻어 주었는데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여 다니고 있다.

아들은 내가 나이 40세에 낳아서 너무 귀하게 키웠다. 옛날 할머니들 말로 '금이야 옥이야'하며 키웠다. 집에서 고등학교 다니면서까지는 제손으로 집안 일 한번 안 했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한테 원룸에서 밥해 먹고 혼자 살으라고 했으니 ' 이 녀석이 밥은 잘 해 먹고 다니는 지', '게임은 안하고 잘 자는 지' 등  걱정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들에게 자주 전화를 한다. 사실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니 외롭기도 하고 어데 마음 놓고 전화할 데라고는 없다. 부담없는 사람이 아들 뿐이다.

"아빠가 외롭고 그래서 너 한테 전화 한다. 아빠한테 전화 좀 해라."
"아빠는 뭐가 외롭다고... 시도때도 없이 전화하고 그래."

아들은 아빠의 자주 하는 전화가 귀찮은 모양이다. 몇 개월 만에 보는 아들인지라 반가워서 아들의 뺨에 뽀뽀를 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항상 뽀뽀를 하고는 했었다. 아들이 한마디를 했다.

"아빠는 군대 갔다온 예비군 아저씨한테 뽀뽀를 다 하고 , 징그럽게."

방안에 들어서자 엉망일 줄 알았는데 제법 방안이 정돈이 잘 되어있다. 그리고 아빠가 왔다고 과일까지 사러 나간단다. 전기 밥솥에도 밥을 해서 가득채워 놓고 한밤중에 반찬을 꺼내어 배고프다고 먹는다. 전에는 먹으라고 갔다가 주어도 먹지 않던 애였다.

아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행복하다. 이제는 어른스럽게 자기 일을 잘 스스로 처리하는 아들이 대견하다.
▲ 아들의 원룸에서 아들과 함께 아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행복하다. 이제는 어른스럽게 자기 일을 잘 스스로 처리하는 아들이 대견하다.
ⓒ 조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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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다.

"너 고생하는 것 보니까. 그냥 지방대학에 다니면서 엄마아빠랑 같이 살 걸 그랬다."
"아빠는 뭐가 고생이다고 그래. 아빠가 용돈 다 보내주고, 납부금 대주고 하는 데. 요즈음 애들, 아빠.엄마 이혼하고 납부금이 없어 휴학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다고."

제 누나 결혼문제를 상의했다. 내가 누나의 결혼상대가 걱정이라고 했다.

"아빠, 뭘 걱정해... 자기들이 살면서 우리 집거 안 뜯어 가기만 하면 되지."

가만이 생각해 보니 아들 말이 맞다. 결혼 상대를 너무 꼬치꼬치 따질 게 아니라 나에게 손해 안 끼치고 말없이 잘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밤에 잠자리에서 농담삼아 조용히 물어 보았다.

"너는 여자친구도 없냐? 아빠가 나이가 많으니 너도 빨리 장가 갈 생각하고 며느리감 있는 가 한 번 찾아봐라. 아빠 친구들은 손자들 안고 다니는데 부럽더라. '오빠 오빠'하며 따르는 여학생도 없냐?"
"아빠는 내가 취직이나 해야, 여자가 오지."
"취직은 되겠지. 네 자리 하나 없을 라디?"
"그런말 마, 요즈음 취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인문계는 더욱 어려워서 걱정이여"

요즈음 청년 실업이 정말 문제다. 젊은이들이 직업을 못 가지거나 가지더라도 비정규직이니 은퇴한 부모세대들도 30이 넘은 아이들 용돈 주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아이들 장래를 생각하면  마음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아들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의 일을 처리해 가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아직도 부모에게만 어린양 부리는 아이로만 알았는데 자신은 이제 성인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옛날 어른 들 말처럼 아들이 군대갔다 오더니 속이 꽉찼다. 이제 마음씀씀이가 어른스러운 아들을  보면서 이제 서서이 모든 것을 아들에게 인계하고 나는 물러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아들,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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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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