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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SEWOL)가 침몰되자 해경 및 어선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SEWOL)가 침몰되자 해경 및 어선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 전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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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수행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탔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곧 들린 소식은 학교관계자측으로부터 '전원구조' 메시지가 왔다는 거였다. '다행이다. 천만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용이 점점 달라졌다. 오후 8시 30분 현재의 소식은 4명사망, 290명 생사불명...

17일 오전 현재,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 290명의 생사가 불명한 상태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속은 타다 못해 썩어들어간다. 정부의 발표 내용은 오락가락이었다. 선장, 기관사, 항해사가 가장 먼저 구조되었다고 하고 사고 직후 신속한 대피를 유도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으라고 했다고 한다. 더 많은 피해가 예견되는 이유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안전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큰 사고를 불렀다는 점이다.

지난 2월 17일에는 부산 외대 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경주 한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학생을 비롯해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했다. 정부 대처가 기가 막혔다. 사고 이후 교육부는 앞으로 학생회가 주관하는 학생 오리엔테이션은 제한한다고 했다. 건물의 안전관리 부재가 사고의 원인이었지만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4월 초에는 진주외고에서 11일간 두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첫 번째 학생이 사망한 후 그 학교는 감사도 받지 않았다. 연이어 학생이 또 사망하고 나서야 교육부에서도 부랴부랴 심층조사와 특별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든 사고가 우연일까? 꽃같은 나이의 청년과 청소년들이 죽었다.

진짜 폭력은 따로 있다

16일 진도해상에서 발생한 침몰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돼 전남 해남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최재영(49)씨가 화상 치료를 위해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응급실 앞에서 대기중이던 언론사 기자들이 최씨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묻고 있다.
▲ 침몰 여객선 생존자, 병원으로 긴급 후송 16일 진도해상에서 발생한 침몰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돼 전남 해남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최재영(49)씨가 화상 치료를 위해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응급실 앞에서 대기중이던 언론사 기자들이 최씨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묻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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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비롯해 관계당국은 학교폭력 근절을 이야기 한다. 학교에서의 폭력만이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폭력만이 문제 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요즘 아이들의 폭력성에만 집중해 공격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들을 통해 우리 사회 구조자체가 더욱 폭력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 불감증,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 풍조, 생명보다 물질을 더 중시하는 풍조가 이러한 사건들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왜 예방은 되지 않나.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어야 예방이 될 것인가?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에선 그 어떤 가치도 우선될 수 없다. 정부에서는 새로운 토건 사업, 외국 기업의 유치에만 힘을 기울여서는 안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이 아이들에게 계속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강요할 것인가? 친구를 이기고 밟고 서라고 가르칠 것인가? 무한 경쟁만을 외치며 철학없는 성장만을 추구할 것인가?

경쟁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더 이상 이런 사고는 없어야 한다. 단지 재수가 없어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 돈을 쫓고 경쟁만 강요하며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은 소흘히 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다.

더 이상의 사고는 안된다

아이들의 학교폭력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제도적, 구조적 폭력이 훨씬 위험하다. 이런 어른들이 어찌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열심히 공부 해라'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운다. 매를 맞고 자란 아이가 자기 아이에게 매를 들 확률이 훨씬 높다. 제발,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없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잊고 개발과 성장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정신까지 풍요롭게 해주지 못한다. 물질이 풍요로울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노력의 여하 때문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내아이, 너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를 봐야 한다.

유가족들께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 생명이 가장 존귀하다.


태그:#부산외대, #안산 단원고, #진주외고, #세월호,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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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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