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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을 가는 당일 아침 새엄마에게 맞으면서도 "엄마 소풍 가고 싶어요"라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갈비뼈가 무려 14개가 부러지고, 그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결국 숨지게 한 비정한 새엄마에게 법원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과 판결문에 따르면 울산에 사는 A(40,여)씨는 2009년 11월부터 B(8)양의 친부와 동거생활을 하면서 양육해 오던 중, B양이 평소 귀가 시간을 잘 지키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이유로 수시로 주먹, 발, 회초리 등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다.

A씨는 2012년 5월 울산 자신의 집에서 B(당시 6세)양이 학원을 마치고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수차례에 걸쳐 발로 B양의 허벅지 부위를 때려 약 10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대퇴골 골절을 가했다.

또 그해 10월에는 남편과 다퉜다는 이유로 화가 나 B양에게 옷을 벗게 하고 욕실로 들어오게 한 후,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을 B양의 우측 손과 양쪽 다리 부위에 수분 동안 뿌려 3주간의 치료 및 약 3개월간의 재활치료가 필요한 2도 화상 등을 가한 적도 있다.

특히 작년 10월 아침 A씨는 소풍 도시락을 준비하다가 B양을 깨웠고, 자신이 전날 식탁 위에 올려뒀던 2300원을 B양이 가지고 갔다고 생각해 다그쳤다. B양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하자, A씨는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몸이 아파 현장학습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한 후 주먹으로 아이의 머리를 때렸다.

B양이 도망치자 A씨는 따라가 발로 몸통을 수회 가격했다. 이에 B양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잘못했다고 빌었다. B양이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다가오자, A씨는 화가 덜 풀린 상태에서 주먹으로 아이의 머리, 복부, 양쪽 허리 부분을 수차례 때렸다.

아이를 방에 들어가게 한 후 A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소풍에 갔다고 말한 후 TV를 봤다. 이때 아이가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로 방에서 나와 "엄마 미안해요, 소풍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반성하지 않고 단지 소풍을 가고 싶어서 변명을 한다는 이유로, 재차 주먹과 발로 B양의 머리, 옆구리 부위 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B양은 급기야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는 등 고통을 호소했다. B양의 얼굴에 핏기가 없고 창백해졌으나, A씨는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머리, 옆구리, 배 등 급소를 포함한 신체 주요 부위를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A씨는 남편이 아이가 멍든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 두려워 거실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아이에게 욕실에 들어가 반신욕을 하라고 지시했다. 1시간이 지나도록 아이가 나오지 않아 욕실 문을 여니, 아이는 기절한 듯 욕조 안에 누워있었다.

놀란 A씨는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춰있었다.

결국 B양은 무자비한 폭행에 갈비뼈가 무려 14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폭행이 끝난 지 1시간여 만에 양 폐 파열로 숨졌다. 당시 B양은 만 7세였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함으로써 사망하게 했다고 판단해 살인죄로 기소하며,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11일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모는 아니었으나 친부와 동거하면서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고, 따라서 피해자의 신체와 정서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나이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지킬 것을 강요했고, 피해자가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며 폭언과 폭행으로 학대해 왔으며, 그 학대는 기소된 것만을 놓고 보더라도 만 5세의 아이를 손바닥과 회초리 등으로 마구 때려 등에 심한 멍이 들게 하거나, 만 6세의 아이를 발로 차 좌측 대퇴골 골절을 가하거나,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뿌려 2도 화상을 입히는 등으로 잔인하고 학대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 사체 부검 결과 양쪽 엉덩이에서 항문 부위에 걸쳐 광범위한 피하 연부조직의 섬유화 및 부분적인 만성 출혈이 발견된 점, 피고인이 다량의 회초리를 구입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기소된 학대 행위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고강도의 학대행위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해치사 범행 당일 피해자가 잔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로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다"며 "정작 절도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신과는 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대면서 사망에 이를 정도의 폭력을 행사한 것은 훈육 목적에 의한 행위로 볼 수 없고, 동거인인 친부와의 관계 등 자신의 처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울분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잔혹하게 폭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한 점은 인정되지 않으나, 피고인이 수십 분간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어떠한 우연적 요소의 개입 없이 피해자가 갈비뼈 골절 및 이로 인한 양 폐 파열로 끔찍한 고통 속에 사망한 사실은 분명하고, 피고인의 학대의 정도가 점점 심해진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사죄하며 반성하기보다는 피해자의 도벽과 거짓말이 학대의 원인이 됐다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피해자 친부와의 관계나 자신의 미래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유족으로부터 전혀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고,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아동학대범죄는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책임을 저버리고 방어능력이 전무한 아동을 대상으로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 등을 저지르는 것으로 아동의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해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부가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때린 사실이 있고, 그의 형에게 편식이 심하거나 고집이 세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며칠 굶기거나 회초리가 몇 개 부러질 정도로 때린 적이 있다고 말한 사실이 있으며, 심한 멍이 들 정도의 상해를 입힌 당시 피해자의 유치원 교사가 학대를 의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사실도 있다"며 "이러한 경우 제대로 된 대처가 이루어졌더라면 피고인의 지속적 학대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극한 결과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과 가정 내 폭력에 관대한 기존 정서와 주변의 무관심과 외면, 허술한 아동보호체계 및 예산과 인력의 부족 등 우리사회 전반의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피고인을 극형에 처하는 것만으로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외에도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두루 참작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의 상한보다 높은 형을 정한다"고 징역 15년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



태그:#울산지법, #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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