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부진이 심상치않다. LG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2-5로 패하며 6연패에 빠졌다. 지난 2012년 7월 3일~12일이후 무려 643일 만의 6연패다. 또한 3승 1무 9패로 리그 순위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1승1무6패에서 연장전만 4번... 투수력 소모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역시 연장전 후유증이다. LG는 본격적인 부진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8경기를 치러서 1승 1무 6패에 그치고 있는데, 이 기간 연장전만 무려 4번이나 치렀다. LG는 지난 8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2-2 무승부를 시작으로 10일 1-4로 패했다.

이후 13일 잠실 NC전에서 4-5로 무릎을 꿇더니 이번주 첫 경기였던 15일 넥센전마저도 11회 연장 끝에 1-3으로 패했다.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이 1무 3패. 지난 시즌 연장전에서 5승 2패로 강했던 모습과는 판이하다.

거듭된 연장전 패배는 투수력 소모라는 또 다른 후유증을 불러왔다. LG는 지난주부터  치른 8경기중 7경기가 3점차 이내 박빙의 접전이었고 빨라도 대부분 7회 이후 종반에 승부가 갈렸다.

LG는 이 기간 36명의 투수를 동원했는데, 선발을 제외하고도 무려 28명의 불펜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 봉중근이 4경기에서 5.2이닝간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도 9일 롯데전에서 올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빼면 번번이 헛심만 쓰고 있다.

이밖에도 정찬헌이 4경기 5이닝, 이상열이 5경기 3.2이닝, 이동현이 4경기 4.1이닝 등으로 빈번하게 마운드에 올라야했다. 유일하게 불펜소모가 적었던 12일 NC전(10-1패)에서는 5선발 후보였던 신정락이 불펜에서 4이닝(5실점)을 소화하고 이튿날 골반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필승조로 분류된 정현욱과 유원상은 현재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머물며 가용자원이 더욱 부족해진 상황이다.

선발진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LG는 올 시즌 들어 선발승이 아직 1승에 불과하다. 지난 3월 30일 고졸신인 임지섭이 두산전에서 따낸 승리가 올 시즌 아직까지 LG의 유일한 선발승이었다. 부상으로 하차한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예상했던 1-3선발 류제국(2.76), 리오단(3.38), 우규민(3.93) 등이 모두 올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기록하는 데 실패하며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4-5선발로 기대했던 김선우는 2경기에서 1패, 자책점 21.21,신정락도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15.43의 재앙에 가까운 성적표로 선발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풍부하다던 토종 5선발 자원 중 현재 남아있는 선수는 임지섭 정도다. 임지섭은 17일 넥센전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있다.

LG는 팀평균 자책점이 4.99로 리그 7위에 그치고 있으며 특히 불펜 자책점만 놓고보면 5.83으로 꼴찌다. 지난해 1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상승세의 원동력이 탄탄한 마운드에서 출발했던 것을 감안하면 초반이지만 급격한 붕괴는 격세지감이다.

타선과 수비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용택, 이진영, 조쉬 벨 등 개개인의 성적은 좋지만 찬스에서의 응집력은 낙제점 수준이다. 최근 8경기에서 기록한 병살타만 15개에 이른다. 홈런 5개를 기록 중인 벨을 제외하면 장타력을 보여주는 선수도 많지 않다.

지난 16일 넥센전에서도 7회까지 벤 헤켄의 구위에 눌려 7회까지 수차례나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고도 후속타 불발로 무득점에 그쳤다. 이미 승부가 기운 8회에야 넥센 불펜을 두드려 2점을 겨우 만회했지만 9회 마무리 손승락이 등판하자 LG 타선은 그대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지난해에 비하여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내야수비와 포수들의 빈약한 도루저지 및 경기 운영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대 이상의 호성적이 가져다준 자신감이 자칫 자만심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초반 부진이 대부분 종이 한 장 차이의 패배였다는 점에서 운이 따르지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운도 실력이다.

지난 시즌만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절박한 목표의식을 선수단 전체가 공유했지만 올해는 어딘지 모르게 그런 치열함이 보이지 않는다. 시즌 개막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시범경기를 치르는 듯 집중력이 없는 모습이나,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선발진이 계속된 불운에도 불구하고 내용 면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뒤늦게 합류한 새 외국인 투수 에버렛 티포드도 데뷔전인 12일 NC전에서 5이닝 2실점(1자책) 역투로 합격점을 받았다.

17일 연패 탈출의 막중함 책임을 지고 등판할 임지섭의 구위는 LG 4-5 선발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변수다. 타선에서는 지난해 상승세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고참급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LG 선수단으로서는 만일 여기서 더 밀리게 되면 자칫 2년 만에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재림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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