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에 답변을 마치고 체육관을 빠져나고 있다.
▲ 실종자 가족들 만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에 답변을 마치고 체육관을 빠져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비극적 참사가 벌어진 진도 해상에서는 아직도 수색 중이다.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진도현장을 방문했다. 일부 학부모들에게 원성을 듣기도 했다. 남경필 의원의 마이크를 뺏은 한 중년 남성은 경호차량 때문에 구조장비가 뒤늦게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아직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데다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조심스럽다. 오히려 한 사람의 선한 의도를 악한 의도로 왜곡할 것 같은 걱정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 게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 방문이 한국 정치인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시장에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때 어느 할머니를 포옹한 일을 언론들이 사진을 통해 전한 바 있다. 당시 한 신문에는 사진과 함께 "'장사 너무 안 돼 못 먹고 살 정도' 울먹인 민심에 이 대통령 '눈물이 나네'"라는 제목이 달렸다.

당시 옴부즈맨이었던 남재일 교수가 쓴 칼럼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거의 없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사진의 파편적 사실이 전하는 메시지가 현실의 전체상을 왜곡한다고 지적한 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서민을 위한 정치인들이건 아니건 간에 정치인들은 현장에 방문하는 걸 좋아하고, 그것이 언론에 사진으로 실리기를 바란다. 정치인 입장에선 부고 기사 아니면 긍정적인 기사든 부정적인 기사든 모든 기사가 좋은 기사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 방문했고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다. 가족들은 정부의 미숙한 대처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오면서 구조작업이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 것 같다.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 달갑지 않은 이유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안전행정부의 관리 소홀이나 해양수산부의 잘못된 지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박 대통령은 직접적인 책임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밝혀진 것이 많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을 이 일을 두고 당장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세월호 현장에 방문한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의 의지가 어떤 것이었던 간에 말이다. 인터넷과 저널리즘이 발달한 시대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거나 메세지를 전할 방법은 많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방문을 하지 않고, 구조 작업에 방해가 되니깐 정치인들에게 여야 가리지 않고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으면 사람들에게 더욱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산소통 메고 구조활동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의 현장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합니다. 위기상황엔 중요한 분들일수록 정위치에서 현업을 지켜야지요. KTX 기관사도 안 가는데 후보들이 거기 왜 갑니까? 중앙재난본부 방문으로 또하나의 재난을 안기지 맙시다.'

노회찬 전 의원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이 말이 많은 누리꾼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있음을 진도로 간 모든 정치인들이 상기했으면 좋겠다.


태그:#박근혜, #진도
댓글1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