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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은 어느 정도 허용될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100%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아니면 누릴 수 있는 것일까?

프랑스에서는 최근 두 건의 이채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법이 어떻게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는지 아래의 두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사례①] 대형광고판 훼손 혐의로 법정에 선 청년

프랑스 파리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광고판
 프랑스 파리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광고판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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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서부 대도시 툴루즈에 사는 27세 청년 탕기 오베(Tanguy Aube)씨는 광고를 반대한다. 개인의 사적 공간을 시도 때도 없이 마구 침범하는 광고의 폐해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는 지난해 6월 도로에 있는 광고판을 4개를 때려 부수었다. 그 혐의로 그는 지난 2월 13일 법정에 섰는데,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광고주 제이씨데코(JCDecaux) 그룹(2013년 매출액 26억7600만 유로)은 공공장소에 대형광고를 설치함으로써 보행 시민들의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 … 보행 시민들은 불편함을 조장하는 선전광고에 지속적으로 복종할 이유가 없다."

대다수 도시 사람들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사람들이 지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광고판이, 광고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저 얼굴을 찡그리는 정도로 각종 광고판들을 지나쳐간다. 하지만 탕기 오베씨는 이에 저항하며 광고판을 부순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해 프랑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툴루즈 경범재판소는 탕기에게 120시간의 노동형을 선고 했다. 뿐만 아니라 광고주에게 950유로에 해당하는 손해보상금과 재판 비용 500유로를 납부하라고 선고했다.

임시직으로 근무하는 탕기는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는데, 이유는 '힘없는 개인이 대그룹 앞에서 어찌 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악법을 바꾸게 하고 우리의 행동을 알리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지지자들이 우리를 후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제 1차 목적은 달한 셈이다."

프랑스에는 탕기처럼 광고반대(antipub)를 주장하는 광고 반대 주의자들이 많다. 이들은 2005년부터 le collectif des Deboulonneurs(빗장을 벗기는 자들의 모임)을 형성하며 광고 시스템의 해악에 반대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사례②]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법정에 선 와인 재배자

법정에 서기 전에 몰려든 후원자들에게 손들어 답례하는 엠마뉴엘 지불로씨에 대해 보도하는 <르몽드> 2월 24일자 기사.
 법정에 서기 전에 몰려든 후원자들에게 손들어 답례하는 엠마뉴엘 지불로씨에 대해 보도하는 <르몽드> 2월 24일자 기사.
ⓒ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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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곤뉴 지방에서 와인을 재배하는 51세의 엠마뉴엘 지불로(Emmanuel Giboulot)씨는 지난 2월 24일 디종 경범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이유는 자신이 재배하는 포도밭에 농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농사를 짓고 있는 브루곤뉴 지방에 포도밭을 휩쓰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누구나 반드시 농약을 사용하라는 도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는 농약 사용을 거부했고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최종 판결은 오는 4월 7일 내려질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그는 최고 6개월형과 3만 유로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엠마뉴엘씨는 "1970년부터 유기농 와인을 재배하고 있는 집안 내력으로 인해 내 땅에 농약 치기를 거부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어이없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수많은 지지자들이 법원으로 몰려와 엠마뉴엘을 지지하기도 했다.

사실 2013년 6월 '꼬뜨 도르 (Cote d'Or) 지방에 있는 모든 포도 재배자들은 포도밭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옮기는 벌레를 살충하기 위해 농약을 쳐야한다'는 도령이 돌았다. 그러나 실제 이 벌레는 이미 1950년대부터 프랑스 전역에 생기기 시작했고 지난해 여름 초, 꼬뜨 도르 지역에서는 아직 실제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단지 일부 포도밭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뿐이었다. 대신 옆 지역인 손 에 로와르(la Saone et Loire)지역에서는 2011년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르곤뉴 지방에서 와인을 재배하는 51세의 엠마뉴엘 지불로씨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법정에 서게됐다.
 부르곤뉴 지방에서 와인을 재배하는 51세의 엠마뉴엘 지불로씨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법정에 서게됐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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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동식물 질병을 없애기 위한 도령을 위반할 경우에 전원법 위반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엠마뉴엘씨 변호인은 의견이 달랐다. 그는 "이 도령 자체가 위법이다"라며 "이 사건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므로 도지사가 아닌 농업부 장관의 소속으로 처리되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농약 사용국 1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는 아직도 이런 저런 이유로 농부와 포도업자들에게 더 많은 농약 사용을 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약 사용에 반대하는 많은 포도업자들이 엠마뉴엘씨를 옹호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에는 40만 명이 엠마뉴엘씨를 지지하는 탄원서에 사인을 했고 이 중 10만 명이 '좋아요'란 의견을 밝혔다. 4월 7일에 나올 엠마뉴엘씨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태그:#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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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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