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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라 쌓기에 열심인 노인들
 카프라 쌓기에 열심인 노인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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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에는 카프라 놀이를 한 번 해보시겠습니다."
"카프라? 그게 뭐지? 처음 듣는 소린데"

노인들이 처음 들어보는 말에 낯설어 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인다.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80대까지의 노인들이어서 손자손녀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이름에도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젊고 발랄한 놀이강사의 설명을 듣고 강단 스크린에 비친 화면을 보며 곧 놀이에 들어갔다.

울타리를 기찻길처럼 만든 노인 그룹
 울타리를 기찻길처럼 만든 노인 그룹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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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된 마을 모습이 멋집니다
 완성 된 마을 모습이 멋집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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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20명씩 그룹을 지어 카프라 쌓기로 마을을 만들어 보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노인들은 곧 원형으로 빙 둘러 앉아 저마다 카프라 쌓기를 시작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놀이인데도 노인들은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열심히 마을을 만들어 나갔다. 화면에 비친 모형을 모방하기는 했지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닌 듯 했다.

지난 3월 31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시립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해피시니어봉사단'의 봄나들이 행사가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숲체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렸다. 참가한 노인들은 복지관 식당에서 근로봉사활동을 하거나 다른 노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는 노인들이었다. 복지관 측이 마련한 위로여행이었다.

버스 2대에 나누어 타고 달려간 곳은 '숲체원'이었다. 숲체원은 횡성군에 있는 청태산(해발 1200미터)자락 해발 800미터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점심을 먹고 강당에 모인 노인들은 한지 전등 만들기에 이어 카프라 쌓기 놀이에 들어갔다. 카프라 쌓기는 요즘 젊은 부모들에게는 익숙한 어린이 장남감이지만 대부분 70~80대 노인들에게는 분명히 매우 낯선 놀이기구였다.

높은 탑과 마을 안길이 정교합니다
 높은 탑과 마을 안길이 정교합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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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이 마을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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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라 쌓기 '마을 만들기' 놀이를 시작하기 전 놀이강사는 카프라(KAPLA)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유아놀이기구의 하나인 카프라라는 말은 네덜란드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요술판자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요술판자는 한 가지 크기와 모양의 원목 나무판자로 수많은 모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요술을 부리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카프라는 붙이거나 끼워서 만들지 않고, 오직 무게중심과 힘의 분산, 중력의 원리에 의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활동을 하는 교구였다. 특히 카프라는 교구 자체가 폭과 넓이, 그리고 길이가 3 : 5 : 15의 비율을 지니고 있어 외관상으로 아름다운 완성에 이르게 하고, 비율의 홀수 진행은 무한한 조형미를 나타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카프라는 그냥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유아나 어린이에게는 교육과 놀이용도로, 성인에게는 놀이와 두뇌훈련 및 여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구였다. 특히 육체의 운동지능은 물론 논리와 수학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교구로서, 해결력과 창의력 및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난감 겸 교재라고 했다.

한지로 전등 만들기
 한지로 전등 만들기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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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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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놀이에 참가한 노인들은 매우 재미있어 하고 진지했다. 노인들은 금방 놀이에 흥미를 갖고 카프라 쌓기에 몰두했다. 1시간이 지나자 다섯 개 그룹 노인들은 저마다 멋진 마을을 만들어 놓았다. 화면에 비친 마을 모양을 모방했지만 다섯 개 그룹의 마을 모습은 모두 달랐다.

물론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했다. 빙 둘러 쌓은 울타리와 중앙에 쌓아 올린 탑이 그랬다. 그러나 모형 하나하나의 모습은 모두 달랐다. 저마다의 구상과 솜씨가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완성된 작품을 보며 좋아하는 노인들의 표정에서는 어린이들 같은 순진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룹별로 모여 앉아 작품만들기에 열중하는 노인들
 그룹별로 모여 앉아 작품만들기에 열중하는 노인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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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함께 어우러져 만든 한지 전등도 좋은 추억이 될 듯 했다. 모두들 자신이 만든 한지전등을 소중하게 갈무리하는 모습이 서울의 집에 가져가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표정들이었다. 모두 나이 많은 노인들이었지만 복잡한 서울에서 다른 노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다가 깊은 산골에 들어와 함께한 놀이가 마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았다.

"참 재미있고 유익한 놀이었어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모습도 좋았고요."
"늘그막에 좋은 추억 하나 만들었네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내일 일정도 기대됩니다."

노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았다. 다음 날은 '숲 해설사'의 안내로 공기 맑은 숲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태그:#카프라, #숲체원, #서울시립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노인들, #한지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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