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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연부락치고 산이 없는 마을은 없습니다. 어느 마을에서나 마음만 먹으면 오를 수 있는 산들이 한둘씩은 다 있지요. 산들은 전국에 산재해 있고, 제각각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습니다.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산들은 제각각 솟아있는 듯 보이지만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산들은 어떤 흐름을 형성하며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풍수에서 산을 '용'이라고 부르는 건 그 흐름이 위아래로 솟구치고, 좌우로 굽이치기를 반복하며 흐르는 형상이 마치 용이 꿈틀대는 모양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제멋대로의 모양과 제각각의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산들을 커다란 흐름(산맥)에 따라 분류하면 1대간 1정간 13정맥에 다 포함된다고 합니다.

현대미술작가 117명으로 구성된 한국현대미술 지형도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책 표지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책 표지
ⓒ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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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지은이 박영택, 휴머니스트 출판그룹)는 우리나라현대미술 작가 117명과 그들의 작품 151점이 계보를 이루며 형성하고 있는 한국현대미술 지형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제각각의 이름으로 우뚝 솟아있는 산처럼 우리나라 미술계에도 '명성의 산'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작가 한 명 한 명마다의 이름이 있고 작품 세계가 있지만, 작가들 세계에도 산들이 형성하는 산맥처럼 계보가 있다고 합니다.

"이응노의 영향은 이후 서세옥으로 연결된다. 그는 1970년대 후반에 <인간 연작>을 발표했다. 사람 또는 군상을 테마로 한 그림을 선보였는데 이는 가장 단순한 몇 개의 선으로 발표된 문자그림이었다.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닮은 형상 즉 도상으로 인간을 표상할 뿐 아니라 역동적인 붓 자국을 통해 사람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그 지표를 통해 표상하는 일이기도 하다."(<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392쪽)

책은 한국현대미술 선구자 여덟 명을 기점으로 해 109명의 작가들이 현대미술계에서 어떤 관계와 어떤 특성 그리고 어떤 작품으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독자는 한국 현대미술계 인맥과 작품 특징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산은 커다란 흐름(맥) 속의 하나이지만 동떨어져 바라보는 산은 나름대로의 특징과 사연이 있기 마련입니다.

작품에 깃든 작가 정신까지 읽게 돼

 이중섭의 <흰 소>(1954)
 이중섭의 <흰 소>(1954)
ⓒ 이중섭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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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어지며 전수되고, 전수되며 이어지는 게 계보 속의 흐름이겠지만, 작가 나름대로의 미술성과 작품 나름대로의 특성 역시 깊이 새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중섭의 대표적인 그림은 단연 <흰 소>이다. 하루 종일 소를 관찰하다가 소 주인에게 고발당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그는 소를 사랑하고 잘 알고 있었으며, 소라는 대상에 자신을 투사했다.

한국인에게 소는 가장 소중한 동물이다. 생존에 있어서 불가피한 존재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몸을 놀려 힘써 일하고는 모든 것을 다 주고 떠나는 소에서 이중섭은 조선 민족과 잃어버린 나라, 고향 땅을 생각하는가 하면, 광복 이후와 나아가 고독한 자신의 초상이기도 했다. 그 소는 이인성의 <해당화>에 등장하는 소녀의 청순한 눈망울과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속 가난하지만 순박한 인물들과 겹친다."(<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237쪽)

책에는 각각의 작품에 깃듯 작가의 정신이나 철학까지도 자세하게 설명돼 있습니다. 에피소드 같은 사연, 작품에 내포돼 있는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적 상황까지도 자세하게 설명돼 있습니다. 덕분에 작가가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은밀한 속말까지도 고스란히 듣는 기분이 듭니다.

"미술평론가는 자기만의 관점과 스타일을 바탕으로 좋은 작품에 대한 편애·즐김을 고백하는 사람이다. 한국 현대미술사를 보는 관점 역시 기존의 텍스트에서 이미 인정받고 평가가 이뤄진 작가나 작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시 보기를 시도해야 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재배치해서 새로운 효과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15쪽)

글 작가들은 글로, 음악가들은 곡으로, 미술가들은 미술작품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끔은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열심히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전달하지 못하는(혹은 대중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현대미술 식견 제고? 이 책이면 가능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누군가로부터 설명과 해설을 들어가면서라도 작품에 깃든 작가의 정신과 예술성을 읽으려 노력합니다. 그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균형감 있는 평론'일 것입니다.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품을 평론해왔던 저자 박영택씨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균형감 있게 바라봅니다.

흐름이 보이면 관전 포인트를 알게 되고, 관전 포인트를 알게 되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 생깁니다. 높이 떠 있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산하처럼 한국 현대미술작가 117명이 상하기복·좌우굴곡하며 이루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것입니다.

사진으로 들어가 있는 151작품, 작품에 덧붙여져 있는 설명을 새기는 것만으로도 한국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식견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박영택 씀 / 휴머니스트 출판그룹/2014.3.10/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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