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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침몰했다. 6천8백 톤 카페리가 수심30여m의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았다. 사람이 죽고 실종됐다. 무려 3백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고 한다. 대부분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들이다. 선장과 승무원은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일찍 배를 버렸다. 학생들은 안에 갇힌 채 배가 기울고 물이 들어오는 데도 속수무책이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기다렸다. 

아침 출근시간을 지나, 방송은 처음으로 배가 침몰되는 소식을 전하면서 "모두 구조가 완료됐다"고 방송했다. 국민들은 "아직도 이런 후진국성 사고가 계속되는가"라고 분노하다가 "그나마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사망자가 2명, 실종자가 107명에 이른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됐다. 실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87명(17일 현재)에 이른다고 수정했다. 장관이란 자는 정확한 승선자와 실종자 숫자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해양경찰과 어선들이 힘을 합쳐 생존자 구조에 나선다.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안에 더 많은 사람이 갇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들은 진정 모르고 있단 말인가.

언제 어디서나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가능한 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사고수습에는 신속함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평소 훈련했던 사고 수습에 따른 매뉴얼대로만 시행해도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배가 침몰하면 인명구조가 우선이다.

몇 명이 탑승을 했고 몇 명이 갇혀 있는가를 신속하게 파악해 구조에 나서야 한다. 전체 상황을 지휘할 사령탑이 있어야 한다. 이번 해난사고에는 해경이 맡아 전체를 지휘해야 한다. 해경청장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해야 한다. 해군과 어선 등 모든 가용자원을 끌어 모아 우선적으로 인명구조에 나서야 한다. 선체 밖의 구조팀과 선체 안의 구조팀으로 나뉘어 임기응변적으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배가 서서히 침몰하는데도 조직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윗선에 보고하기 위한 숫자놀음에만 집중하는 인상을 준다. 그 숫자마저 점점 오락가락 하더니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다. 학생들이 타고 있는 배는 침몰하는데 어른들은 누구하나 배와 함께 생사를 같이할 각오를 보이지 않는다. 선장이란 자는 일찌감치 침몰하는 배에서 내려 버렸다.

사령탑의 지휘자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가장 큰 사명임을 이들은 진정 잊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정도밖에 위기관리가 안 된단 말인가.

나중에 못 할까봐 말한다며 '사랑한다'는 문자를 엄마에게 남긴 학생의 사연은 애를 끓게 한다.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들의 못난 행동에 울분이 치민다. '경제 13위 대국'이라며 국민을 우민화 시켜온 정부가 하는 일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 정신들이 제대로 박힌 어른들이라 할 수 있는가. 최소한 선장을 비롯해 구조팀의 책임자들이 학생들과 함께 생사를 함께 할 용기는 진정 없었단 말인가.

수백 명의 목숨을 죽이면서 자신은 살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누가 이들의 목숨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살아서 고통을 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피눈물은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단 말인가.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잃고 평생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얘들아...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어른이 되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진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거짓을 일삼아 온 어른들이 정말 밉다. 스스로 능력이 없으면 자리에서 물러나라.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피해를 주어서야 되겠는가.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 악이란 사실을 진정 모르고 있단 말인가.


태그:#얘들아 미안하다, #어른들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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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통해 마음을 엮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글쟁이로서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함께 따스한 정을 나누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좋은 만남의 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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