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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인사들의 39주기 추모제가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진행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인사들의 39주기 추모제가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진행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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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잔인한 계절 사월이 와서 높고 푸르렀으나 쓸쓸한 그 이름들을 불러본다. (중략) 바람첩첩 허공을 헤매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름들이여 도예종, 여정남, 서도원,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김용원, 이수병이여 조작과 날조와 고문에 유린당한 수많은 이름들이여! (후략)"

김찬수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가 낭송한 추모시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름들이여(이중기 대구경북작가회의 시인 작)'가 4·9 통일열사의 시신이 안장된 묘역에 울러 퍼졌다. 김찬수 대표의 목소리 위로 유족들의 눈물 삼키는 소리가 얹혔다. 추모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고 시를 들었다.

떠난지 39년, 마르지 않은 눈물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씨가 9이 오전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씨가 9이 오전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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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있는 현대공원 묘역에서 4·9 통일열사 39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유족과 시민단체, 통합진보당, 정의당 대구시당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는 엄숙하고 숙연하게 진행됐다. 이들은 묵념을 시작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열사들을 추모했다.

오규섭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는 "39년 전 혼신을 다 바쳐 자주통일과 참된 민주주의를 이룩하려하셨던 열사들은 그 길을 막는 권력에 표적이 되었지만 우리들에게 참 길이 무엇인지 일러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사들이 살아서 혼신을 다해 외쳤듯이, 혁명가의 길을 걸으며 참된 꿈을 꾸는 우리들도 각자의 가슴에 불을 지펴 자주통일과 참된 민주주의를 이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에 추모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족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추모객은 열사의 묘 앞에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여정남 열사의 경북대학교 후배인 지홍구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 정재항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신동민 총동아리연합회장도 제례에 참여해 열사의 뜻을 기렸다.

도예종 열사의 부인 신동숙 여사는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남편의 묘 앞에 국화 한 송이를 헌화했다. 그리고 두 번 절한 후 자리로 돌아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열사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

"어두운 죽음의 시대 내 친구는 굵은 눈물, 붉은 피 흘리며 역사가를 부른다~ 멀고 험한 길을 북소리 울리며 사라져간다. 친구는 멀리 갔어도... 없다 해도 그 눈동자 별빛 속에 빛나네 내 마음속에 영혼으로 살아 살아~ 이 어둠을 사르리 사르리~ 이 장벽을 부수리 부수리~."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민중가수 박성운씨는 39년 전 '사법살인' 당한 열사들의 넋을 노래로 기렸다. 그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어두운 죽음의 시대'를 불렀다.

박씨의 추모 노래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배다지 산수 이종율선생기념사업회 고문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하-'라며 짧게 탄식했다. "치 떨리는 심정으로 삼가 먼저 가신님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배다지 고문은 여덟 명의 열사들의 이름을 눈물 섞인 목소리로 하나하나 힘주어 불렀다.

배 고문은 "답답한 역사의 현주소 앞에서 참으로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민족의 미래를 염원하는 사람이 어찌 임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어 "그저 그 다정하고 당찬 모습이 보고 싶어 그리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민족적 난관을 제대로 돌파해 낼 인재가 아쉬워서 그리운 것입니다"라며 "조국의 현실이 너무나 암담해서 임들이 그리운 것이고 임들이 가고 없는 이 역사의 현장은 민족령 부재의 적막강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간 님들의 그 꿈이 꼭 이뤄지도록 살아남은 저희가 주먹을 쥐고 다시 일어나겠다"라며 다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 본부장은 "박정희 정권 때 무참히 사법살인 당했던 열사들을 아직도 우리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딸인 박근혜가 다시 대통령이 된 참담한 상황을 맞이했다"라면서 분노했다.

그러면서 "군사독재는 끝났지만, 이제는 자본독재가 횡횡한다"라며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아버지보다 더한, 새로운 유신을 불러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39년 전 권력에 저항하며, 통일을 염원하며, 민중의 해방을 염원하였던 열사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노동자들은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노동자가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 세상,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통일 세상,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차게 결의한다,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고 정말 민주주의가 바로 서는 세상을 위해 우리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투쟁의 불을 지필 것을 약속드린다."

주먹을 불끈 쥔 임성열 본부장의 목소리가 묘역에 크게 울려 퍼졌다. 추모객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역사의 염원이다, 유신 부활 저지하자, 열사 정신 계승하여 참된 민주 자주 통일 실현하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진보정당 대구시장 예비후보, 박근혜 정권 비판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4.9통일열사 39기 추모식이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4.9통일열사 39기 추모식이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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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덕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서울, 부산 등 여러 지역에서도 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오셨고 많은 이들이 술과 절을 올려서 오늘 이 무덤에 계시는 통일열사들이 기뻐할 것"이라며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인사했다. 이어 "광주나 제주에서는 민족·민중 열사들을 잘 모시고 있는데 우리 대구도 인혁열사들의 정신을 잘 이어가야한다"라며 "인혁열사계승사업회가 대구 땅에 뿌리내리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우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성 없는 사과와 국가배상금 일부를 부당이익금으로 환수하려는 판결에 대해 '기막힌 부전여전'이라고 질타했다. 송 예비후보는 "무고한 민주열사들을 죽여 놓고 부당이익금을 환수하겠다며 열사들을 모욕하는 것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라며 "반복되는 독재의 역사를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후대의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원준 정의당 대구시장 예비후보도 인혁당 사건은 국가에 의해 벌어진 사법살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족의 마음을 달랠 사과나 보상도 제대로 안 이뤄진 상태인데 내년 40주기를 맞기 전에 박근혜 정권에서 '결자해지'하는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이 사건을 조명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재심은 이뤄졌지만, 역사적으로 열사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져야한다"라며 "모 후보의 말처럼 대구에서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화해하려면 인혁당 사건 유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정남 열사의 모교인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는 9일 사회과학대학 건물 로비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오는 12일 오후에는 경북대 내 여정남공원에서 총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등의 주관으로 '4·9 통일열사 추모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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