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에서 명자를 연기하는 김자옥

▲ <봄날은 간다> 에서 명자를 연기하는 김자옥 ⓒ 쇼플레이


악극 <봄날은 간다>에서 김자옥이 연기하는 명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겪는, 인동초 같은 인물이다. 명자의 남편은 젊은 날 명자의 곁을 훌쩍 떠나버리고 만다. 과부가 아니라 생과부다. 하지만 명자는 남편을 잊지 않고 기다리는 망부석 같은 여인이다. 하나 더, 그녀가 애지중지 키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그만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슬픔을 폭포수로 맞는 할머니 세대의 비극을 대표하는 인물이 명자다. 제목이 <봄날은 간다>라서 '봄'이라는 희망을 찾을 법 하지만, 봄 같은 희망이 명자를 지나가는 것이기에 명자의 처지가 하염없이 안타까워 보인다. 눈물을 주룩주룩 자극할 것만 같은 <봄날은 간다>에서 명자를 연기하는 김자옥을 만났다.

-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마치자마자 바로 <봄날은 간다> 연습을 해서 쉬는 기간이 없었겠다.
"흔히 사람들은 드라마를 하고 난 다음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은 연예인에겐 일상적인 작업이다. 드라마를 한다고 해서 더 쉬어야 한다거나 피곤한 건 아니다. 드라마 촬영이든 공연 연습이든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다.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공연을 연습하면서도 힘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 <봄날은 간다>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젊은 연예인이 얼굴을 많이 비춘다. 어른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이 정말로 적다. 어머니 세대들이 가슴에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봄날은 간다> 연습하며 느끼는 건 어머니 세대의 관객이 공연을 보면 옛날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에게는 특유의 한의 정서가 있다. 예전 세대 어머니들은 울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때가 많았다. 그 가슴에 맺힌 한을 풀 수 있는 공연이다.

웃음은 그 즉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울음은 반대다. 울고 싶어도 마땅히 울 만한 장소가 없다. 집에서도 식구들 때문에 속 시원하게 울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운다는 건 억눌러서는 안 되는 감정이다. 울음은 정신적으로 치료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봄날은 간다>를 통해 어머니 세대 관객이 속이 시원하게 울고 갔으면 좋겠다.

명자는 월남전에서 아들을 잃는다. 엄마의 입장에서 말로 표현 못할 엄청난 고통이다. 젊은 관객들은 '우리 윗세대 할머니들이 이런 삶을 살았구나' 하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 위주로 살아가기 쉽다. 쉽게 포기하고, 버리고, 이혼한다. 지구력이 없다. 명자를 보면서 '저렇게 참고 인내하고 그리워하는 인생도 있구나' 하는 걸 교훈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봄날은 간다>를 통해 인생에서 참고 인내하는 부분도 배웠으면 한다."

- 명자는 지고지순한 캐릭터다.
"예전 우리 어머니 세대의 전형적인 한국 여성상이다. 참고, 참고, 또 참는 한국 여자의 일생을 보여준다. 뭉클한 장면이 많아서 연습할 때 일부러 감정이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공연은 연습과 다르다. 연습은 연습이고 공연은 공연이다. 연습을 공연처럼 할 수는 없다.

연습 과정에서 감정 몰입을 일부러 멀리 하는 편이라면 공연할 때에는 진짜 캐릭터의 감정이 나온다. 공연할 때 제 안에 있는 연기 중 어떤 면이 나올지 판단해야 한다. 무대에 가장 잘 맞는 걸 끄집어내면 된다."

- 최주봉씨와 윤문식씨 두 남자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연기는 드라마처럼 하면 되지만 악극만의 특색이 있다. 두 분은 악극을 오랫동안 했다. 두 분을 보면 '저런 맛에 악극을 하는구나' 느낀다. 최주봉 선생님은 '공연 열흘 전부터는 연습하는 게 재미있을 걸?' 할 정도다. 저는 드라마를 평생 했다. 하지만 이 두 분은 평생을 악극에 바쳤다. 악극만의 매력이 있다."

- <봄날은 간다>가 어르신 관객과 젊은 관객을 아울러 어필했으면 하는 바가 있다면.
"슬픔 가운데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슬펐어' 아니면 '웃겼어' 하는 게 아니라 슬픈 중에서도, 혹은 웃기면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중요하다."

봄날은 간다 김자옥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최주봉 윤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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