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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가족이 3일 오전 제주 4.3희생자 평화공원 제주지역 행방불명희생자 위령비 묘역에서 가족의 묘비를 닦고 있다.
▲ 묘비 닦는 4.3희생자 유가족 한 유가족이 3일 오전 제주 4.3희생자 평화공원 제주지역 행방불명희생자 위령비 묘역에서 가족의 묘비를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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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대선 투표일을 일주일여 앞둔 12월 11일,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제주를 찾았다. 1800여 명의 제주도민이 모인 서귀포광장 유세에서 박 대통령은 군과 경찰에 의한 대량 양민 학살로 제주도에 큰 상처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인 4·3사건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제주 4·3추모기념일 지정을 포함해 제주도민의 아픔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면서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4·3사건 상처 보듬기는 당시가 처음이 아니다. 대선 국면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대통령은 '제주의 상처'를 언급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강조했던 제주 상처 보듬기

2012년 10월 17일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는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할 일이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는 일인데 '평화의 섬' 제주는 아픈 역사의 상처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곳"이라며 "4·3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은 제주를 찾아 '통합' 행보를 벌였다. 박 대통령은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8월 1일  4·3평화공원을 참배한 후 "현대사의 비극이고 많은 분들이 희생되신 가슴 아픈 역사"라며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일"이라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고 화해와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3일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6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오른쪽에서 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 4.3희생자 추념식 참석한 정홍원과 정당대표들 3일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6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오른쪽에서 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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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 당시에는 4·3사건'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모반·폭동"이라고 주장한 이영조 전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대표의 공천을 취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당선 후 진전은 있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대로 4·3희생자추념일은 66주년을 앞두고 국가기념일이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위령제'로 치러지던 행사는 올해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추념식'으로 거행됐다.

4·3사건은 반세기 넘게 '좌익 폭동'으로 매도 당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1999년 '제주 4·3특별법'이 제정돼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 이어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공식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사과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기념일 지정이 이뤄지면서 진실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진짜 이유는?

하지만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박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4·3유족회는 물론 제주 지역의 여야 정치인 등은 한목소리로 정부 주관으로 처음 열리는 추념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 대신 정홍원 국무총리가 제주를 찾았다. 2일 오후만 해도 정 총리의 참석 여부조차 불투명해 4·3 희생자 유가족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정문현 제주4.3희생자 유족회 회장이 3일 오전 제주 4.3희생자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 66차 4.3희생자추념식에서 단상으로 오르는 가운데 정홍원 국무총리(왼쪽)가 정씨를 바라보고 있다. 추념식은 66년만에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어 안행부 주최로 진행 되었다.
▲ 고개 숙인 정문현 제주4.3유족회 회장 정문현 제주4.3희생자 유족회 회장이 3일 오전 제주 4.3희생자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 66차 4.3희생자추념식에서 단상으로 오르는 가운데 정홍원 국무총리(왼쪽)가 정씨를 바라보고 있다. 추념식은 66년만에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어 안행부 주최로 진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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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이날 추념식에서 "4·3 희생자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이 보여준 화합과 상생의 정신은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주의 화합과 상생 정신을 미래지향의 창조적 에너지로 더욱 승화시켜 온 나라로 확산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 총리는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특별법 제정과 공식 사과, 평화공원과 기념관 건립, 그리고 위령 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박 대통령의 약속대로 지난 달 24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공표해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바라는 여러분의 뜻을 받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4·3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날 박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없었다. 박 대통령의 불참 이유를 묻자 청와대 관계자는 "네덜란드·독일 순방 중 걸린 감기 몸살이 다 낫지 않은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4·3 추념식 참석을 반대하는 보수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 정부에서 이뤄진 4·3 국가기념일 지정은 화해와 통합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박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으로 그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국가추념일 지정의 진정성마저 의심 받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태그:#박근혜, #4·3추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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