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한 장면.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소속된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두고 갈등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한 장면.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소속된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두고 갈등한다.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슈퍼영웅이나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내가 조금 더 특별한 존재라면' 하는 심리의 대리만족을 위한 최적의 도구이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처럼 시간을 멈추거나 순간이동을 하는 상상.

<어벤져스>의 일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강철 수트를 입고 멋지게 날아다니거나 거대한 망치를 든 <토르>가 보여주는 엄청난 힘. 그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아아, 나에게도 저런 능력이 있었더라면!'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세계 2차대전에서 독일에 대항하기 위해 실험으로 개조된 육체와 합금방패로 무장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 영웅이다. 종전 후 냉동인간으로 잠든 뒤 70년 만에 깨어나는 그는 <어벤져스> 소속으로 다시 한 번 지구를 구하며 미국의 영웅,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난다.

마블 원작의 만화 중 <캡틴 아메리카>를 소재로 한 두 번째 시리즈인 이 영화는 맨몸격투를 위주로 한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는 나타나면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헐크나 아이언맨과는 다른 지점이다. 그럼에도 잘 짜여진 근거리 전투 장면들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도 부족함 없는 만족을 줄 만 하다.

전작에 이어 그가 <어벤져스> 멤버의 리더인 이유도 여실히 드러난다. 임무 수행에 있어서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리면서도 가장 위험한 일은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는 모습은 '캡틴'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는 책임을 두려워 하거나 뒤에서 지시내리는 일에만 익숙한 영화 속 '쉴드' 지도부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며, '캡틴 아메리카'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가와 조직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넘어서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포스터.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주인공인 스티브 로저스는 고뇌한다. 군인으로서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만 과연 이것이 무엇을 위한 일인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소속된 '쉴드'가 온갖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자 의심은 더욱 커져간다.

시민의 안전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 생각했던 그는 국가와 조직의 부패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실망할 틈도 없이, 잘못된 일을 막으려던 그는 국가 전체의 적으로 매도된다. 음모로 함정에 빠진 캡틴 아메리카는 이후 처절한 싸움을 시작한다.

이러한 점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더욱 괜찮은 영화로 만드는 요소이다. 내용상 할리우드 액션영화 대부분의 밑바닥에 깔린 '(미국으로 대표되는) 국가 중심주의'와 영웅물 특유의 진영논리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용납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과 소속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충성 만능'의 논리는 '그 국가는 과연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산산히 바스라진다.

단순한 내용과 볼거리가 전부였던 영웅물도 점차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첩보물을 연상케 하는 줄거리와 진영논리를 탈피한 주인공의 모습을 비추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보면 그러하다.

여전히 그 틀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영화팬을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연결하며 다음편을 예고하는 특유의 쿠키영상 또한 별미다.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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