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의 휴식이 꿀맛 같았던 모양이다. 두산 베어스가 '디펜딩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연승을 달렸다. 지난 10일 SK 와이번스전까지 포함하면 3연승행진이다.

송일수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16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5-0으로 완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7이닝을 8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은 더스틴 니퍼트와 연타석홈런을 터트린 '캡틴' 홍성흔이었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두산 승리에 큰 공을 세운 선수가 있었다. 바로 두산이 자랑하는 유틸리티 내야수 허경민이다.

일찌감치 병역의무 해결하고 두산의 유틸리티맨으로 성장

허경민은 광주일고 3학년 시절에 2008년 에드먼턴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당시 청소년 대표팀엔 투수진이 다소 빈약한 대신 뛰어난 내야수가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현재 템파베이 레이스의 트리플A팀에서 활약하며 빅리그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학주를 비롯해 삼성과 KIA 타이거즈, LG트윈스에서 다년간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상수, 안치홍, 오지환이 당시 대표팀의 내야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나서며 내야 수비를 이끈 선수는 다름아닌 허경민이었다. 쟁쟁한 팀동료들 사이에서도 그만큼 안정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당시 쿠바 대표팀의 야시엘 푸이그와 찍은 사진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경민은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두산에 지명돼 프로에 뛰어 들었지만 루키 시즌, 손시헌과 김재호에 밀려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결국 허경민은 입단 1년 만에 경찰청에 입대하며 일찌감치 병역의무를 해결했다(반면에 허경민의 동기 내야수들은 대부분 병역 미필 상태다).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도루왕에 오르며 경기경험을 쌓은 허경민은 비로소 프로에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전역 후 첫 시즌에 타율 .266 9도루를 기록한 허경민은 작년 시즌 두산의 핵심 유틸리티맨으로 이름을 날렸다.

시즌 초반 오재원의 부상으로 2루수로 나선 허경민은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두산 내야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7월 발목부상을 당하며 75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타율 .298 68안타 14도루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16일 삼성전 멀티히트와 호수비, 승리의 견인차로 맹활약

올해도 두산의 내야는 9개구단에서 가장 선수층이 두껍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음에도 두산 내야는 2루 오재원과 고영민, 유격수 김재호, 3루 이원석이라는 탄탄한 주전 멤버가 건재하다. 여기에 2루와 3루가 모두 가능한 최주환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최영진, 양종민도 있다.

하지만 '팀 내 넘버원 유틸리티맨' 허경민의 입지는 올해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시즌 초반 김재호와 함께 유격수로 나섰던 허경민은 최근 손가락 부상을 당한 이원석 대신 3루수로 나서고 있다.  2년에 걸쳐 1루를 제외한 내야 세 자리를 모두 섭렵하고 있는 셈이다.

허경민은 16일 삼성전에서 2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석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의 5-0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허경민은 타격 못지 않게 수비에서도 큰 활약을 펼쳤다.

허경민은 6회 야마이코 나바로의 3루 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넘어지면서 잡아냈다. 이어 노스텝으로 던진 공은 정확히 호르헤 칸투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곧바로 채태인의 2루타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허경민의 수비 하나가 실점을 막은 셈이다.

허경민은 8회에도 나바로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는 호수비로 정재훈의 7이닝 연속 노히트 행진을 도왔다. 반면에 전날 홈런을 때리며 유희관의 완봉을 저지했던 나바로는 허경민에게 안타 2개를 도둑맞고 말았다.

기존의 주전 3루수 이원석은 손가락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언제든 다시 주전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허경민이 다시 백업으로 밀려난다 해도 그가 두산 내야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허경민은 그 존재 만으로도 두산 내야진 전체를 긴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전천후 내야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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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허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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