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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15일 코레일의 구미역 입찰사기 의혹 사건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 15일 코레일의 구미역 입찰사기 의혹 사건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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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근 약 10개월간 수사해온 '코레일의 구미복합역사 입찰 사기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마이뉴스>에서 입수한 '불기소이유통지서'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지난 15일 구미복합역사 상업시설 임대차업체(써프라임플로렌스)에서 제기한 '코레일의 입찰 사기 의혹' 사건을 증거부족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검찰이 코레일의 입찰 사기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들과 구미시 공무원들의 경찰진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미역사, 수년간 불법건물로 방치되어온 이유

코레일과 써프라임플로렌스는 지난 2007년 11월 구미복합역사 상업시설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지상주차타워를 써프라임플로렌스에서 짓는 대신 계약금액(총환산임대보증금)을 300억 원에서 270억 원으로 감면해주는 조건이었다. 코레일이 2008년 5월까지 사용승인을 받아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써프라임플로렌스는 애초 코레일로부터 30억 원의 지상주차타워사업을 승인받아 추진했지만 이것은 도시계획시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도시계획시설상 역 후면은 광장으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구미시도 '지상주차장은 불가능하다'고 코레일에 통보했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코레일은 지난 2008년 10월에서야 써프라임플로렌스에 "지하주차장을 완공해야만 구미복합역사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사용승인 요건으로 지하주차장 건설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후면 지하주차장 공사에는 1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레일은 최종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임시사용 기간 연장을 되풀이하다 지난 2009년 12월께는 임시사용 기간마저도 연장하는 데 실패했다. 지하주차장 공사도 중단됐다. 이러면서 구미복합역사는 준공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건물이 돼버렸다.

그런데 코레일은 지난 2011년 8월 임대차계약 해지를 써프라임플로렌스에 통보했다. 이어 2012년 3월에는 명도소송도 제기했다. 후면 지하주차장 조성의무 위반, 임대료 미지급 등이 그 이유였다. 이에 써프라임플로렌스는 '입찰 사기' 주장으로 맞섰다. 구미시와 코레일이 입찰하기 전에 최종 사용승인의 필수조건으로 지하주차장 건설을 협의했는데도 이것을 감춘 채 입찰과 계약체결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레일 쪽은 "후면 광장 지하주차장 설치가 상업시설 준공요건이 아니었고, 계약을 체결하기 전 구미시와 지하주차장 설치 문제를 협의한 사실이 있지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고지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구미복합역사 전경. 신축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무허가 건물이다.
 구미복합역사 전경. 신축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무허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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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구미시-경북도의 '내부문서'가 보여준 것은...

써프라임플로렌스의 '입찰 사기'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들이 있다. 먼저 코레일에서 작성한 '구미복합역사 정상화 추진 방안'이라는 내부문서다. 지난 2010년 작성된 이 문서에는 "임차인 모집 전에 옥외주차장은 지하로 건설해야 한다는 구미시의 의견을 접수('06. 12. 15) 및 협의('06. 5. 26, '07. 5. 30)한 사실이 있"고, "임차인 모집 및 우선협상과정에서 구미시의 의견을 고지하지 않아 사업계획서 평가('07. 10. 25)시 지하주차장이 미반영되었"다고 기술돼 있다.

코레일이 구미복합역사 상업시설 임대차업체를 모집하기 전에 '옥외 지하주차장 건설'을 구미시와 두 차례 협의했는데, 임대차업체 모집과 우선협상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코레일조차 내부문서에서 임대차업체를 기망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명도소송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이를 일부 인정했다.

'입찰 사기'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지난 2007년 5월 8일 구미시 건설과에서 구청 홈페이지에 올린 'KTX 구미역 정차를 위한 한국철도공사 협조사항'이라는 글이다. 여기에는 '구미역 후광장에 지하주차장 설치 및 일정기간 사용 후 기부체납'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는 임대차업체 선정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구미시와 코레일이 구미복합역사 사용승인의 조건으로 후면 지하주차장 건설을 협의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명도소송을 맡았던 대구지방법원의 박주영 판사는 지난해 7월 4일 1심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 '직권'으로 이 자료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관련기사 : 주심판사는 왜 '코레일 기망행위 인정' 자료 냈나). 사실상 코레일 승소가 결정된 상태에서 판사가 직접 코레일에 불리한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당시 법원 안에서조차 "판사가 직접 참고자료를 제출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주심판사가 재판장의 '코레일 승소 판결'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07년 5월 4일 경상북도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도 코레일에 회신한 '교통영향심의결과'에서 '별도 주차장 확보'를 요구했다. "판매시설의 정확한 용도를 제시하여 주차수요를 재검토하고 사업지 외부에 별도 주차장 확보방안 등을 검토한 후 위원회에 보고하라"라고 한 것이다. 이는 구미복합역사를 판매시설로 활용할 경우 주차수요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주차장을 확보하라는 요구다.

결국 코레일과 구미시, 경상북도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문서들은 외부 지하주차장(현 후면 지하주차장) 건설이 구미복합역사 상업시설 사용승인의 필수요건이었음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검찰, 중요한 증거-진술 배척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코레일 간부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코레일 간부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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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복합역사 명도소송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써프라임플로렌스는 지난해 5월 대전지방경찰청에 구미복합역사 임대차업체 선정에 관여한 코레일 간부들을 '입찰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소했다. 경찰은 2개월간의 수사를 벌인 끝에 이아무개 전 코레일 역사개발처 팀장과 김아무개 차장, 박아무개 코레일 경북남부지사 차장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코레일과 구미시가 세 차례(2006년 5월 26일, 2006년 12월 15일, 2007년 5월 30일)에 걸쳐 준공요건으로서 후면 지하주차장 건설을 협의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러한 협의내용을 써프라임플로렌스에 알렸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맺어 임대차업체를 기망했다고 결론지었다. '입찰 사기'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해온 대전지방검찰청의 결론은 이와 달랐다. 검찰은 불기소이유통지서에서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코레일과 구미시가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지하주차장 설치문제를 협의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써프라임플로렌스가 후면 지하주차장 건설이 사용승인 요건임을 안 이후에도 계약 해지나 임대차계약 조건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코레일의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구미시에서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던 공무원들은 경찰조사에서 "지하주차장은 처음부터 구미복합역사 상업시설의 준공요건이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미시로부터 직접 받은 회신내용을 근거로 "공무원들의 진술만으로 지하주차장이 준공요건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구미복합역사 준공요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해당 공무원들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다.

이호 전 써프라임플로렌스 대표는 "구미시 인허가 업무부서는 몇 번에 걸쳐 교체되었기 때문에 이 건을 잘 알고 있지 못하다"라며 "(입찰 전후인) 2006년, 2007년의 담당자들을 소환조사하고 결론 내린 경찰의 의견이 합당하다"라고 반박했다.

코레일은 구미복합역사를 신축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완공하지 못했다. 800억 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어갔지만 현재까지 '무허가 건물'로 남아 있다.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복합역사를 완공해 사용승인을 받은 뒤 임대차업체를 선정하는 '정상적인 경로'를 선택했다면 구미복합역사의 불행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태그:#구미복합역사, #코레일, #써프라임플로렌스, #구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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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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