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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에서 구조된 승객들은 인근 병원과 진도군실내체육관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다.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에서 구조된 승객들은 인근 병원과 진도군실내체육관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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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로 인해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이 실종되거나 시신으로 발견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대부분의 학생이 실종상태인 2학년 10반 교실이 텅 비어 있다.
▲ '얘들아, 어디갔니?' '세월호' 침몰로 인해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이 실종되거나 시신으로 발견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대부분의 학생이 실종상태인 2학년 10반 교실이 텅 비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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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로 인해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이 실종되거나 시신으로 발견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2학년 한 교실에 '꼭 살아서 와' '애들아 보고싶어'등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글이 적혀 있다.
▲ '과제, 꼭 돌아오기, 죽지말기' '세월호' 침몰로 인해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이 실종되거나 시신으로 발견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2학년 한 교실에 '꼭 살아서 와' '애들아 보고싶어'등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글이 적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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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생 김아무개양은 17일 오전 심리 치료를 위해 고려대 안산병원을 방문했다가, 치료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양의 아버지 김진오씨는 "딸이 어제 집에서 제대로 못자고 밥도 못 먹었다"면서 "말을 안 하려고 하고 방에서 '혼자 있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차상훈 병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병원에 온 환자 66명 모두 사고 스트레스로 멍한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한창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젯밤 치료를 하면서) 필요한 경우 수면제를 처방해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며 "아침식사 때 일부 학생은 울먹이며 친구들 얘기하는 등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은 학생들이 심리적 충격을 통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사고를 겪은 만큼 초기 집중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년 전체가 큰 재난... 학교 위기 상황"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일산백병원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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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위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학년 전체가 큰 재난에 빠져, 학교 전체가 위기 상황"이라며 "다음 주까지가 중요한 시간이다, 한 달 동안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진 교수는 "한 학교의 같은 학년에서 너무 많은 학생들이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조된 학생의 충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청소년기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더 힘들다, 구조된 학생들이 받았을 심리적인 충격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9시 이희훈 단원고 교무부장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325명 중에서 75명만 구조됐다. 실종된 250명의 학생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몇 개 반의 경우, 33~34명의 정원 중 생존이 확인된 학생은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솔교사 15명 중 구조된 이는 3명뿐이다.

박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세가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사고 며칠 후에 짜증을 내거나 몸이 아프다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는 잠재돼 있다가 몇 달 뒤에 증세가 보이기도 한다"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신호가 나오면, 증세가 만성화되기 전에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시도는 넓은 범위의 아동 학대"

언론이 무리하게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악화시킨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언론의 무리한 인터뷰 시도는 넓은 범위의 아동 학대"라고 지적했다. 앞서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역시 16일 웹진 '팟빵직썰'에 올린 글에서 "극단적으로 한심한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생존자 아이들의 언론 노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날 JTBC는 무리한 인터뷰로 사과 하기도 했다. JTBC 기자는 구조된 단원고 여학생을 인터뷰하면서 같은 학교 학생의 죽음을 전했고, 이 여학생은 울음을 터트렸다. JTBC <뉴스 9> 앵커인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방송에서 직접 사과했다.

박 교수는 "기자들이 학생 인터뷰 등을 통해 상황을 빨리 파악해서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학생들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무리한 인터뷰는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말이다.

"학생들의 심리상태는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아 기쁘다'가 아니다. 친구들이 구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에게 당시 상황을 묻는다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언론은 학생들이 심리적인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빨리 안정을 취하고 치유 받는 게 중요하다."

박 교수는 19일 학생들의 심리 치료를 위해 안산 단원고로 향한다. 그는 "정신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자원봉사단을 모집해서 학교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해병대 캠프 사고, 부산외대학생들의 경주 리조트 매몰사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태그:#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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