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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승의 집안에 만개한 학쟈스민 입니다.
 노승의 집안에 만개한 학쟈스민 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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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계절에 노승님을 찾아뵈러 갔습니다. 향기로운 내음이 코를 찌르는 곳으로 고개를 올려 보았더니,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저 높은 창가에는 눈부신 학쟈스민이 활짝 만개하였습니다.

봄이라 흙을 일구어 씨앗을 뿌려 분주하지만, 가끔하던 일을 멈추고 이웃 어른들을 찾아뵙고 지혜로운 덕담을 듣는 일은 시골살이의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대나무가 음이온을 내뿜는 그곳에서 지저귀는 앵무새의 노래를 들으며 노승이 다기 그릇에 따라주는 차 한 사발을 들이키고 나면 마음속까지 청정해지는 느낌입니다.

      닭들에게 텃밭의 풍르 뜯어줍니다.
 닭들에게 텃밭의 풍르 뜯어줍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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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를 초월하여 몸과 마음의 청정을 얻는 일이라면 서슴없이 행하고 사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겨우내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찌꺼기를 먹고도 윤기 흐르는 아름다운 깃털을 간직한 장닭과 암탉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봄에 올라오는 파릇한 풀을 뜯어 줍니다.

   암탉이 항아리 안에 알을 낳았어요
 암탉이 항아리 안에 알을 낳았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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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속에서 암탉이 알을 잔뜩 낳았네요. 추운 겨울 한 칸자리 닭장에서도 시골집 음식 찌거기 청소부라고 부르는 닭이 알을 낳아주어 참 기특합니다. 하얀 솜털이 나풀거리는 검불 속에 생명이 숨 쉬는 알을 낳고 있어요. 닭들도 추운 겨울에는 알을 잘 안낳고 날씨가 풀리면 본격적으로 산란하기 시작합니다.

      닭장안의 거름을 퍼다가 마늘밭에 주었습니다.
 닭장안의 거름을 퍼다가 마늘밭에 주었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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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아낙은 닭장 안에 겨우내 만들어 놓은 퇴비를 호미와 양동이를 사용하여 담습니다. 봄에 싹이 올라오는 마늘밭과 양파밭에 뿌려 주려고 합니다.

닭은 시골집 텃밭에 자라는 풀을 먹고 알을 낳고 퇴비를 만들어주고 그 퇴비는 다시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와 마늘밭으로 내어다가 식물의 영양분이 되어줍니다. 이렇듯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하면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되고 그 경이로움에 감동하게 됩니다. 사람도 자연의 순리대로 행할 때 무탈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닭장에서 나오는 데 강아지들이 반갑다고 마중 옵니다. 맨 뒤에 눈치를 슬슬 보며 뒤따라 오는 수캐는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웃집 강아지인데요. 봄이라 우리 집 예쁜이들을 만나러 온 것 같습니다. 쇠줄을 목에 매단 채로 온 저 강아지는 맨 앞줄 금순이의 아버지 두 번째 방실이의 할아버지랍니다.

   얼었던 겨울 배추속에서 배추순이 올라옵니다.
 얼었던 겨울 배추속에서 배추순이 올라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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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 얼어 죽었줄 알았던 배추속에서 다시 힘찬 새 생명이 올라옵니다. 봄 햇볕의 따스한 기운은 추위 속에서 죽어가던 생명도 일깨웁니다. 머잖아 배추속에서 줄기들이 마구 올라와서 노란 배추꽃 망울들을 터뜨릴 것입니다. 하얀 나비들이 배추꽃 사이로 날아드는 찬란한 봄빛 아래의 풍경을 상상하면 즐겁습니다.

몇 년 동안 텃밭에 재초재를 안 하고 일일이 잡풀을 뽑아서 토끼들에게 주고 유기농사를 했더니 냉이 씨앗이 떨어져 해마다 냉이가 많이 올라옵니다. 호미로 냉이를 캐는데 흙내음과 냉이 향이 참 좋습니다.

작년 가을에 김장하고 남은 쪽파도 언 땅을 박차고 다시 새싹을 틔우네요. 여름장마 지기 전에 뽑아 먹다가 씨앗이 그대로 앉으면 뿌리를 캐서 짚으로 엮어 말렸다가 늦여름에 다시 흙에 묻어주면 가을에 김장 쪽파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듯 돌고 도는 자연 순환농법이 참 재미있습니다.

  시골집 까망이가 이웃집 수캐랑 사랑을 합니다.
 시골집 까망이가 이웃집 수캐랑 사랑을 합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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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온갖 만물이 역동하는 계절에 강아지들도 함께 새 생명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촌아낙이 자연 속에서 흙내음과 풀 내음에 푹 빠져 있을 때 강아지들은 딸기밭에서 사랑놀이에 흠뻑 빠졌습니다.

우리 집 막둥이 까망이가 늘 응석을 부려 음식을 먼저 낚아 체곤 하더니 어엿한 처녀가 되어 사랑을 합니다. 그런데 저 숫강아지는 까망이 할아버지랍니다. 작은 풀과 냉이부터 자연의 온갖 만물들이 눈부신 하늘 아래 소생하는 것을 보면 따스한 햇볕이 생명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합니다. 농촌에 살게 되면서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햇빛과 물의 중요성을 알게 합니다.

       텃밭에서 돼지가자와 냉이를 캤습니다.
 텃밭에서 돼지가자와 냉이를 캤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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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도 싹이 올라오기 전에 큰 것만 캐내고 작은 알맹이들은 도로 묻어 주었습니다. 작은 알맹이 돼지감자들은 곧 새싹이 나와서 사람 키보다 큰 키로 자라며 노오란 꽃을 피우고 올가을에 다시 돼지감자 알갱이가 달립니다. 돼지감자는 봄에 싹이 나오기 전에 가을부터 봄2.3월까지 캐면 됩니다.

흙묻은 돼지감자와 냉이를 마당가 수돗가에서 맑갛게 씻었습니다. 돼지감자는 생으로 먹거나 깍뚜기 김치도 담아 먹는데요. 썰어 말려서 보리차처럼 달여 먹으면 체지방을 분해 시키서 날씬한 몸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 겨울 3개월동안 먹었더니 뱃살도 빠지고 날씬해졌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합니다.

봄에 텃밭을 일구면서 캐어낸 우슬초 뿌리도 있습니다. 씻어 말렸다가 닭과 푹 삶아 먹으면 칼슘이 많아서 노인성 관절질환에 좋습니다.

   텃밭의 냉이를 캐서 냉이나물을 만들었어요.
 텃밭의 냉이를 캐서 냉이나물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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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를 말갛게 씻어 흙을 제거한 다음에 잔뿌리를 잘라내고 파마늘, 참기름, 간장 고추가루, 그리고 시골집에서 만든 6년 된 산야초 효소를 설탕 대신 넣고 무쳤습니다. 냉이는 꽃이 피기 전에 끓는 물에 데친후에 나물로 무쳐 먹거나 냉이국을 끓여 먹는데요. 꽃이 필 즈음에는 내년에 씨받이를 위해 몇 포기 남기고 캐서 산야초 효소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립된 존재이며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각자 자기 몫의 삶이 있는데 남과 비교하니까 기가 죽고 불행해집니다. 불확실한 미래나 과거의 허상에 사로잡혀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게 사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오늘 노승의 집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어 행복을 느끼게 하던 사랑스러운 앵무새입니다. 혹시 사람은 이 앵무새만도 못한 삶을 살지는 않은지 되돌아봅니다. 오늘 노승의 집 입구에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따라 요란하게 춤을 추는 풍경소리가 있습니다.

노승의 소박한 집 벽에 걸려 있는 생전에 법전 스님이 보내주신 편지는 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붓으로 쓴 몇 자 안되는 글과 차 주전자와 다기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버리는 연습을 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에 눈이 뜨이고 삶의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법정 스님께서 쓰신 편지를 봅니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그새 나무 많이 길렀습니까? 겨울철에도 나무는 자랍디다. 나는 부처님 전기 번역하면서 목이 컬컬하면 차 한잔 마십니다. 초의선사의 다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혼자 마시는 차 맛을 더욱 알 것 같습니다. 흙과 나무와 함께 사는 스님은 잘 살고 있습니다."

날씨 풀리면 한번 다녀가십시요. 늘 평안 하십시요. 겨울철 매화향기가 그립습니다. - 우수절 다래원에서 합장 -

차의 맛을 더욱 즐겁게하는 고 법정스님의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소박하게 합니다. 노승이 흙으로 빚은 다기에 따라주는 차 한 잔과 법정 스님의 소박한 편지는 피안의 세계에 머물어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청정한 하늘아래 고요한 풍경이 마치 쪽빛 하늘처럼 평온합니다. 나는 어디를 가고 있는지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 봅니다.


태그:#노승, #학쟈스민, #닭, #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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