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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콤플렉스라고 할 것은 없다. 역사를 봤을 때 우리 민족은 한족에게 그다지 당하지는 않았다. 기원전이었던 한무제에게 한번 당했지만 이후에는 수나라나 당나라가 침입했을 때도 굳건히 지켰다. 한족이 아닌 몽고족의 원(元)이나 만주족의 청(淸)에게 당했지만 적정한 선을 두면서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켜왔다.

중국은 북한과의 등거리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 정세를 조율한다
▲ 압록강 단교 중국은 북한과의 등거리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 정세를 조율한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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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중국의 패권주의 가능성을 물어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경계심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전쟁에 참여한 중공군의 기억과 근현대를 지배했던 반공교육이 큰 역할을 한 덕분이다.

물론 G2를 넘어서 G1으로 가는 중국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 마냥 달가울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미국과 우방으로 국제관계를 설정했고, 1992년 한중수교 이후에는 중국과 경제적 우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것인가는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우선 그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한 시간으로 가보자.

시간은 1974년 4월 6일, 서서히 부활하는 중국의 차세대 주자인 덩샤오핑은 유엔 제6회 특별회의에서 중국을 대표해 연설을 했다.

"중국은 지금도 아니며, 앞으로도 초강대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만일 중국이 낯빛을 바꿔서 초강대국으로 변하고 세계에 패권국가를 자처하며 곳곳에서 다른 인민들을 모욕하고 침략하고 수탈한다면 세계인들은 마땅히 중국에 사회제국주의라는 모자를 씌워야 하며 그 사실을 폭로하고 반대해야 한다."

여전히 가난한 나라였지만 1964년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만큼 세계의 우려가 많은 상태에서 중국 스스로가 온순한 국가라는 것을 공표하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2년후인 1976년 마오쩌둥이 죽는다. 마오가 죽은 후 덩은 화궈펑과의 권력투쟁에 이긴 후 주도권을 잡아 1980년에 들어서야 개혁개방을 시작한다. 이후 40년만에 중국의 패권화는 세계의 화두가 됐다. 과연 중국의 패권주의는 문제가 있으며, 스스로의 말을 뒤엎는 부도덕한 것일까.

과거 필자는 중국의 한 고위급 외교관을 만나서 심중을 떠볼 수 있는 말을 들었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자 나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미국은 스스로의 탐욕으로 저런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입장에서 다시 미국이 재기할 수 있도록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는 답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유럽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다. 우리도 유럽을 주시하고 있다."

이 말을 깊게 보면 두 가지 함의가 있다. 하나는 우리 스스로 나서기 보다는 유럽과 함께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할 것이다 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는 유럽을 부추겨서 미국이 가진 경제 패권을 다분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그때도 유럽에 대규모 구매단을 보냈고, 당시 상무부장이던 천더밍(陳德銘)을 유럽에 보내 각국의 국채를 사주는 선심공약을 했다. 위안밍위앤 유물 경매로 감정이 상했던 프랑스와도 재빨리 화해모드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달러의 기축통화 의문은 중국이 말하는 것도 있지만 유럽에서 더 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원인도 크다.

중국은 거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외교를 펼친다
▲ 중국 인민은행 중국은 거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외교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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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은 중국의 전형적인 외교 수법인 이이제이(以夷制夷)이다. 오랑캐(유럽)으로 하여금 오랑캐(미국)을 제어하게 하는 이런 수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스스로에 있다. 이런 뻔한 수가 놓였는데도 미국은 방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너무나 과도한 금융 거품에 쌓인 미국이 서브 프라임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로 인해 현실화될 위기를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조차 중국에 국채를 사달라고 애걸하는 한편 3조5천억달러가 넘어선 중국 보유 국채의 유지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언제든지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중국에게 계속해서 곳간 지분을 넘겨주는 상황인 셈이다.

그럼 중국의 수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사실 이 해답은 '화폐전쟁'의 저자 쏭빙홍 같은 중국 거시경제정책 브레인들에 의해 이미 판이 짜져 있다. 우선 엄청나게 보유한 미국 달러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 반면에 달러로는 미국의 국책기업(석유회사 유노칼 같은)을 살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또 달러화의 급격한 붕괴는 공황의 심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바로 무리수를 둘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 답은 쑹홍빙의 행보를 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입장을 표명하니 따라올 자들은 따라오라는 거만한 수법이다. 쑹홍빙은 1차 위기(13조 달러)의 두배에 달하는 25조 달러(파생 상품은 제외)의 금융위기가 올 것으로 오고 미국이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모든 원인을 달러의 기축통화에서 찾는다. "미국 투자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30배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고, 상업은행은 20배 많은 자산을 운용"하는 상태는 작은 부실도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토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 오바마 역시 월가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들어 이 위기 극복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그의 인터뷰는 대부분 이렇게 끝난다. 결국 위기를 말한 채 답은 없다.

그럼 3조5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 등을 바탕으로 중국은 수년 안에 세계 양대 헤게모니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선 양대 헤게모니로 성장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드파워, 소프트파워의 순으로 보자.
1964년 탄두는 이곳에서 시험을 하고, 본 실험은 신장에서 했다
▲ 중국에서 첫 원자력 실험을 한 칭하이후 인근 실험장 1964년 탄두는 이곳에서 시험을 하고, 본 실험은 신장에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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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하드파워 측면을 보자. 중국은 미국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1960년대 핵폭탄을 개발했고, 수소폭탄은 물론이고 군사위성 등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완벽한 MD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정면대응하면 승산을 보장하기 어렵다. 미국으로서는 정면대결은 피하고, 측면을 치면서 중국의 전력이 약해지기를 기다려야할 처지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군사적인 면을 지켜줄 제조업 등에서는 오히려 중국보다 미국이 휠씬 더 취약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조업의 부흥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미국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제조업이 받쳐주는 중국이 더 유리해질 수도 있다는 가정이 나온다. 거기에 중국도 수년전부터 아프리카 등에서 자원외교를 시작해 미국에 못지 않은 자원을 확보한 상태다.

소프트 파워에서는 아직 중국이 미국에 약세를 보인다. 전세계가 갖고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더불어 '중국 위협론'은 세계에 깊숙이 전제하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다. 앞서 말했듯이 덩샤오핑이 패권으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는 중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는데는 이견이 없다. 또 덩샤오핑의 전제에는 "다른 인민들을 모욕하고 침략하고 수탈한다면"이 있는데 이 범위 역시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하다. 때문에 세계인들은 중국의 성장을 달갑지 않게 본다. 또 티벳 사태나 파룬궁 사태, 사형제 등으로 인해 인권 부분에서도 중국은 취약하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사실 중국이 세계의 패권으로 간다면 경제, 군사적인 부분보다는 이 인식을 어떻게 불식시키고 중국 내부에서도 국가 근간을 어떻게 민주적인 형태로 가져가는가가 중요한 전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 중국의 문화라는 것이 현재까지는 장이모의 영화 정도로 세계에 인식되어 있는데 어떻게 콘텐츠의 가치나 질을 높이는가도 중국에게는 큰 문제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선의 미국과 악한 상대국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세계의 경찰'이라는 인식을 심어왔다.

이런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은 유럽과 동아시아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은 중국의 원조를 받은 EU가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 축소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을 두고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힘의 대결은 현재 미국 쪽에 기운 한국, 일본과 중국 쪽에 가까운 북한, 러시아 등이 힘과 명분 싸움을 같이 벌이고 있는 형태다. 물론 완벽한 편 가르기가 아니라 사안사안에 따라 급속하게 이합집산의 문제를 벌이고 있다는 것도 이 대립의 큰 특징이다.

안의사는 이곳에 갖혀 있었다. 중국은 거의 열지 않았던 이 감옥을 최근에 언론에 개방하는 등 한국과 유화적 태도를 보인다
▲ 뤼순 안중근 의사감옥 안의사는 이곳에 갖혀 있었다. 중국은 거의 열지 않았던 이 감옥을 최근에 언론에 개방하는 등 한국과 유화적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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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교적 조용했던 지도자였던 후진타오의 시대가 가고, 시진핑의 시대가 왔다. 그리고 미국은 빠르게 카드를 던지면서 중국의 반응을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문제를 두고 보이는 미국의 입장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헤이글 국방장관은 시비를 걸 듯 노골적으로 일본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자세에 대해 시진핑 등의 지도부가 속이 좋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우선은 강경한 자세를 보이기 보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 역시 앞선 지도자들이 하는 것처럼 거대한 외환 보유고 보따리를 들고 다니면서 유럽 등을 달래고 있다. 또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 같은 외국인 의거자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면서 한국과의 관계에도 열의를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연재기사



태그:#중국, #패권,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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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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