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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임시정부수립기념식 행사에 불참한 배경을 설명하고 난 뒤, 환하게 웃고 있는 김진태 국회의원.
 14일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임시정부수립기념식 행사에 불참한 배경을 설명하고 난 뒤, 환하게 웃고 있는 김진태 국회의원.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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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보수의 아이콘'임을 자처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 13일 광복회 강원지부가 주최한 임시정부수립기념식과 관련해, "정치인 보고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니... 축사 순서도 지사, 전교조 교육감, 보훈지청장 다음이었다"며 불만 섞인 발언을 토해내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김 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춘천의 한 보훈단체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에서 지난번 천안함 기념식 때 내가 최문순 지사에게 천안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깐' 일을 거론하며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항의하고 불참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항의에 "그 단체장의 답변은 '우리 단체는 좌도 우도 아니다'"라고 답했다며, 그 말을 두고 "언제부터 우리 대한민국이 좌익을 인정했나?"라고 몰아붙였다. 그 말에 이어서는 또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지사, 교육감이 바뀌어도 똑같은 소릴 할까?"라는 말로 광복회를 윽박질렀다.

김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뒤로 지금까지 자신과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김 의원이 13일 광복회를 향해 이 같은 말은 쏟아낸 것은 '천안함과 관련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며 자신의 입을 막은 광복회 역시 '좌익'과 다름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원도당 "상식 이하의 망언, 즉각 사과하라"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26일 춘천시 에티오피아 한국참전기념관 앞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4주년 추모제'에서 시작됐다. 이날 최문순 도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무력 도발을 다시 반복하지 말 것"과 "무력 도발에 대해 단호한 응징"을 경고했다. 이 말은 곧 최 지사가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최 지사 뒤를 이어 추도사를 한 김진태 의원은 "(천안함과 관련해) 도지사에게 굳건한 안보관을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최 지사에게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김 의원이 추도사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이런 발언은 한 것은 최 지사가 지난 2월 15일 한 TV방송과 진행한 인터뷰 때문이다.

그 인터뷰에서 최 지사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정부가 설명할 부분이 아직도 너무 많다"며 의문을 나타내고, "(그 점이) 명확히 설명되면 북한의 행위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 이후로, 그 말은 새누리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 지사의 안보관을 공격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문제는 김 의원의 발언이 단순이 최 지사의 안보관을 공격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 지사가 '천안함 추모제'에서 분명히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무력 도발을 다시 반복하지 말 것"을 거론했는데도, 김 의원이 계속 최 지사의 안보관을 문제 삼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

최근 최 지사의 안보관을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은 김 의원 말고도 또 있다. 새누리당 강원도당과 새누리당 정창수 강원도지사 예비후보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문순 도지사의 국가 안보관과 정체성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천안함과 관련해) 명확하게 답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강원도당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최 지사의 안보관을 선거 이슈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앞장서 자당 소속 도지사 예비후보들의 입지를 강화해주고 있다. 그래서 최 지사가 분명히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소행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연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강원도당은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김진태 국회의원(강원 춘천)이 또 다시 상식 이하의 망언을 쏟아냈다"며 "독립 유공자와 그 후손 분들께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김 의원이 장소를 불문하고 선거와 관련해 민감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에도 불쾌한 반응을 나타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임시정부수립기념식은 국가 발전과 국민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로, 김진태 의원이 참석해 선거 유세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점을 지적하고는, 그런데도 "(김 의원이) 기념일 행사를 폄훼하고 대한민국을 존재케 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와 그 유족 분을 모독하는 발언을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명에서 "자신의 잘못은 깨닫지 못한 채 경거망동을 일삼는 김진태 의원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김 의원에게 "언제까지 색깔논쟁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김진태 의원이 평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색깔론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김진태, #최문순,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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