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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당시 희생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부산외대에서 한 조문객이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당시 희생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부산외대에서 한 조문객이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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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소식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다. 이들에게 진도에서 전해진 소식은 잊고 싶었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정용각 부산외대 부총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정 부총장은 사고 때 교직원 중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무너진 건 체육관 지붕이었지만 정 부총장은 그날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내린 사고로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을 포함한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12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정 부총장은 정신과 심리상담을 받으며 차츰 사고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터진 세월호 침몰 소식으로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이 되찾아 왔다.

"인터넷으로 처음 소식을 접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뭔가 기분이 축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어제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다. 지금도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이게 트라우마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 부총장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다가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일을 경험해 보니 이번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단원고 피해 학생은 물론이고 부모님들에게도 이번 사고는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총장은 "피해자 뿐 아니라 재학생, 교직원 등 사건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총장의 말대로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이후 교육부와 소방방재청, 부산시 등은 직접 피해자와 간접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재난심리상담센터 등을 통한 심리치료에 들어갔다. 사고로 마음에 상처가 난 1천여명 가량이 대상이었다. 단계별로 시행한 검사를 통해 상당수 피해자들이 회복을 했지만 아직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은 지속적인 상담을 받고 있다.

"피해 학생들 원만하게 학교 복귀할 수 있도록 통합적 관리 필요"

17일 오전 전남 목표한국병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17일 오전 전남 목표한국병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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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겪은 단원고 학생들도 심리상담과 치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상당수 학생이 심리적 불안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부상 학생들이 입원한 안산 고대병원 한창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7일 "일부 학생은 울먹이며 친구들 얘기를 하는 등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라며 "외상은 경미하지만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 집중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멍한 상태를 보이거나 불안을 호소해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심리상담과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부산외대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실시했던 배정이 부산시 재난심리지원센터장은 "부산외대 피해자들은 사고 이후부터 천장이 높고 음악 소리가 큰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고, 사망자들이 떠올라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배 센터장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는 직접 피해자와 대형 사고를 접한 일반 국민들까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며 "이것이 만성적이 되면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거나 우울증,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심리지원 매뉴얼에 따라 장단기에 맞춘 심리상담과 치료를 해나가고 모든 재학생들이 원만하게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생활전반에 대한 배려와 통합적인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등 관련 정부 기관은 17일 합동으로 회의를 열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한 피해자 심리상담과 치료 등을 협의한다.


태그:#세월호 , #침몰 사고, #부산외대,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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