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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감자 먹고 죽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감자도 잘 못 먹으면 죽는다고 합니다. 독초도 알고 먹으면 약이 되고, 보약도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봄은 자고로 뜯고 채취하는 계절인 가봅니다. 요즘, 산이나 들녘으로 나가보면 쪼그리고 앉아 뭔가를 뜯느라 열심인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파릇파릇한 쑥을 뜯고 있는 사람도 보이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연상하게 하는 두릅을 꺾는 사람도 있습니다.

‘살구’라는 이름은 개를 죽인다는 의미의 한자 ‘殺狗’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순수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살구’라는 이름은 개를 죽인다는 의미의 한자 ‘殺狗’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순수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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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뜯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뭔가 헷갈리거나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자주 옆 사람에게 물어가며 뜯는 사람도 있습니다. 등산 복장을 하고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등산하러 온 건지 아니면 산나물을 채취하러 온 건지를 헷갈리게 하는 무리도 적지 않습니다.

나물을 채취하려는 사람들 손길은 나물들이 뻣뻣하게 쇠어 더이상 채취하기 어려운 한여름까지는 계속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뜯어가는 나물들뿐만이 아니라 익히 잘 알려진 식물 중에도 독을 품고 있는 게 뜻밖에 많다는 데 있습니다.

식물지식에 읽는 재미를 꾸미로 얹어 차린<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책표지.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책표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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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지은이 김원학·임경수·손창환/(주)문학동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식자재나 기호품, 화초와 같은 식물들이 품고 있는 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버무린 식물지식에 일화와 상식을 꾸미처럼 얹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책은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_ 독소를 숨긴 식용 식물'에서는 감자, 헛개나무, 고사리, 피마자, 원추리, 유채, 은행나무, 살구나무를 소개하고 있고, '2부_ 화려한 꽃 뒤에 숨은 치명적인 독성'에서는 흰독말풀, 나팔꽃, 복수초, 할미꽃, 석산, 수선화, 주목, 철쭉, 팥꽃나무와 협죽도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3부_ 약초가 되는 약초'에서는 미치광이풀, 겨우살이, 더위지기, 애기똥풀, 양귀비, 컴프리, 디기탈리스, 연호색 등을 설명하고, '4부_ 기호품과 유용작물 속에 도사린 치명적인 위험'에서는 담배, 꼭두서니, 은방울꽃, 삼, 쐐기풀, 목화, 옻나무, 차나무에 관한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5부_야생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숨어 있는 독초'에서는 등대풀, 동의나물, 미나리아재비, 바람꽃, 사위질빵, 투구꽃, 박새, 붓순나무, 독미나리, 백선, 자리공, 쥐방울덩굴, 반하, 천남성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식물 별로 생태적 특징과 유래, 독과 관련한 특성, 학명에 깃듯 의미, 설화나 일화 등을 사진을 곁들인 설명으로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감자는 독성이 강하지만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소비자에게 안정한 감자가 공급되는 것은 물론이고, 치사량도 체중 1킬로그램당 200밀리그램이다. 그러니까 체중이 50킬로그램인 사람이라면 감자 1킬로그램 정도를 먹어야 죽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시 말해 신선한 감자를 선별해서 요리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23쪽-

지금이야 세계적으로 너무나 익숙해진 감자지만 한때 프랑스에서는 "감자를 많이 먹으면 한센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있어 영주가 감자를 먹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악명이 높은 식물이었고, 유럽에서도 '악마의 음식'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식물입니다.

감자에도 솔라닌이라는 독성 있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감자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 등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덜 익거나 싹이 난 감자는 끓여도 독성이 제거되지 않고, 햇빛이나 자외선에 노출되면 솔라닌과 차코닌이라는 독성 물질이 형성되기 때문에 보관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감자에 들어있는 솔라닌이라는 독성 치사량이 200일리그램이라고  합니다.
 감자에 들어있는 솔라닌이라는 독성 치사량이 200일리그램이라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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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감자도 이렇듯 어떻게 취급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독초로 알려진 식물들도 섭취량을 조절하면 약초가 되는 경우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알고 먹으면 약이 되고,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이 허구가 아님을 실생활 속에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능 때문에 '살구'라는 이름이 개를 죽인다는 의미의 한자 '殺狗'에서 유래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살구라는 단어는 순수 우리말로 '殺狗'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77쪽-

조선의 제15대 왕 광해군도 담배에 관한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어느 날 궁중에 숙직하는 문관들이 서로 모여 흡연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입냄새가 좋지 않다"고 한마디 했는데, 이를 계기로 존전에서 끽연이 금지됐다. 뿐만 아니라 비천한 자는 존귀한 사람의 앞에서, 젊은이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됐다.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250쪽-

책에서는 각각의 식물들이 품고 있는 독을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지식뿐만이 아니라 에피소드처럼 따라다니는 일화 등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겨우살이가 걸린 문 앞에서 키스를 하면 결혼해서 행복하고 장수할 수 있다는 설이 있어, 크리스마스나 새해에는 문 위에 겨우살이를 걸어놓고 그 밑에서 키스를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콘스탄티 노플의 술탄 무라드 4세는 담배를 피우면 몸에 말뚝을 박아 죽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콘스탄티 노플의 술탄 무라드 4세는 담배를 피우면 몸에 말뚝을 박아 죽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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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백해무익한 게 담배라고 하지만 한때 인디언들에게 담배는 단순한 기침에서부터 매독까지를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었고, 프랑스에서는 '왕비의 약초'로 불리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담배의 위해성이 알려지면서 어떤 나라에서는 흡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형, 추방, 투옥, 벌금과 같은 형벌을 내리기도 했고, 콘스탄티 노플의 술탄 무라드 4세는 담배를 피우면 몸에 말뚝을 박아 죽이기까지 했다는 끔찍한 역사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설명 부분, 보다 세심한 주의 필요해

저자들은 생물학과 의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입니다. 전문가들이 쓴 내용이기에 일반 독자들은 그 내용을 아무런 의심 없이 상식으로 받아들이거나 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사용(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때) 할 수 있습니다.

감자에 대한 내용 중 '체중 1kg 당 200mg이다. 그러니까 체중이 50kg인 사람이라면 감자 1kg 정도를 먹어야 죽는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치사량을 체중 1kg 당 200mg (0.2g)으로 계산하면 체중 50kg인 사람이 먹으면 죽을 수 있는 감자 량은 10g이 됩니다. 10g이라면 감자 한 개의 무게도 되지 않을 중량입니다. 한 개도 되지 않는 감자가 치사량일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흔하게 먹는 감자에도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덜 익거나 싹이 난 감자는 끓여도 독성이 제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관을 할 때는 햇빛이나 자외선에 노출 되지 않는 곳이 좋습니다.
 흔하게 먹는 감자에도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덜 익거나 싹이 난 감자는 끓여도 독성이 제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관을 할 때는 햇빛이나 자외선에 노출 되지 않는 곳이 좋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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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저자(김원학)에게 전화로 확인해 본 결과, 위 내용 중 200mg은 감자에 들어있는 독소 솔라닌 치사량이라고 합니다. 감자에는 솔라닌이 0.02% 들어 있으니 이를 감자 무게로 환산하면 1Kg이 됩니다. 즉, 1Kg의 감자를 먹으면 200mg의 솔라닌을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몸무게가 50K인 사람은 몸무게만큼인 50kg의 감자를 먹어야 치사량에 해당하는 솔라닌 10000mg(200mg/Kg x 50Kg)을 섭취하는 게 됩니다.

한꺼번에 자기 몸무게만큼의 감자를 먹는 사람은 없겠지만(먹을 수도 없지만) 감자에도 독성이 있다는 것을 숫자적으로 강조하려다 발생한 오류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책 내는 목적, 식물 먹을 때 각별히 조심할 것 당부하기 위해

저자들은 에필로그를 통해 이 책을 쓴 목적은 '독초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초를 함부로 먹다가는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흔하게 식탁에 올라오는 나물에도 중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독성이 이는 식물을 먹을 때 각별히 조심 할 것을 당부하기 위해서'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고사리, 대표적인 산나물이지만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고사리에는 비타민 B1 분해요소인 티아미나아제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고사리, 대표적인 산나물이지만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고사리에는 비타민 B1 분해요소인 티아미나아제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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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러 온 건지, 아니면 나물을 뜯으러 온 건지가 헷갈릴 정도로 뭔가를 뜯기에 열중인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 딱 맞춤식 내용입니다. 그렇게 뜯어오는 나물 중에는 먹어도 되는 나물과 먹어서는 안 되는 독초가 뒤섞여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나물도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는 것을 경고하며,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독초조차도 제대로 알기만 하면 약으로 섭취할 수 있는 비법을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에서 챙길 수 있게 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지은이 김원학·임경수·손창환/(주)문학동네/2014.4.3/2만 4000원)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 우리 곁에서 치명적 유혹을 던지는

김원학.임경수.손창환 지음, 문학동네(2014)


태그:#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김원학, #임경수, #손창환, #(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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