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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뒤늦은 제1야당의 기초선거 공천결정 때문에 뉴스는 온통 새정치연합의 '개혁공천' 여부에 관심에 쏠려 있다. 가뜩이나 뒷전으로 취급되기 일쑤인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정당 공천제도가 있는 선거라면 정당의 신임이라도 묻는다지만 교육감은 특성 상 정당 소속이 아니며, 동시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홍수 속에 충분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투표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지난 선거 때까지는 기호 1번 혹은 2번을 뽑는 후보가 지역에 따라 어부지리를 얻는 해프닝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법을 개정해서 아예 기호를 폐지해버렸다.

교육감 선거,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수도권에서 단일화 전술로 혁신교육감을 두 명이나 배출한 진보진영은 이번에도 일찌감치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2월 인천에서 단일후보로 선출된 이청연 후보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인천지부장과 인천시 교육위원을 지냈다. 2010년 교육감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서울 교육감 후보는 지난 18일 조희연 교수가 선출됐다. 그는 민교협 의장과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을 지낸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다. 보수 진영은 문용린 현 교육감과 김영수 교육의원이 오는 24일 단일후보를 결정하게 되며, 이밖에 고승덕 변호사,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 등이 독자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상곤 전 교육감이 지난 2009년 보궐선거로 당선돼 5년 동안 혁신교육의 큰 성과를 거둔 경기교육감의 후임을 정하게 되는 진보성향의 예비후보는 모두 네 명이다. 이재정 전 성공회대 총장은 30년간 교육계에 종사한 원로이다. 국회 교육위원, 통일부장관, 정당 대표 등 다양한 경력을 소유했다.

최창의 3선 교육의원은 초등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을 지냈다. 이재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역시 3선 교육의원으로 초등교사 출신이다. 2009년 김상곤 교육감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권오일 예비후보는 에바다 특수학교 교장 출신이다. 이들은 18~19일 여론조사, 20일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보수성향의 후보는 모두 8명이 나섰다. 강관희·김광래 교육의원, 권진수 전 인천교육감 권한대행, 김창영 전 기간제 교사, 박용우 전 송탄제일중 교사, 석호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조전혁 전 국회의원, 최준영 전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등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 바로 조전혁 예비후보다. 그는 18대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인물로 법원의 금지결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조합원 실명을 공개하여 세비 전액과 정치후원금, 사무실 운영비 계좌까지 모두 압류 당했다.

또한 뉴라이트 상임운영위원 출신답게 최근까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살리기 운동본부' 활동을 하면서 교학사 교과서를 베스트셀러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출마선언 직후에는 김상곤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좌파교육이라고 매도하면서 김 전 교육감의 전매특허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두 번의 선거에서 후보 난립으로 김 전 교육감에게 손쉽게 재선을 허용한 보수진영이 이번에는 호락호락 물러설 기미는 아니다. 곧 단일후보 결정과정을 거칠 것이며 대부분의 예비후보가 동참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더구나 도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새정치연합 소속 세 명의 경선 후보들과 가상대결에서 여유 있게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제 진보 진영의 경기도 교육감 수성은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빠져 들고 있다.

그러나 관심도가 낮은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만 잘 이루어내고, 특히 인지도가 높고 본선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인물로 단일화가 된다면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지 않은가?

경기교육, 왜 중요한가?

지난 5년, 경기교육청에 혁신교육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작지만 성과도 냈고 있다. 2011년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26만9천원이었는데, 2012년 24만9천원으로 무려 7.4%나 감소한 것이다. 이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그 폭이 가장 큰 것이었다. 김상곤 표 혁신교육 실험이 채 3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 후 혁신학교로 전학하거나 진학하기 위해 위장 전입하고, 복덕방에 줄을 대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안정적 혁신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재정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경기도 내 혁신학교는 30여개에 불과해서 초중고 연계 시스템도 안 되고 농촌형·도시형·미래형 혁신학교 등 다양한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경기도는 나라 전체 인구의 대략 4분의 1을 점하고 있으며 면적과 학생 수는 그 이상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8조원 정도를 받고 있으며 마땅히 받아야 할 2조원 정도가 허공에 붕 떠 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교육재정 6% 확보 공약은 있어왔지만 늘 후순위로 밀렸고,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매번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국회의원 숫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지만 번번이 입법과 예산에서 찬밥 신세가 돼 온 것이다. 학급 당 정원을 25명으로 감축해야 인성교육도 가능하고, 유아교육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적 무상교육이 가능해진다.

나른한 오후 시간 간판도 없는 허름한 선거사무실을 물어물어 찾아간 기자는 이재정 예비후보와 마주 앉았다. "보수진영에서 정치인 출신이라고 세게 비판했던데요?"라고 첫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저는 본래가 교육자입니다. 대학교 떨어지고 재수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고향에 내려가 관인학원을 운영했고, 성공회신학교를 설립해서 26년을 봉직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4년 고정 지도교수 제도를 도입한 건 아마 제가 최초일 겁니다. 정치인으로 외도한 건 5년 남짓이지요. 그것도 국회에서는 교육위원만 했답니다."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지금 경기교육은 중앙정부를 움직여야 하고, 국회와 여야 정당에 줄도 대야 하는 등 이른바 정무적 활동에 능한 교육감이 필요합니다. 감히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반대했던 김상근 목사도 마지막엔 나오라고 서명을 했더라고요"라고 말하면서 교육재정 확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럼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해주시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교육청은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므로 대학교수 출신이 대개 부적합하다고들 하죠. 그러나 저는 현재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고, 처음 시작한 곳이 관인 중등학교였습니다. 국회 교육위원 활동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다 초중등교육 지원 업무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염려되는 것은 사실 예선전입니다. 경쟁하고 있는 세 분 후보들이 다 좋은 분들이고, 전교조 출신에 김상곤 교육감후보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에 쟁쟁합니다. 저는 뒤늦게 뛰어들어 선거인단도 많이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걱정이 많이 앞섭니다."

다른 일정을 위해 자리를 일어서는 순간에도 그는 기자에게 지금도 서대문구청과 함께 하는 청소년 폭력예방 선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면서 "낙오자가 없는 교육,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교육이 진짜 혁신교육"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다시 한 번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에게는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경쟁하는 젊은 후보 세 사람의 경쟁력도 절대로 만만치 않다고 배웅 나온 한 참모는 정말 엄살이 아니라고 귀띔한다. 서울 도봉동에서 수원 권선동까지 애써 찾아간 기자도 학부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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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단일후보,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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