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골잡이 정대세의 드리블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안재준이 따라붙고 있다.

수원 골잡이 정대세의 드리블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안재준이 따라붙고 있다. ⓒ 심재철


지난해 네 차례의 맞대결 기록에서 2승1무1패(6득점 4실점)의 우위를 자랑했기에, 인천 팬들로서는 내심 이 경기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뒤 일요일 저녁 분위기는 우울하게 바뀌고 말았다. 상대 팀 수원은 지난해 그들이 아니었다. 물론, 인천도 지난해 상위 스플릿에 올라서며 가슴을 활짝 펼치던 돌풍의 그들이 아니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3일 낮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 했다는 부담감이 경기 내내 느껴질 정도였다.

수원 골잡이 정대세가 부럽다

시즌 개막 후 일곱 경기에서 4무3패의 성적으로 바닥을 헤매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간판 골잡이 설기현을 벤치에 두고 니콜리치를 맨 앞에 내세우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구본상이 뛰던 자리에는 새내기 김도혁을 내보냈다.

하지만 선수 몇 명을 바꿔 들여보낸다고 해서 경기력이 단 번에 달라질 리는 없다. 더구나 상대 팀 수원은 전통의 축구 명가답게 한 수 위의 조직력을 자랑했기에 인천이 따라잡기에는 버거웠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특히 수원 골잡이 정대세가 부러웠다. 라돈치치-데얀 다미아노비치-유병수로 이어졌던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의 계보를 2012년부터 베테랑 설기현(2012~2013년 합산 66경기 11득점 7도움)이 이어받는 듯 보였지만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 침묵의 늪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원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정대세는 공격의 중심답게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며 맹활약했다. 경기 시작 후 12분 만에 얻어낸 선취골(프리킥 세트 피스)도 그가 얻어낸 측면 프리킥이었고, 후반전 초반에 터뜨린 페널티킥 추가골 또한 자신이 얻어내고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성공시켰다.

안재준과 이윤표가 변함없이 짝을 이룬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는 수원 골잡이 정대세를 막아내느라 경기 내내 곤욕을 치렀다. 그들은 단순히 수비하는 것에만 지친 것이 아니라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 했다. 그 이유는 정대세가 여느 공격수보다 왕성한 체력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패스 줄기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보기 드문 성실함은 인상적인 수원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26분, 문상윤의 찔러주기가 골잡이 니콜리치(파란색 11번)를 겨냥하고 있다.

26분, 문상윤의 찔러주기가 골잡이 니콜리치(파란색 11번)를 겨냥하고 있다. ⓒ 심재철


그러다보니 인천 유나이티드는 효율적인 역습 전술을 펼치지 못했다. 니콜리치가 든든한 체격 조건을 자랑하며 공 소유권을 따내기는 했지만 다음 연결이 뜻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7경기 연속 무득점 신기록 불명예

일요일 낮 6406명의 안방 관중 앞에 선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시즌 첫승의 염원을 담아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새롭게 변신한 수원의 조직력 축구 앞에 맥을 못 추고 무너졌다.

서정원 감독이 야심차게 다듬고 있는 수원의 조직력 축구는 맨 앞 골잡이 정대세부터 가운데 수비수 헤이네르에 이르기까지 훌륭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민첩한 토털 사커를 추구했다. 그러다보니 김봉길 감독이 준비한 인천의 패스 축구가 세 차례 이상 매끄럽게 이어질 리 없었다.

수원이 만든 쐐기골(76분) 과정 하나만으로도 인천의 심각한 경기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반전 교체 선수 배기종이 오른쪽 옆줄을 따라 빠르게 달려가서 띄워주기를 보냈고 이 공을 받은 산토스는 경쾌한 몸놀림으로 오른발 발리슛을 권정혁이 지키는 인천 골문 왼쪽 톱 코너에 꽂아 넣었다.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주장 박태민을 빼고 측면 수비수 최종환을 들여보내며 측면 수비 라인의 변화를 주었다. 오른쪽에서 뛰던 용현진을 왼쪽으로 보내고 최종환을 오른쪽 측면에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선수를 바꾼다고 해서 무너진 측면이 살아날 리 없었다.

지난 해 인천이 상위 스플릿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원동력이 측면 공격과 수비의 조화였다는 사실을 잊은 듯 했다. 인천의 측면 자원은 괜찮은 편이었다. '남준재-이천수-주앙파울로-문상윤' 중에서 누구를 선발로 내세울까를 행복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천수가 갑작스런 부상을 당해 앞선 네 경기에서 잠깐씩만 뛴 것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의 빈 자리를 빛내주어야 할 남준재도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고 급기야는 가운데 공격수 이효균을 측면 자원으로 뛰게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을 정도다.

사실 최근 두 경기에 걸쳐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문상윤이 그나마 제몫을 다해주고 있지만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가 더 어울리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로 봤을 때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다.

게다가 9일(수) 저녁 부산과의 안방 경기(0-0)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허리가 삐끗한 설기현이 아직까지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 공격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설기현이 측면으로 움직이며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나가서 올려주는 크로스를 받아서 마무리지을 해결사의 부재도 큰 숙제다. 니콜리치-이보-이효균이 번갈아가며 설기현의 크로스를 빛낼 수 있어야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중원의 핵심으로 떠오른 배승진

인천 유나이티드 중원의 핵심으로 떠오른 배승진 ⓒ 심재철


그나마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북으로 떠난 김남일을 대체할 수비형 미드필더 배승진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미들 프린스 구본상, 새내기 김도혁과 어우러져 인천의 중원을 책임질 그가 팀의 부활을 주도할지 주목할 만하다.

어쨌든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 역대 최다 연속 무득점 신기록을 불명예스럽게 뒤집어쓰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2부리그(K리그 챌린지)로 내려가 있는 대전 시티즌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그런데, 그 기록이 워낙 오래된 것(2008. 10. 19~2009. 3. 14)이라 가물가물하니 2014년 3월 15일(인천 0-1 전북)부터 시작된 7경기 연속 무득점 기록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천의 이 기록은 앞으로 더 늘어날 조짐도 있기에 김봉길 감독과 팬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비교적 먼 거리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일정이 두 차례나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고개숙인 인천 선수들은 오는 20일(일요일) 낮 4시에 제주 유나이티드(6위, 4승 1무 3패)를 상대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야 하고, 27일 낮 2시에는 스틸야드로 들어가 현재 1위 포항 스틸러스(5승 1무 2패, 18득점 10실점)와 부딪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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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13일 낮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김은선(12분,도움-염기훈), 정대세(51분,PK), 산토스(76분,도움-배기종)]

◎ 인천 선수들
FW : 니콜리치
AMF : 문상윤(75분↔설기현), 이보, 이효균
DMF : 김도혁(56분↔주앙파울로), 배승진
DF : 박태민(46분↔최종환), 이윤표, 안재준, 용현진
GK : 권정혁

◎ 수원 선수들
FW : 정대세
AMF : 염기훈, 산토스(78분↔로저), 고차원(67분↔배기종)
DMF : 김두현(84분↔조지훈), 김은선
DF : 홍철, 조성진, 헤이네르, 오장은
GK : 정성룡
축구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원 블루윙즈 정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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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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