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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종이에다 원을 그려보자. 동전을 대고 그리든 컴퍼스로 그리든 아주 동그랗게 그려보자. 그러나 이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완벽한 원을 그린 이는 없다. 몇 십만배의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선이 끊어진 곳이 많을 것이다. 원의 정의는 무엇인가?

"중심으로부터 똑같은 거리로 떨어진 점들의 집합"

이러한 원은 우리의 현실 앞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 속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 속에 있는 원의 원형을 빌려서 사용할 뿐이다. 이 원의 원형이 바로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이다. 플라톤은 이원론적으로 우주를 보았다. 현상계와 이데아계가 있다. 현상계는 불완전하고 이데아계는 완전하다. 현상계는 이데아계의 모방일 뿐이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장미꽃은 이데아계에 있는 장미꽃의 원형을 빌려 피어난 것들이다.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

영국의 현대 철학자 화이트 헤드의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지성 플라톤을 만나러 떠나보자.

플라톤이 젊은 날 소크라테스를 보고 그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9년 동안 소크라테스를 졸졸 따라다녔다. 플라톤의 수많은 대화편의 주인공은 모두 소크라테스이다. 이 시절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과 나눈 대화를 플라톤이 모두 기록한 것이다. 총 25편에 이른다. 대표적인 대화편으로는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다룬 Apologia, 소크라테스의 탈옥을 권유하는 내용이 나오는 Kriton, 영혼의 불멸을 다룬 Phaedon, 사랑의 문제를 다룬 Symposion, 우주에 관한 이야기인 Timaios등이 있다.

서양 철학은 이 플라톤의 대화편으로 시작하고, 그 속에 철학의 모든 문제가 들어있다. 그래서 시인 에머슨은 "철학은 플라톤이고 플라톤은 철학"이라고 했다. 플라톤 하면 그의 주저인 『국가론』을 빼놓을 순 없다. 플라톤의 유언장이라고 할 만한 것인데, 그 속에는 철학 정치학 교육학등 장대한 내용들이 모두 담겨있다. 공산주의 철학도 담겨있다. 국가론의 주된 내용은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정의로운 인간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육체는 머리 가슴 팔다리의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 영혼은 어떠한가. 인간의 영혼도 이성 기개 정욕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사회도 통치자 수호자 생산자로 이루어 있어 그 각각의 계층들이 각자 맡은바 역할을 잘하면 그 사회가 바로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 플라톤의 주장이다.

머리에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혜이다. 가슴은? 용기를 가져야겠고 나머지 부분은 절제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이를 영혼에 그대로 적용하면 이성은 지혜, 기개는 용기, 정욕은 절제가 필요하고 이를 잘 갖춘 사람이 정의로운 인간이다. 이를 다시 사회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플라톤의 정의론이다. 통치자는 지혜로 나라를 다스리고, 수호자는 용기를 가지고 나라를 지키며, 생산자는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지혜 용기 절제 정의 플라톤의 4주덕이다.

플라톤이 구상한 이 국가 즉, 정의로운 사회의 핵심은 철인왕 통치에 있다. 통치를 누가 하는가? 바로 지혜를 갖춘 사람, 즉 철학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를 지독히도 존경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말도 안되는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되고, 그 법정에서 사형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광경에 분노하고 또 분노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청년선동죄, 다른 하나는 신성모독죄다. 소피스트에게 돈을 내고 잔뜩 배우고 나왔다고 떠벌리는 청년들의 토론 틈에 소크라테스는 슬쩍 끼어든다. 그리고는 그 청년들을 박살내 버린다. 니가 아는게 뭔데? 너 아는거 하나도 없네? 조롱에 가깝다. 청년들은 멘붕이다. 소피스트들은 난리가 났다. 자신들의 밥벌이도 밥벌이지만 아테네의 헤게모니가 소크라테스에게 넘어갈 지경이다.

소피스트들은 신을 등에 없고 소크라테스에게 딴지를 건다. 야~ 인간이 어떻게 진리를 알 수 있냐? 진리란 그때 그때 달라요~ 당신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이성으로 진리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 건 바로 신을 모독한거야! 진리는 신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인데 감히 인간인 주제에? 당신을 고발합니다!

자!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 자신있다. 배심원 500명 앞에서 자신의 변론을 지구상 최고로 한다. 그리고 투표시작. 사형이냐 무죄냐? 결과는 6:4 사형이 우세하게 나왔다. 그리고는 사형 확정! 이게 뭐야? 플라톤이 봤을때는 이건 완전 우매한 대중들을 데리고 장난친 거잖아? 말도 안돼! 그러나 악법도 법인가? 소크라테스는 독미나리즙을 먹고 저승으로 간다.

플라톤은 심한 배신감에 사로 잡혔다. 에이~ 아테네를 떠나자. 더 이상 미련도 없고 더군다나 스승님의 향기가 배어있는 아테네에 더 이상 괴로워서 있을 수가 없다. 지중해 유랑을 하며 자신의 철학을 정치에 반영할 도시국가를 찾아본다. 그렇게 찾은 도시국가가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라는 작은 도시국가. 이 도시국가의 참주는 플라톤의 철학에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역시 그 국가에도 기득권 세력은 있는 법. 플라톤을 국가반역죄로 몰아 노예로 팔아먹는다.

노예 시장에 나온 플라톤. 이제 그는 완전히 옛날의 플라톤이 아니다. 초췌한 몰골에 꺽여진 삶! 그렇게 한 인생이 끝나려는 순간, 그 앞에 나타난 아니케리스! 그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다. 플라톤을 알아본 그는 당장 플라톤을 돈을 지불하고 사서 자유인의 신분을 만들어 준다. 천신만고 끝에 플라톤은 다시 아테네로 돌아온다.

아테네로 돌아온 그는 아카데미아를 설립하고 후학 양성에 힘쓴다. 동서양의 많은 철학자들이 하던 버릇이 이때 생긴 것인가? 젊은 날은 세상 확 바꾸려는 패기가 늘그막에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아 후학이나 키워야겠다? 젊은 날의 열정으로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으니 이제 그 짐을 후세에게 남기고 떠나고자 하는 현자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을 말하면서 '동굴의 비유'를 빼놓을 순 없다. 여기 동굴속에 죄인들이 묶여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지도 못한 채 오로지 앞의 벽면만을 바라본다. 이 죄수들은 앞 벽면에 비춰진 자신의 그림자만 평생 보고 살기 때문에 그것이 진짜라고 믿는다. 이때 한 죄수가 가까스로 쇠사슬을 풀고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을 본다. 그 태양이 이데아이다.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을 본 사람이 바로 철학자이다. 동굴 속의 죄수들은 우리들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접하다보면 세상이 무섭다. 우리주위에 판치는 수많은 가짜들, 그걸 진짜라고 믿고 사는 우리들! 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철학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철학을 한다.


태그:#김재훈, #철학 칼럼, #인문학 교실,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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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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