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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 우리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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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장례식에 모인 가족은 쉴 새 없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비밀을 폭로한다. 가족이 분열되어가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적나라하다. 관객 입장에선 불난 집 싸움을 옆에서 구경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존 웰스 감독의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들은 오히려 무난하다.

에릭 클랩튼의 '슬로우 핸드'
 에릭 클랩튼의 '슬로우 핸드'
ⓒ 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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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부터 낯익은 음악이 흐른다. '미스터 슬로우 핸드'로 불리는 거장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히트곡 '레이 다운 샐리(Lay Down Sally)'다. 거실 속 턴테이블에 걸린 레코드판은 이 노래가 실린 '슬로우 핸드(Slowhand)'라는 앨범이다. 1977년 작품으로 미국에서만 300만 장이 판매됐다.

앨범 '슬로우 핸드'는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이 수록되어 더 많이 알려졌다. 톱 트랙 '코카인(Cocaine)'은 한국에서 꽤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묶였다. 제이 제이 케일(J.J. Cale)의 작품으로 라이브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곡이다.

영화 속에서 메릴 스트립이 흥겹지 않느냐고 묻는 '레이 다운 샐리'는 미국 차트 3위에 오른 히트곡이다. 고통을 분담하기도 하지만, 더 큰 고통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가족의 어두운 단면을 조명한 영화와 상반된 밝은 분위기는 뜻밖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블루스와 컨트리가 조화를 이룬 '넥스트 타임 유 시 허(Next Time You See Her)', 블루스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민 올드 프리스코(Mean Old Frisco)'의 여유로움, 여성 보컬과 멜 콜린스(Mel Collins)의 색소폰이 동원된 '더 코어(The Core)'의 화려함, 느긋하고 부드러운 연주곡 '피치스 앤 디젤(Peaches And Diesel)'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슬로우 핸드' 앨범을 영화에서 활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슬로우 핸드'는 LP 세대의 평범한 가정집에 하나쯤 있을 법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레코드다.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은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완 맥그리거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따뜻한 위로나 소소한 감동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지만,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태그:#영화, #음악, #에릭 클랩튼,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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