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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중교통 이용의 날'(매달 넷째 주 수요일)을 맞아 서울시에서 발표한 '꼬마버스 타요' 캐릭터들의 운행이 화제이다. 서울시는 버스운송사업조합 및 제작사 아이코닉스가 한 달 동안 '꼬마버스 타요'의 주인공인 타요·로기·라니·가니의 캐릭터로 디자인한 시내버스 4대를 운행한다고 밝혔는데, 많은 이들이 호응하고 있다.

3~7세의 유아를 키우는 부모로서 매일 EBS TV에서 보던 타요를 아이들에게 실물로 보여줄 수 있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흐뭇한 아이들의 표정을 상상하며 타요를 타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다들 안녕~~
▲ 꼬마버스 타요 다들 안녕~~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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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벌어진 까꿍이
▲ 아빠! 진짜 타요야! 입 벌어진 까꿍이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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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현재 타요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회사들의 전화통은 불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꼬마버스 타요'의 주인공 파란색 버스 타요가 정차하는 강동공영차고지 관계자에 따르면 26일 이후로 하루에 타요와 관련된 통화문의가 약 500통 이상 오는데 덕분에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매 운행 때마다 차고지까지 직접 찾아와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단다.

그렇다면 과연 타요를 직접 운행하시는 기사님은 이 북새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피로가 가실 수도 있겠지만 분명 힘든 점도 있을 텐데, 그는 이 업무를 어떤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을까?

기자는 기사님의 말씀을 직접 듣기 위해 지난 29일 밤 11시 마지막 운행을 마친 이광원 기사님을 서울 강일동 강동차고지에서 직접 만났다. 다행히 기자의 집이 차고지 바로 앞이었다. 다음은 이광원 기사님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강일동 강동공영차고지
▲ 타요의 집 강일동 강동공영차고지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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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렇게 많이 태운 건 생전 처음"

저기 눈 달린 타요다!
▲ 환호하는 아이들 저기 눈 달린 타요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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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1회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고맙습니다. 원래는 2시간 50분에서 3시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이 타요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는 4시간 정도 걸리네요. 하하하."

- 평소보다 노동량이 더 많으시겠네요?
"사람도 많이 타고, 어린애들도 많이 타니까. 커브 같은 것도 천천히 돌아야지, 가다 설 때도 천천히 해야 되고... 애로점이 많네요. 내가 버스 운전한 지 16년 됐지만, 이렇게 어린이 많이 태운 건 처음이에요. 진짜."

- 타요는 원래 알고 계셨나요?
"저도 몰랐어요. 몰랐는데 차 저렇게 하면서 그게 뭐냐 그러니까는 어린애들한테 최고 우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한 번 뒤져봤지."

- 저도 옆에 사는 터라 몇 번 봤는데, 버스가 아예 유치원 차량이더라고요.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엄청나요. 배차실에서 그 전화 때문에 다른 업무를 볼 수가 없어요. 자리를 떠날 수도 없고. 다들 언제 들어오느냐, 몇 시에 떠나느냐... 낮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여기 차고지에서 사람을 다 태우지 못 할 정도였고, 천호동 쪽에서도 사람을 못 태웠어요. 특히 종로에서 못 타는 사람이 많아요. 아까 한 열 분 정도는 차를 여기다가 세워 놓고 버스 타고 다시 돌아왔어요. 시민이 어제는 초콜릿, 오늘은 '수고했다'고 아주 차가운 박카스 한 병 주고 가시더라고. 심지어는 대구에서 오신 양반 계셨고, 천안, 동탄, 연천... 아주 각지에서 다 옵니다."

북적대는 사람들. 사진 찍으려면 줄을 서시오
▲ 타요의 인기 북적대는 사람들. 사진 찍으려면 줄을 서시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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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즐거워요~~
▲ 타요와 예빈이 너무 즐거워요~~
ⓒ 박향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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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류장에서 타요 버스 타려는 아이들의 눈빛이 다르던가요?
"다르죠. 그래서 '빠이빠이' 해줘요. 손 흔들어 주면 애기들이 최고 좋아하니까 같이 손 흔들고. 그러니까 빨리 갈 수도 없고. 전용차로 정류장에 내리면 '아저씨 잠깐만요 사진 좀 찍고 갈게요' 하는데 야박스럽게 그냥 갈 수는 없잖아요."

- 어떻게 선정되신 거죠?
"원래 고정으로 버스를 운전하는데 차가 새 차고, 또 차를 다른 사람보다 평상시에 관리 잘하고 깨끗하니까. 쉽게 이야기해서, 국가대표로 뽑힌 거죠. 하하하. 한 달간인데 열심히 해야겠죠."

- 너무 반응이 좋아서 계속 운영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러면 너무 힘드시겠네요.
"제가 보기에는 5월 5일 어린이날까지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이거 한 달 운영하고 관둔다 하면 어린애들 등살에 못 살고, 5월 5일 어린이날 어디 뭐 대공원이나 애들 많이 모이는데 전시해놓고 사진도 찍고 그러게. 그게 최고 짱인 것 같아요."

"아이들 때문에 지금이 최고 행복"

당신이 아이들의 영웅입니다
▲ 이광원 기사님 당신이 아이들의 영웅입니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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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요 운전하면서 승객들에게 바라는 게 있나요? 
"내가 너무 좋으니 바라고 그런 건 없어요. 버스 운전 하는 동안 지금이 최고로 행복한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아이들 데리고 와서 타니까 한 가족, 한 가족 사는 게 좋아 보이고... 지금 결혼해 애 낳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진짜 착실한 엄마 아빠인 것 같아요."

- 설마 미혼은 아니시죠?
"하하하. 장가갔어요. 금년에 딸이 서른인데, 시집가요. 나중에 손주에게 자랑하려면 사진 한 장 박아야 되는데 박을 일이 없네요. 나중에 박아야죠."

- 타요 말고 운전 16년 하셨는데 일반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 없나요?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에는 내리실 분은 미리 좀 와서 카드 찍으면 좋겠는데, 정류장에 서면 그제야 맨 뒤에서 일어나 카드 찾아 찍고 내려요. 러시아워 시간에는 빨리 가야 되니까 경적을 누르는 사람도 있곤 해요. 그리고 약주 드신 분들, 진짜 힘들어요. 최고로 힘들죠. '왜 나를 종점까지 데리고 왔느냐' '미리 좀 깨워서 내려주지' '이 시간에는 나가는 차도 없는데 왜 나를 종점까지 데리고 왔느냐' 고 되레 큰 소리 치는 분들이 많아요."

늦은 시각까지 수고한 타요
▲ 퇴근 전의 타요 늦은 시각까지 수고한 타요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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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매일 늦게 끝나세요?
"아니죠. 일 주일은 오전, 일 주일은 오후. 1일 2교대 격일제 근무입니다. 서울시내 버스는 전부 1일 2교대라고 봐야죠. 오전반 나온 사람이 3회, 오후에 3회 운행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 끝으로 타요 운전을 하시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요?
"아까 어린애들 타려고 했는데, 꽉 차서 탈 데가 없어 못 타니까 울고 그러는 게 최고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이거를 조금 길게 하면서 못 타 본 어린이들 한 번 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정말 좋겠어요. 최소한 어린이날까지 이거 했으면 좋겠어요. 어디 가서 어린이들한테 우상 좀 되어보게. 하하하."

상암동에서 온 가족
▲ 타요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 상암동에서 온 가족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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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고 싶은 동심
▲ 타요~ 내가 왔어 지켜주고 싶은 동심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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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친 기사님은 마무리 일을 해야 한다며 그 늦은 시간에 또 분주히 움직였다. 또한 버스에는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한 가족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은 뒤 택시로 집에 가겠다고 했다. 확실히 서울시의 이번 프로젝트는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받는 듯하다.

참고로 꼬마버스 타요는 4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에 전시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지도 PC 웹(http://map.daum.net)과 모바일 웹(http://m.map.daum.net), 또는 <다음> 검색창에 '타요버스', '꼬마버스 타요', '타요버스 노선', '서울 꼬마버스'를 입력하거나 버스의 번호 370, 2016, 2211, 9401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알 수 있다.



태그:#타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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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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