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한순간에 뒤집어졌다. 역시 축구장은 방심한 자들에게 큰 교훈을 안겨주는 곳인가보다. '봉동 이장'님이 추가골을 주문하며 간판 골잡이 이동국을 들여보내자마자 벌어진 일이었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 모터스(한국)가 15일 저녁 7시 30분 요코하마에 있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그룹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의 방문 경기에서 이른 시간에 터진 한교원의 선취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후반전에 두 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G그룹의 네 팀이 똑같이 승점 7점(2승 1무 2패)으로 나란히 서는 보기 드문 순위표가 만들어졌다.

달아날 기회 놓친 전북

안방 팀 요코하마는 이 경기가 벼랑 끝 맞대결이었다.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남기기 위해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먼저 전북이 활짝 웃었다. 그것도 비교적 이른 시간인 7분경의 사건이었다.

그 상징적인 시간을 등번호로 달고 뛴 한교원이 주인공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이재성이 넘어지면서 올려준 공을 골잡이 카이오가 이마로 떨어뜨려주었다. 이 공의 흐름을 한교원이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안방 문지기 에노모토가 먼저 공을 쳐내고 안간힘을 썼지만 발 빠른 한교원을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요코하마 F 마리노스는 왼발잡이 미드필더 나카무라 슌스케를 중심으로 전북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36분에 문지기 권순태의 가슴으로 날아가는 유효 슛 하나만 눈에 띄었다.

안방 팀의 히구치 야스히로 감독은 0-1로 뒤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후반전에 미드필더 효도를 빼고 골잡이 후지타를 들여보내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문제는 전북이 추가골 기회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정말로 후반전 초반에 전북에게 추가골을 넣을 기회가 여러 차례 찾아왔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중원이 허술해졌다는 증거라 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 때 더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역전패의 화근이 된 셈이다.

48분, 선취골의 주인공 한교원이 달라붙는 상대 수비수를 셋씩이나 따돌리고 카이오에게 밀어준 공이 슛으로 이어졌지만 공이 높게 떠서 골문을 벗어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추가골을 뜻대로 퍼부을 수 있는 것이 강팀의 조건이라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카이오는 그로부터 3분 뒤에 왼발 중거리슛 기회를 얻었지만 문지기 에노모토의 슈퍼 세이브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63분에 이동국과 교체되어 벤치로 물러나는 그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김기희의 헛발질로 내준 역전골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을 들여보내며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그만큼 추가골이 절실했던 전북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내리 두 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동국 교체 투입 - 동점골 허용 - 역전골 허용'이 정확하게 1분 간격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골잡이 사이토 마나부는 64분에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왼쪽 옆줄 던지기를 받아서 곧바로 오른발 발리슛을 성공시켰는데 거리도 멀었고 각도 또한 상식적인 슛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기에 문지기 권순태도 크로스바 아래쪽을 스치며 떨어지는 공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 기막힌 동점골을 터뜨린 사이토 마나부는 곧바로 1분 뒤에 이어진 역습 기회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북 수비수 김기희가 그리 어렵지 않게 걷어낼 수 있는 공이었지만 어이없게 헛발질을 내지르는 바람에 역전 결승골을 내준 것이었다.

이에 놀란 최강희 감독은 3분 뒤에 수비형 미드필더 최보경을 빼고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레오나르도를 들여보냈지만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역전골을 지키려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수비 라인을 끝내 허물지 못했다.

한편, 이보다 앞서 멜버른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맞대결은 예상 밖으로 홈 팀 멜버른이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G그룹 네 팀은 나란히 승점 7점(2승 1무 2패)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오는 22일 밤 8시(한국시각)에 동시에 열리는 두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팀이 가려지게 된다.

그나마 전북은 멜버른을 전주성으로 불러 치르는 일정이어서 조금 유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이보다 앞서 열리는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방문 경기(4월 19일 낮 4시, 광양전용경기장)까지 고민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2014 AFC 챔피언스리그 G그룹 5라운드 결과(15일 저녁 7시 30분, 요코하마 국립경기장)

★ 요코하마 F 마리노스 2-1 전북 현대 모터스 [득점 : 사이토 마나부(64분), 사이토 마나부(65분) / 한교원(7분)]

◎ 전북 선수들
FW : 카이오(63분↔이동국)
AMF : 이재성, 이승기, 한교원(76분↔김신)
DMF : 김남일, 최보경(68분↔레오나르도)
DF : 박원재, 윌킨슨, 김기희, 이규로
GK : 권순태

◇ G그룹 현재 순위(2위까지 16강 진출)
전북 현대 모터스 5경기 7점 2승 1무 2패 8득점 7실점 +1
광저우 에버그란데 5경기 7점 2승 1무 2패 8득점 7실점 +1
멜버른 빅토리 5경기 7점 2승 1무 2패 9득점 9실점 0
요코하마 F 마리노스 5경기 7점 2승 1무 2패 6득점 8실점 -2

◇ G그룹 마지막 경기 일정(4월 22일 밤 8시 동시에 시작)
전북 현대 모터스 - 멜버른 빅토리(전주월드컵경기장)
광저우 에버그란데 - 요코하마 F 마리노스(광저우 티엔허 스포츠 센터)
축구 챔피언스리그 전북 모터스 한교원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