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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식지 않는 인기
▲ 타요와 사진찍는 아이들 식지 않는 인기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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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꼬마버스 타요'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난 달 30일 내가 쓴 <"'타요' 못 탔다고 울고 불고... 대구에서도 올라온다">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오르자마 각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했다. 이후 수많은 댓글들이 그 뒤를 따랐으며, 몇몇 공중파 작가들은 타요버스 기사님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며 쪽지를 보내왔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의 반응이 궁금해 잠깐 찾아간 집 앞 버스 차고지. 그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타요 버스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기사님은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알아보신다며, 세상 살면서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또 껄껄 웃으셨다. 심지어 오늘은 캐나다에 사는 사람도 타요 버스를 탔다고 하면서 그들이 건네준 쪽지까지 내보여주셨다.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꼬마버스 타요'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또한 우리는 이 현상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그 답을 포털을 도배해 놓은 댓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웃으면 우리도 덩달아 웃는다

"타요버스 때문에 어린이들이 행복해하는걸 보니 저도 행복해지네요. 저뿐만 아니라 댓글들보니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셔서 그 진심에 감동 가득히 받고 있습니다."(야경조아)

"차 끌고 가다가 종로에서 타요버스를 보았다. 앞면에 웃고 있는 타요 얼굴. 신기하면서 반갑더라. 왠지 타요버스는 비켜 줘야할 듯 ㅎㅎㅎ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부모입장에서 기분 좋네요."(kmwb**** )

아이들이 '타요버스'에 열광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어처구니없을지 몰라도 어느 사람이 단 댓글처럼 아이들에게 그것은 영화배우 장동건이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장동건이 나타나면 눈이 휘둥그레지며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는가.

그들에게 타요는 장동건과 마찬가지다
▲ 타요를 본 아이들의 웃음 그들에게 타요는 장동건과 마찬가지다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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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타요버스를 찾아 차고지까지 찾아 올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부터 살벌한 사교육 시장에 내몰려 경쟁하고, 자기보다 무거운 가방을 등에 메고 걸어가는 아이들. 어쩌면 이번 타요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은 그들의 욕심 때문에 잃어버리고 있는 아이들의 동심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인지도 모른다.

"ㅋㅋㅋ 애들이 좋아하면 더 늘여야지!!!!!!!!! 나랑 상관없지만 즐거운 모습 보니까 나도 즐겁다!"(짬뽕시대)

"완전 귀여워ㅋㅋ 애들이 좋아할만 하네. 주책맞게 나이 먹은 나도 좋다ㅋㅋ"(spac**** )

그뿐만이 아니다. '꼬마버스 타요'의 열풍이 지속되는 것은 아이들과 상관없는 어른들까지 이 신드롬에 가세하고 있는 덕분인데, 이는 결국 아이들의 웃음이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은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비록 아이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평소에 웃음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의 웃음을 접하게 되면 싱긋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웃음에는 가식이 없으며 천진무구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웃음은 전염이라고 하지 않는가.

타요 대신 세빛둥둥섬을 택하는 사람들

'타요버스' 하나에 많은 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이는 우리에게 많은 바를 시사한다. 결국 그것은 시민들, 더 나아가 국민들이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진정한 복지는 이런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그 아이들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인터넷이란 공간에서도 훈훈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 이거야말로 참 복지 아닐까? 단순히 돈 몇 푼 쥐어주는 게 복지가 아니고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복지가 아닐까 싶다."(카스키)

"이것이 바로 창조 경제, 창조 시정! 모두를 웃게 만드는 정책이. 저 버스를 탄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희망을 주는 것"(justice)

"애 안 키우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내실 있는 시정이다. 수백 수천억 쏟아 부으면서 땅 파대지 않아도 시민들이 행복해하니 얼마나 좋은가. 이번 이벤트로 서울시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keat****)

엄마 타요 언제 와?
▲ 타요를 기다리는 사람들 엄마 타요 언제 와?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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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따뜻한 정책들이다. 이번 '타요버스' 신드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건 많은 돈을 들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며, 실제 시민들의 일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그들과 소통만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세울 수 있는 것들이다.

혹자들은 이번 '타요버스'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이니까 가능했다며, '타요버스' 현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지만, 그것 역시 편협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시민, 국민들의 삶을 위한 정책은 명실공히 진보와 보수, 좌우가 따로 없는 절대 명제로서 마음만 먹으면 모든 이들이 합심하여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꼬마버스 타요'의 경우를 보자. 실제 '타요'를 기획했던 것은 2009년 오세훈 시장 때였다. 오 전 시장이 서울시버스조합과 대중교통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 대중교통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덕분에 지금의 '꼬마버스 타요'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누가 그와 같은 따뜻한 정책을 생각해 내느냐가 아니다.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진보와 보수 모두 국민들을 좀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큰돈을 들여가며 대형 토목공사 같은 정책에다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느냐는 점이다. 도대체 왜 오세훈 전 시장은 '꼬마버스 타요'를 만들 수 있었던 감수성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굳이 '세빛둥둥섬'과 '한강르네상스'에 천착했을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정책을 망친다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타요
▲ 타요 열풍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타요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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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단체장들이 토목공사 같은 대형 이벤트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무엇보다 조급함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치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무언가 큰 공사를 벌여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 서울시장을 대선의 징검다리로 생각한 결과 자신의 임기 내 그럴듯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였을 것이며, 그 결과 시민의 삶과는 무관한 정책들이 기획되었을 것이다.

또한 대형 토목공사들을 통해 이득을 볼 자본과의 관계 역시 그들의 오판을 부추기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모두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장밋빛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극히 소수일 수밖에 없는데,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돈 없이 선거를 하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현재 서울시장 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김황식 후보의 공약은 시민의 입장으로서 불안하게만 느껴진다. 비록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그것들 모두 대형토목공사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나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번 '꼬마버스 타요'의 선풍적인 인기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제발 시민들이 행복해 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 달라는 것. 고작 300만 원의 스티커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혁신이요, 창조경제다. 부디 후보들이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태그:#타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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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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