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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작은 화단에서 어쩌다 만나던 짙은 향기를 지닌 풀이 있다. '페퍼민트'라고 했던 풀은 곧잘 씹던 껌의 단맛이 모두 빠지면 단맛을 대신해 함께 씹곤 했다. 누가 일러주었는지 기억엔 없지만 분명 누군가 그렇게 하는 걸 보면서 어린 아이들이 따라서 한 행동이다.

그런 페퍼민트가 허브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오랜 세월이 지나서다. 또한 허브로 분류되는 식물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나 입안 가득 자극적이면서도 알싸한 향을 풍기게 하던 페퍼민트와 같은 향이 아니라 달콤한 향 등 다양한 풍미가 있는 허브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보다 더 오랜 세월이 흐른 뒤다. 제법 나이가 들고 말과 행동에도 세월의 더께가 묻어날 무렵이다.

20년 가까운 시간 들꽃들을 찾아 온 산과 들을 샅샅이 더듬다보니 우리 땅에도 허브로 분류될 수 있는 수많은 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요즘에야 많은 이들이 여러 종류의 허브를 분류할 줄 알게 되었지만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도입종 서너 종류 아는 것도 대단한 관심을 가진 걸로 보였다. 라벤더나 로즈마리와 같은 몇 종의 허브를 요리에 응용하기 위해 관심을 보인 것도 이때부터 시작으로 보인다.

사실 도입종보다 우리 토착식물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은 입장에서, 향토식물 가운데 허브로 분류될 수 있는 국화류와 산채에 대해 보다 넓은 관심들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목본류에도 산초와 초피, 생강나무 등은 좋은 향과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훗날 또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이번엔 꽃비빔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꽃비빔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오색허브농원에 햇살 아래 만개한 벚꽃을 보며 어느 방송에선가 촬영을 하고 있다.
▲ 오색마을에 만개한 벚꽃 꽃비빔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오색허브농원에 햇살 아래 만개한 벚꽃을 보며 어느 방송에선가 촬영을 하고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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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오색1리 마을의 시작점이며 끝자락에 해당되는 남설악터널 부근에 '오색허브농원'이란 간판이 하나 있다. 44번 국도에서 오색천을 건너 제법 넓은 밭과 하우스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곳이 제법 널리 알려진 허브농원이다. 다른 고장에 있는 허브농원과는 달리 주변 환경도 좋아 여름엔 많은 이들이 계곡에서 휴가를 보내려 찾기도 한다.

아직 많은 종류의 허브가 꽃을 피우기엔 이르지만 프리뮬라와 비올라로 불리는 삼색제비꽃이 한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찾았다. 프리뮬라는 앵초과(Primulaceae)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앵초 또는 취란화라고도 한다. 10여종 되는 자생종 가운데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앵초와 큰앵초가 있는데 앵초는 배추나물이라 하여 오래전부터 식용해왔다. 프리뮬라는 영국해안, 태평양 연안의 기가 많은 지역과 중국 대륙에 이르기 까지 세계적으로 400종 이상이 자생한다.

삼색제비꽃(비올라)이야 도시에서도 가로변 미관을 위해 이른 봄 많이 심는 꽃이다. 결론적으로 제비꽃(오랑캐꽃) 모두 허브란 이야기다.

오색허브농원의 안주인이 음식을 준비할 허브와 꽃을 따고 있다.
▲ 허브와 꽃으로 음식을 준비하려는 모습 오색허브농원의 안주인이 음식을 준비할 허브와 꽃을 따고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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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1리 마을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바깥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눈이 가슴까지 덮여있던 하우스로 들어가니 안주인이 비빔밥을 할 허브와 프리뮬라 꽃을 따고 있었다.

"생활한복이라도 입으셨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왔을 겁니다."

특별히 꾸밀 일은 없지만,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앞치마를 두른 안주인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꽃비빔밥엔 어떤 꽃들이 주로 사용되나요?"
특별히 사용하는 꽃이 있는가 싶어 한 질문이다.
"따로 특정지어 사용하는 꽃이 있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피어나는 꽃을 이용하면 됩니다."
"저는 한련화를 먹어보았는데 노란색은 달콤하고 빨간색은 약간 매운 맛이 나더군요."


부인을 대신해 바같주인이 대답했다.

"한련화 정말 맛도 좋고 여러모로 좋지요
."

꽃비빔밥을 위해 준비 된 프리뮬라꽃과 삼색제비꽃.
▲ 꽃비빔밥 재료 꽃비빔밥을 위해 준비 된 프리뮬라꽃과 삼색제비꽃.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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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로만 가꾸는 농원의 허브들이니 채취한 꽃을 별도로 행굴 일도 없어 보인다. 상추와 깻잎, 참나물, 무순 등 일상에서 흔히 우리가 먹는 다양한 채소와 함께 조금 전 온실에서 채취한 프리뮬라와 삼색제비꽃이 준비되었다. 밥을 넓은 사각의 짙은 색 접시에 담아 놓으니 특별해 보인다.

꽃비빔밥을 위해 준비된 재료들을 상위에 올려달라고 한 뒤 사진으로 남긴다.
▲ 꽃비빔밥 재료들 꽃비빔밥을 위해 준비된 재료들을 상위에 올려달라고 한 뒤 사진으로 남긴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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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산나물이나 야채를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엔 역시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콤한 고추장이 제격이다. 산나물을 무치거나 볶을 때는 간장과 소금, 된장 등 다양한 재료로 간을 맞추지만 비벼 먹는 밥에 방금 장독에서 퍼 온 간장이나 된장을 넣기엔 익숙하지 않다. 된장으로 밥을 비빌 땐 최소한 우렁이를 넣거나 무와 달래 등으로 양념을 해 되직하게 끓인 강된장이라면 모를까.

접시에 담은 밥에 준비된 재료들을 넣고 마지막으로 꽃을 얹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음식으로 먹기위해 충분한 양의 꽃이 사용된다.
▲ 꽃비빔밥 접시에 담은 밥에 준비된 재료들을 넣고 마지막으로 꽃을 얹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음식으로 먹기위해 충분한 양의 꽃이 사용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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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치와 깻잎 같은 채소들은 적당한 크기로 썰고 새싹채소를 밥 위에 얹은 뒤 꽃을 마지막에 듬뿍 올려 꽃비빔밥은 완성됐다. 이제 여기에 고추장만 적당히 넣어 비비며 먹으면 된다. 꽃비빔밥이라기에 많아야 10여 송이 꽃을 넣으면 잘 넣겠지 했으나 20여 송이가 넘는 많은 양의 꽃을 넣어 비빔밥은 준비됐다.

"정말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이지만 이렇게 먹으면 행복까지 덤으로 먹을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 꽃비빔밥을 앞에 놓고 꽃에 대해 미안하다며 묵념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 어차피 무언가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사람이나 동물은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없다. 식물 또한 토양에서 자양분을 얻어야 살 수 있으며, 그리고 물과 공기는 물론이고 햇볕까지 받아들여야 성장하고 꽃을 피우며 종자를 번식시킬 준비를 한다.

우리의 밥상에 대해 고민이 큰 부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까닭은 따로 있다. 바로 행복하게 살 권리를 박탈한 집단사육을 문제 삼는 것이지, 생명유지를 위한 식생활 전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www.drspark.net/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도 동시 기재됩니다.



태그:#꽃비빔밥, #허브, #프리뮬라, #비올라, #오색허브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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