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이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다. 제발 살아있기를, 구조대원들이 찾을 때까지 버텨주기를, 한시라도 빨리 생존자들을 구해내 주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이다.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된 여객선 세월호 안에 갇힌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구조대원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테다. 

'에어포켓'이라는 말이 나왔다. 침몰한 선박이 뒤집혔을 때 미처 공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선내 일부에 공기가 남아있는 현상을 말하는데, 혹시 세월호에 갇힌 사람들이 에어포켓에 의존해 생존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해경 등을 통해 수색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라도 에어포켓 현상 덕분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40m 안팎에 이르는 수심과 낮은 수온, 선내에 남아있는 이들의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했을 때 생존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무모하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아니 실종자 모두가 구조될 수 있다는 일념이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사망자를 내고 만 세월호 침몰사고는 '대형참사'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되고 있다. 확인된 사망자 수는 한 명씩 늘어 17일 오전 10시 현재 총 8명이 됐다. 아직도 실종자 수는 290여명에 달한다. 승객들 중 절반 이상의 생존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말 그대로 최대의 선박사고이며 최악의 참사다.

온 국민이 사망한 이들에 대하여 애도를 표하고 있고, 실종된 이들에 대하여 희망을 품고 있으며, 구조된 이들에 대하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16일 방송 3사의 드라마는 모두 결방됐고, 예능 오락 프로그램도 방송되지 않았다. 영화계 역시 당분간 홍보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TV와 각종 매스컴도 애도와 희망, 안도의 한숨에 마음을 같이 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수사 당국의 탑승자에 관한 석연치 않은 늑장 보도, 세월호 선박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실종자 가족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도 이렇게 마음이 아플진대, 탑승자의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얼마나 참혹하고 비통한 심정일까. 그런 그들에게 당국의 수사 발표는 불안과 울분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꽂힌 비수가 되고 있다.

16일 침몰사고 직후 정부와 해양경찰청이 밝힌 탑승객은 477명이었다. 승객 447명에 선장과 승무원 등 26명, 승무보조원 3명과 행사진행요원 1명이다. 그런데 오후 4시경 459명이라고 정정됐으며, 청해진해운 측은 오후 5시경 탑승인원이 462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밤사이 13명이 늘어나, 현재 세월호 탑승자는 475명으로 파악된 상태다.

탑승자수는 하루 사이에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혼란을 가져왔다. 이런 당국의 발표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이들은 탑승자들의 가족들이다. 선박에 탑승을 할 때 인원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관행 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이를 발 빠르게 파악해내지 못한 당국의 허술한 수사력에 책임감을 더욱 부여하고 싶다.

세월호 선박의 구조가 밀폐형인지 아닌지에 따라 미처 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좌우된다고 하는데, 하루가 다 지난 시점에 가서도 세월호 구조는 아직 미확인 상태라고 보도됐다.

관련 정보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언론의 섣부른 보도 탓일 수도 있다. 대형 참사이니만큼 앞 다투어 기사를 내다보니 번복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선의 원인을 제공한 건 수사 당국이다. 민첩하게 수사하고 기민하게 움직였더라면, 탑승자수와 세월호에 대한 정보쯤은 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발표될 수 있었을 테다. 그것이 수사 당국이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흐리멍덩한 늑장 발표는 언제나 꺼림칙한 마음을 들게 한다. 세월호 선박에 어떤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증폭되는 의구심은 답답한 마음을 넘어서 이내 불신 가득한 눈으로 수사 당국을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허망하게 침몰한 세월호 여객선 참사에 대한민국은 참담해졌다. 사망자 소식이 전해지는 실시간 뉴스를 접하면서 국민들은 걱정하고 탑승자 가족들은 오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색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아 구조대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구조자 리스트에 많은 이들의 이름이 오르기를 바란다면 분명 생존자는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를 조사하는 수사 당국은 전심을 다해 제 몫을 해야만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당국의 책임이라는 말이 아니다. 당국을 비난한다고 해서 세월호 침몰로 사망한 이들이 살아 돌아오진 않는다. 다만 사고에 관련된 모든 면면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히 밝혀 석연치 않은 구석을 조금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이것이야말로 유가족들을 향한 예의의자 의무이기도 하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세월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