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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팽목항에 해가 저문 이후에도 구조되지 못한 승객의 가족들이 앉아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6일 오전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팽목항에 해가 저문 이후에도 구조되지 못한 승객의 가족들이 앉아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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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빠 왔다! 왜 대답이 없어!"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진도 팽목항. 이날 오후 2시까지 구조자 165명이 들어온 항구다.

4월의 밤바다는 찼다. 이미 해가 저물어 바다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오후 2시 뒤로 팽목항엔 더 이상 구조선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구조되지 못한 승객의 가족들은 희망을 붙들고 팽목항 선착장을 지켰다. 이들은 선착장 바닥에 앉아 담요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아직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승객의 이름을 수차례 불렀다.

답은 없었지만 최대한 아들, 딸 곁으로 가까이 있으려는 듯, 가족들은 바닷물과 불과 5m 떨어진 곳에 앉아 오열했다.

선착장, 담요 두른 사고자 가족으로 가득

"우리 아들 명단에 없어. 나 어떻게 해."

안산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팽목항에 앉에 휴대폰 자판을 눌렀다. 아들이 '구조자 명단'에 없다는 소식을 어딘가에 알리는 중이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난 어머니는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느끼는 아내를 남편은 다독였다. 그는 '아들 때문에 속 타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속 무너진 아내를 추슬러야 할 남편'이었다. 남편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안산에서 버스에 올랐을 그의 모습을 옷차림에서 상상할 수 있었다.

"안 되겠어. 저기 가서 쉬자"는 남편의 손 끝은 팽목항에 마련된 응급환자진료소를 가리켰다. 응급환자진료소엔 자식의 이름을 부르다 정신을 잃은 또 다른 어머니가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팽목항의 사고자 가족들은 서로의 어깨를 나누며 희망을 붙들었다. "그래도 아직은 안에 살아 있을 거예요, 그렇죠?"라는 한 학생의 아버지의 말에 다른 학생의 어머니는 없는 힘을 모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인원 파악을 하고 연락처를 공유하며 앞으로의 사고 대책을 준비하기도 했다.

16일 오전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진도 팽목항에 해가 저문 이후에도 구조가 되지 못한 승객의 가족들이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구조를 기다리다 정신을 잃은 가족들이 팽목항에 꾸려진 응급환자 이동진료소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16일 오전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진도 팽목항에 해가 저문 이후에도 구조가 되지 못한 승객의 가족들이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구조를 기다리다 정신을 잃은 가족들이 팽목항에 꾸려진 응급환자 이동진료소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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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선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 병력에 항의하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최수빈(18)군의 아버지 최대광씨는 "왜 사고가 난 직후 차분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하냐"며 "그렇지만 않았어도 애들이 사고 후 뛰쳐나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오보' 때문에 언론을 향한 분노가 쏟아지기도 했다. 일부 방송국 중계차의 케이블이 뽑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최씨는 "제발 있는 그대로 내보내주세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내내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팽목항의 '구조인원현황' 화이트보드는 기록이 멈춘 채 쓰러져 있었다. 한 아버지는 곳곳이 지워진 구조인원 현황판을 들여다본 채 담배를 물었다.

목포해경에 따르면 아직 세월호 구조 작업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배 안에 남아있을 승객의 생사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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