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프랑스 노사의 업무시간 외 전화 및 이메일 금지 협약을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프랑스 노사의 업무시간 외 전화 및 이메일 금지 협약을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프랑스 노사가 업무 시간 외 회사 전화나 이메일 사용을 금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전 세계 근로자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경영자총연합회(경총)와 노동조합은 퇴근 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출근하기 전까지 업무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근로자는 업무 시간이 끝나면 휴대폰을 끄고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며, 회사는 근로자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확인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이를 어기는 회사는 고발 및 소송을 당하게 된다.

프랑스는 1998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과 인터넷 등 통신 기술의 발달로 업무 시간 외에도 근로에 노출된 노동계가 근로시간 준수를 요구하면서 협약이 체결됐다.

미셸 드 라 포제 프랑스 경총 회장은 "퇴근 후 전화나 이메일로 하는 '디지털 근무'도 업무 시간에 포함돼야 한다"며 "다만 불가피한 상황이나 꼭 필요한 것은 업무 시간 외에도 전화나 이메일 확인 등은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비시(BBC) 방송에 따르면, 이 노조는 "근로시간 규제법을 통해 노동자의 휴식을 보호하고 있으나 업무 시간 외 회사의 연락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었다"며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퇴근 후 업무 연락 금지를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단절 의무(obligation to disconnect)'라고 불리는 이 규정은 독일이 먼저 시행했다. 독일 노동부는 긴급 업무를 제외하고는 업무 시간 외 근로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지 말도록 각 기업 관리자에게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2011년부터 서버 조작을 통해 오후 6시 15분부터 오전 7시까지 독일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업무 이메일을 보낼 수 없도록 제한했다.

실효성 논란... 업무 특성상 불가능?

그러나 벌써부터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약 80~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규정이 몰고 온 엄청난 화제에 비하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또한 업무 시간 외 전화나 이메일이 필요한 직군은 공무원, 금융, 의료, 언론, 정보통신 등 전문 사무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 업무의 특성상 무작정 '디지털 근무'를 금지하기도 힘들다.

비비시 방송에서 영국 로펌 트래버스 스미스의 변호사인 앤드류 릴리는 "영국에 이 규정이 도입되더라도 모든 근로자가 보호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많은 직업이 예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르웨이의 석유 애널리스트 알리프 레자는 "나는 업무 시간이 끝난 후에도 30분마다 이메일을 확인한다"며 "이 규정이 제대로 작동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회사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조치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으며, 프랑스 입법부에 의결되지도 않았고,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것도 아니어서 언론 보도가 다소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체니아 젤투코바 차타드 인력개발연구소는 "전화나 이메일을 금지하는 것은 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업무와 여가의 경계를 유연하게 써야 하는 근로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무 시간 외 전화나 이메일을 금지하려면 근로자 역시 업무 시간에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개인적인 용무로 전화하는 것도 철저하게 금지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도 있다.

비비시는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업무와 여가의 균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경영진이 우선순위를 결정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프랑스 노사, #법정근로시간, #업무 이메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