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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강당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피고발인인 남재준 국정원장과 이시원·이문성 검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 검찰,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 결과 발표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강당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피고발인인 남재준 국정원장과 이시원·이문성 검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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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뇌물을 수수한 검사나 피의자와 성관계 맺은 검사는 해임당했다. 그럼 증거 검증을 소홀히 해 법원에 위조문서를 제출한 검사는 어떻게 될까.

검찰은 14일 국가정보원 증거조작사건 수사 결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담당한 이시원·이문성 검사는 불기소처분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위조에 관여하지 않았고, 위조한 정황을 몰랐다며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다만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긴급 소집한 간부회의에서 "참으로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다, 면목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두 검사의 감찰을 지시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판 검사들의 과오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결과 발표 직후 수사팀에게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

대개 조사를 마친 감찰본부가 징계 수위를 어느 정도 정리하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심의를 청구한다. 징계위는 당연직인 법무부 장관(위원장)과 차관에 검사 2명, 변호사·법학교수 등 외부위원 3명으로 꾸려져 있다. 위원들은 전체회의를 열어 당사자의 진술을 듣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징계 여부와 내용을 최종 확정한다.

검찰총장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라는데...

'공무원 간첩사건' 결심공판을 앞둔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우성씨의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재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원, 이문성, 최행관 검사, 이현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장.
▲ 법정 향하는 '공무원 간첩사건' 담당 검사들 '공무원 간첩사건' 결심공판을 앞둔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우성씨의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재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원, 이문성, 최행관 검사, 이현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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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징계 수위다. 검사 징계 사유(검사징계법 2조)는 정치운동 등을 하거나 직무 위반 또는 태만, 검사로서의 체면·위신 손상 등이 있다. 징계 종류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다섯 가지다.

증거조작 사건은 이 가운데 직무 위반 또는 태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시원·이문성 검사는 국정원이 가져온 증거들의 검증을 소홀히 했다. 윤갑근 팀장은 14일 "위조된 것이지만 (국정원에서) 문서가 왔으니 검사들은 믿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같은 문서 2부가 서로 다른 팩스번호로 전달된 점 역시 몰랐다고 했다. 국정원만 믿고, 제대로 수사 지휘를 하지 않은 무능한 검사라는 비난을 자처한 셈이다. 물론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이 모르거나 정말 국정원을 믿었어도 사안 자체가 심각하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14일 수사결과 발표 후 낸 성명에서 "검찰은 전대미문인 증거조작사건의 의미와 파장을 희석하고 축소시켰다"며 "국민적 공분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도 "담당 검사들이 증거날조를 알 만한 정황이 충분했는데도 검찰이 동료 봐주기 수사를 했다(천주교인권위원회)", "사법체계 근간을 흔든 중대범죄행위를 몸통숨기기, 꼬리자르기,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국민을 기만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고 비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징계당한 검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봐도 담당 검사들의 가벼운 징계로 넘어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법무부는 2013년부터 2014년 2월까지 총 20명의 검사를 징계했다. 이 가운데 억대 뇌물을 수수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전아무개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해임됐다. 증거조작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뇌물 수수보다, 성추문보다 사안이 가볍다고 하긴 어렵다.

ⓒ 고정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그래도 계속 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증거조작 수사과정에서 '제 식구'를 감싼 마당에 감찰-징계 과정도 비슷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들린다. 검찰이 법무부에 아예 징계를 청구하지 않는 방법이 있어서다.

전력도 있다. 올 1월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해 검찰출입기자를 성추행한 이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의 감찰을 '경고'로 끝냈다. 이 경우 정식 징계가 아니기 때문에 법무부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 관보에 공시되지도 않는다. 인사기록에 남는 정도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 일을 두고 "솜방망이 처분", "검찰의 이중 잣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자연스레 검찰을 못 믿겠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전날 "검찰 수사 결과는 특별검사제 도입 주장이 맞다는 걸 보여주는데, 특검이 도입 안 된 상황이라 유일하게 검찰을 수사할 수 있는 경찰에 담당 검사를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예정대로 15일 이시원·이문성 검사를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와 직무유기 등으로 고발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범죄 공모·가담자인 검찰이 수사하는 게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남재준 원장 등 국정원 대공수사 지휘라인도 무고·날조죄로 함께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14일 "증거조작사건 수사 결과는 참담하다"는 논평을 냈다. 이들은 "검찰이 두 달이나 수사를 해놓고도 누가, 왜 이 일을 기획했는지 밝히지 못한데다 담당검사 무혐의처분은 제 식구 감싸기가 분명하다"며 일침을 놨다. 참여연대는 국회에 즉각 특검을 도입, 철저한 진싱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국정원, #증거조작,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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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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