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된 SBS < K팝스타3 >에서 결승전 무대에 오른 샘김과 버나드박.

지난 13일 방송된 SBS < K팝스타3 >에서 결승전 무대에 오른 샘김과 버나드박. ⓒ SBS


콧등이 시큰해졌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 K팝스타3 > 결승전에 올라선 샘김과 버나드박의 무대를 보는 내내 그랬다. 흔하디흔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파이널 라운드. 노래 잘하는 참가자들의 결승 무대를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그들의 마지막 오디션에 눈물이 났다.

샘김의 음정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참가자들에 비해 그의 성량은 턱없이 모자라다.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가요를 부르는 것이 어지간히 고역일 수가 없다. 아직은 긴장감의 티를 감출 수 없는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 결승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결승전에 오른 버나드박의 목 상태는 다른 때보다 거칠고 고르지 못했다. 그 역시 객석을 압도했던 두성의 울림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다. 한국어에 취약하여 가요를 부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버나드박도 마찬가지다. 파이널 무대에서는 가사를 놓치는 실수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아쉬운 한숨은 심사위원석에서 유난히 크게 나왔다.

손에 땀을 쥐게 한 두 남자의 진검승부

하지만 이 두 라이벌의 무대는 지금까지 < K팝스타 >가 치른 결승전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심사위원이 그들에게 준 점수의 차이보다, 그들을 응원하는 관객들의 환호성보다 더 긴장감을 일으켰던 것은 그들이 마지막 무대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었다. 샘김과 버나드박은 자신들이 지닌 현란한 무기들을 앞세워 결승전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들은 목소리가 아닌 영혼으로 노래를 하는 무대를 올렸다.

샘김의 기타실력은 언제나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루브한 리듬감과 매력적인 보이스의 어우러짐은 감미로우면서도 힘차다. 빅뱅의 '거짓말' 과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잉글리쉬맨 인 뉴욕)'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재구성한 편곡 실력은 가히 천재라 불려도 좋을 만큼 완벽했고 출중했다. 'Englishman in New York'에 주어진 299점이라는 역대 최고 점수에 대한 당위성은 그야말로 충분하다.

그에 비해 버나드박의 무대는 조금은 덜 터진 폭약과도 같았다. 컨디션 난조로 인해 폭발적인 성량이 부족했고, 그가 부른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와 알켈리의 'I believe I can fly(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는 수많은 참가자들이 오디션을 통해 도전했던 곡들이라 기대감은 반감되고 신선함은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감동을 전달함에 있어서 소홀하지 않았다.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심장에서 나오는 절절한 호소로 노래를 부른 그에게 매료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정도였다.

극찬에 극찬을 받아온 두 명의 우승 후보들이었다. 아무도 누가 우승을 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심사위원들도 이번 결승전 무대만큼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그저 묵묵히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샘김과 버나드박이 지닌 팬덤은 50대 50이라는 똑 같은 크기로 양분된 듯했다.

어느 누구도 떨어뜨리기가 아쉬운 후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누가 우승을 해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샘김과 버나드박은 제각각 자신들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그 스타일은 이미 수많은 팬들을 거느릴 만큼의 실력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두 사람의 무기는 기존의 평가기준으로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것들이다.

그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파이널 무대는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두 명이 나란히 올라 가창력을 뽐내는 자리였다. 누가 더 시원스레 고음을 잘 낼 수 있는가, 누가 더 짙은 감성으로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가 등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슈퍼스타K >가 그랬고, <위대한 탄생>이 그랬으며, <보이스 코리아>가 그러했다.

< K팝스타 > 시즌 1도 그랬다. 우승자 박지민과 준우승자 이하이는 서로 치열한 접전을 보였지만, 그들의 평가기준은 단순한 노래 실력을 가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시즌 2는 악동뮤지션과 방예담을 파이널에 올려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긴 했지만, 결승전이 주는 긴장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악동뮤지션의 실력이나 화제성이 방예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했던 탓이었다.

< K팝스타3 >에 가서야 우승 후보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특별한 재주들을 지닌 두 보석들이 1차원적인 평가기준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전해준 바 없는 감동의 크기로 승자가 가려지는 결승전. 우승자의 이름에 버나드박이 호명되긴 했지만, 샘김 역시 이번 시즌3의 우승자여야만 했다.

버나드박으로 우승자가 결정되는 순간, 샘김은 마치 자신이 우승을 한 것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는 준우승에 머물고 만 것이 뭐가 그리 좋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샘김에게는 1등과 2등의 순위 매김이 별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결승의 자리에 올라온 것, 자신의 기타실력과 그루브한 감각과 매력적인 보이스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만족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K팝스타3 >의 결승전에서는 우승자의 기쁨의 눈물도, 준우승자의 아쉬운 표정도, 심사위원들의 형식적인 평가도 보이지 않았다. 버나드박의 덤덤하지만 진중한 수상소감, 샘김의 천재가 지닌 천진난만한 흥겨움,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이 그 둘에게 보낸 진심 어린 격찬과 박수만 있을 뿐이었다.

버나드박은 JYP를 선택했다. 여기에 샘김도 소속사를 정해야 할 듯싶다. < K팝스타3 >가 배출한 스타는 가수가 되고픈 꿈 하나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두 청년이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케이팝스타 버나드박 샘김 K팝스타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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