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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가 놓였다. 그 밑으로 네 명의 이름이 나란히 섰다. 선원 박지영(23)씨 옆으로 세 이름은 같은 반 친구들이다.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정차웅·임경빈·권오천군.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려던 세 친구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오전 1시경, 전남 목포시 상동 목포 한국병원 내 장례식장에 임시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네 사람의 유족, 40여 명의 분향을 위해 병원측이 약식으로 마련한 것. 오전 6시가 되자 세 학생의 시신은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옮겨졌다. 연고지 인근에 빈소를 차리기 위해서였다.

"언론이 왜 부모를 두 번 죽이냐고요" 분노한 유족들

17일 오전 전남 목표한국병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텅빈 세월호 침몰사고 장례식장 17일 오전 전남 목표한국병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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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떠나기 전까지 세 학생 유족들의 울음이 장례식장에 이어졌다. 정차웅군의 아버지 정윤창(47)씨는 "5월 초에 1박 2일로 남해 바다로 여행을 가려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 범벅이 된 정씨는 "예전에 잘 못해 준 것만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임경빈군의 부모는 장례식장 빈소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아버지 임낙주(47)씨는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에 분노했다. 전날 오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은 안심했다. 그러나 곧 이것이 '오보'로 밝혀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아침에 일하고 있는데, 셋째 동서가 전화가 왔어요. 배가 반 쯤 뒤집혔대요. 근데 인터넷을 켜니까 전원 구출이래요. 그래도 느낌이 이상했어요."

임씨는 전원 구조 소식을 반겼지만 고속도로 위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300명이 넘게 구조가 안 됐다고 떴다. 급한 마음에 진도 실내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에서 아들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여기 오는데 소방관 아저씨가 시속 160~170km를 밟았어요. 그렇게 왔는데도 50분이 걸렸어요. 진도에는 병원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습니까. 병원 가까운 데로 갔으면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왜요? 죽을 것 같으니까 일로 와?"


임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기자들을 찍었다. 오보로 인한 상처를 되갚고 싶은 마음같았다.

"언론이 왜 부모를 두 번 죽이냐고요, 왜 그런 거예요. 우리가 반대로 찍겠습니다."

어머니 전인숙(42)씨가 전하는 평소 임군은 자립심이 강했다. 검사가 되고 싶었단다. 스스로 열심히하는 착실한 아이였다. 전씨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짧게 말했다.

"뭐가 있겠어요. 사랑한다는 말밖에, 그 말한다고 돌아오는 것도 아니겠지만…(울음)"

'살신성인' 고 박지영씨 '의사자'로 선정하자는 의견도

17일 오전 전남 목표한국병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4명 희생자가 안치 되있는 안치실 앞으로 병원 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안치소 17일 오전 전남 목표한국병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4명 희생자가 안치 되있는 안치실 앞으로 병원 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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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아이들을 두고 먼저 몸을 피했다는 선장을 두고 분노했다. 그는 "어떻게 자기들만 살겠다고 먼저 나오냐"며 "낯짝 두껍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개가 껴서 출항을 늦추다가 밤 9시, 그 시간에 왜 출항을 하냐"며 "차라리 부모들에게 의향을 물어봤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끝까지 대피시키다 숨진 선실 승무원 박지영씨. 생존자들이 전하는 그의 행동은 살신성인이었다. 선실이 기울자 안 보이던 구명조끼를 찾아 학생들에게 입혔다. 물이 목까지 차오르자 대피하라고 외쳤다. 배를 벗어난 학생들은 인근 어선에 구조됐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몸을 피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는 그를 의사자로 지정하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씨의 이모부 김정길씨는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일을 했다"며 "지금은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며 가장노릇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영이가 학생들 다 보내고 끝까지 남아 있었다고 하더라"며 "배를 오래 타도 힘들다고 안 했다,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병원 376호실에는 권아무개(6)양이 잠자고 있다. 부모와 한 살 위 오빠와 함께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지만 지금은 혼자 떨어졌다. 서울에서 친척 1명이 내려와 권양을 지키고 있다. 병원측은 그의 안정을 위해 외부인의 접촉을 막고 있다.

그 사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두 사람의 사망 소식이 병원에 알려졌다. 진도 앞바다에 비가 뿌려질 것이라는 예보도 전해졌다.


태그:#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목포 한국병원, #안산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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