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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지사 선거 예비후보자가 '무상버스'를 공약한 이후 '무상교통'이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전남 신안과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를 운행했던 전남 나주를 찾아 '무상교통'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전남 신안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한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한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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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께, 전남 신안 압해읍에 있는 '압해 버스 대합실'. 읍내에 사는 황옥남(78) 할머니가 군민체육관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황 할머니는 "취미로 게이트볼을 시작했는데 마을 대표로 뽑혀 게이트볼 대회에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압해 버스대합실에서 출발한 버스가 가룡마을에 멈추자 안안순(81) 할머니가 버스에 올랐다. 황 할머니와 안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나는 오늘도 병원이여. 자네는 장보러 가는가?"
"오늘 체육대회 있어서 군민체육관 간당께."

두 할머니를 비롯해 약 10명의 승객 대부분이 버스를 타고 오르내릴 때마다 한 가족처럼 서로 인사를 나눴다. 특히 승객 대부분은 요금을 내지 않았다. 이 버스는 65세 이상 노인에겐 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무상버스'였던 것이다. 전남 신안군은 이와 같은 무상버스 38대를 14개 읍·면 섬에서 운행하고 있다.

2007년 시범 운행, 지난해 신안 14개 읍·면 전면 시행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승객들이 압해 버스대합실을 출발해 가룡마을을 거쳐 다시 압해 버스대합실로 돌아오는 '신안군 공영버스 1호차'에 타 이동하고 있다.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승객들이 압해 버스대합실을 출발해 가룡마을을 거쳐 다시 압해 버스대합실로 돌아오는 '신안군 공영버스 1호차'에 타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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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군수 박우량)이 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운행한 해는 2007년이었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야간엔 여객선이 다니질 않아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낮에 육지에 나와 일을 다 봐도 해지기 전 30분만 되면 고향 섬으로 가는 여객선이 끊겨 도시에서 돈을 써가며 하루를 묵어야 했다.

박우량 군수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를 설득해 여객선 야간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밤에 운행하는 버스가 없어 섬에 들어와도 쉽게 집에 가기 어려웠다.

버스회사를 설득해 야간버스를 운행하게 했지만, 신안군이 매년 지원하는 재정지원 보조금만 늘어났다. 그렇다고 운수업체의 경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박 군수는 "군이 직접 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버스공영제'를 택한 것이다.

14개 읍면마다 있던 버스 회사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하지만 섬에서 30년, 40년 동안 터를 잡고 사업을 해온 이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14개 업체를 설득해서 버스회사를 인수하는데 꼬박 6년이 걸렸다. 14개 업체가 운행하던 22대의 버스를 인수하는 비용은 8억6300만 원이 들었다. 물론 경영손실 보상 등도 포함된 금액이었다. 이 때문에 2007년에 시범운영을 했던 무상버스는 2013년에야 14개 읍·면에서 전면 시행할 수 있었다.

2014년 3월 현재 '신안군 공영버스'는 총 40개 노선에 38대의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운전기사는 모두 44명이 배치돼 있는데 예비 운전기사 6명도 포함돼 있다. 65세 이상 노인을 비롯해 국가유공자, 국가기초생활수급자, 6세 미만 아동은 무료로 버스를 탈 수 있다. 즉 버스 완전 공영제를 통해서 무상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만 이용한다? 일반 승객도 덩달아 증가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버스에 탄 황옥남 할머니(78)가 '신안군민체육관' 정류장에서 내리고 있다.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버스에 탄 황옥남 할머니(78)가 '신안군민체육관' 정류장에서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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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이 지난 해 무상버스에 투입한 예산은 20억 원. 수입은 1억5000만 원이었다. 버스 이용객은 무상버스 시행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시행 전인 2006년 20만 명이었던 한 해 이용객은, 지난해 68만5천 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료 승객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도 시행 이후 65세 이상 노인을 제외한 돈을 내고 타는 일반 승객도 덩달아 늘었음을 의미한다. 무상버스 시행 직후인 2008년 89.1%를 기록했던 무료 승객 비율은 지난해 77.4%로 줄어들었다.

무상버스에 대해 신안군민들은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승객의 약 80%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다. 이날 버스에서 만난 승객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이었고, 이들 중 거의 모두 압해읍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버스에서 만난 한 할머니(73)는 "예전엔 버스비 때문에 병원 가는 것도 망설였는데 이젠 마음만 먹으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버스의 질과 기사의 친절도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버스에서 만난 이금석(81) 할아버지는 "(공영버스 시행하기) 전보다 버스가 깨끗해지고 기사들도 친절해져 좋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탄 버스를 운전한 기사(한성환, 46)는 "공영버스가 돼 신안군에서 관리하다 보니 기사들은 하나라도 더 조심한다"며 "브레이크도 아주 조심히 밟고 불친절하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한 기사에게 무상버스에 대한 군민들의 반응을 물었더니 "어르신들이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렇게 좋은 세상 보고 간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매우 좋다"고 바로 답했다.

'주민 이동권' 보장... 교통이 곧 복지다

전남 신안군의 연도별 버스 이용객 현황. 무상버스 시행전인 2006년에 비해 지난해 약 3배 이상의 군민이 버스를 이용했다.
 전남 신안군의 연도별 버스 이용객 현황. 무상버스 시행전인 2006년에 비해 지난해 약 3배 이상의 군민이 버스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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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버스를 운행하기 전에 신안군이 해마다 운수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약 8억 원. 무상버스를 운행하며 해마다 드는 예산이 20억 원이니 수치상으론 재정부담이 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안군과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되레 20억 원을 투자해 연간 최소 1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상버스 이용객이 늘면서 면 소재지 등 지역 내 경제가 살아났다고 한다. 또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경제활동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어르신들이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의료복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없었던 병원·의원들이 섬에 개업할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무상버스가 운행되고 난 이후 신안군 지도읍에는 3곳의 의원이 새로 개업했다.
 
하지만 무상버스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역 택시업계의 반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압해읍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무상버스가 운행된 후 더 힘들어졌다"고 푸념했다. "무상버스가 안 다닐 때는 그나마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았는데 무상버스가 하루 3~4회를 돌아다녀 버리니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 없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신안군이 버스가 들어갈 수 없는 마을에 1인당 한 달에 8매의 택시쿠폰을 줘 택시이용객을 보전하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으로 보였다. 한 택시기사는 "지난달 80여 만 원의 수익 중 14만6000원이 택시쿠폰을 통해 번 돈"이라며 "쿠폰으로 한계를 두지 않고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100원 택시'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신안군도 "무상버스가 미치지 못하는 교통 오지 지역이 현실적으로 있고, 택시 역시 주민복지를 위한 대중교통의 한 영역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무료버스제와 택시쿠폰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제도와 방안들에 대해서 다양하고 심층적인 각도에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에서 최초로 '무상버스'를 운행한 신안군. 신안군 무상버스가 주목받는 까닭은 최초로 '공짜버스'를 운행했다는 것이 아니다. 신안군 무상버스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버스라는 대중교통을 복지의 영역으로 끌어와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신안군의 무상버스가 어떤 정류장에 이를지 기대 어린 시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이다. 28일 압해 버스대합실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이다. 28일 압해 버스대합실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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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무상교통, #무료버스, #신안군, #김상곤, #박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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