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절

소녀시절 ⓒ SC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소녀시대를 연상케 하는 그룹명의 아줌마들이 떴다.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를 발표한 그룹 소녀시절이다. 소녀시절은 3살짜리 딸을 둔 리더 김유정(35)을 필두로 부산에서 출퇴근하며 활동 중인 왕희(35), 결혼 8년 차인 현예은(30), 딸 둘을 키우는 종갓집 며느리 박수아(28)가 뭉쳐 결성한 그룹이다.

발레를 전공하며 모델로 활동했던 김유정은 2012년 <미시즈 코리아 선발대회>와 2013년 <미시즈 월드코리아>에서 만난 박수아와 현예은에게 그룹 활동을 제안했고, 처음엔 "뜬구름 잡는 소리"인 줄 알았던 두 사람도 점차 믿음을 갖게 됐다. 여기에 박수아와 친분이 있던 왕희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소녀시절이 완성됐다.

알고 보면 김유정도 결혼 전, 5~6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박수아 역시 걸그룹을 준비하다가 결혼하게 됐다고. 성악을 전공했던 현예은은 결혼 이후 합창단으로 활동해왔다. 따지고 보면 자영업을 했던 왕희만이 새로운 길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었다. 멤버들을 모두 찾은 김유정은 곡을 받고, 회사를 찾아 소녀시절의 앨범을 만들었다.

달라진 엄마들의 모습, 그 가운데 소녀시절이 있다 

가수라는 직업일 뿐, 소녀시절은 네 멤버에게 "그동안 이루지 못한 꿈"이자 "재취업"이다. 김유정은 소녀시절이라는 그룹명에 대해 "좌절도 했지만 열정만은 가득했던 때가 바로 소녀시절이었다"면서 "다들 소녀시절엔 꿈이 많지 않나. 주부들에게 '우리와 같은 생각이세요?'라고 말을 걸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날에는 아줌마라고 하면 뽀글 머리에 후줄근한 옷을 입은 모습이었잖아요. 하지만 이건 고정관념이고요. 현실의 아줌마는 달라요.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면 아줌마죠 뭐.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지만 눈치 보일 때도 있어요. 그래서 시간을 쪼개서 쓰게 되더라고요. 서로의 이해와 믿음이 있었기에 데뷔할 수 있었죠." (현예은)

일흔이 된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유정은 "2000년대 이전 여성이 가족을 위해 조건 없이 희생했다면, 2000년대 이후 여성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서 "아줌마도 점점 진화해서 미스와 미시의 구분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멋있는 엄마이면서, 자신의 삶도 즐기는 게 이들의 목표다.

"'미시그룹'이라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저희가 시작해요"

 소녀시절

소녀시절 ⓒ SC엔터테인먼트


피부관리실에 가기는 커녕, 그 시간에 밀린 집안일을 하고 팩을 붙이며 틈틈이 관리하는 게 이들의 일상이지만 네 사람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게 그저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취미생활 하러 나왔느냐"고 고깝게 보는 혹자들에게 소녀시절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나왔다"고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얼굴이나 각자의 프로필로는 주목을 받았는데, 정작 음원을 발표하고는 관심이 사그라들어서 속상하기도 해요. 파워풀한 가창력과 섹시 댄스로 무장한 그룹을 상상했던 분들은 실망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희는 같이 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이런 모습이 우리 세대의 아줌마라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현예은)

"노선 자체가 다른 '새싹'으로 봐 달라"는 소녀시절. 김유정은 "처음이라 쉽지는 않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걸어간다면 길이 많이 열려 있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주부들은 참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멀리 있는 스타가 아니라 나와 다를 바 없는 옆집 엄마예요. 친숙하게 다가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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