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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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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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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봉사활동에 다녀와서 자기 전에 잠깐 페이스북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놀라운 글을 보게 되었다. 이준석(클라세 스튜디오 대표) 대표교사가 설립한 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아래 배나사)과 관련된 글이었다.

이 글을 읽자마자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까지 시민기자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는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걱정이 있었지만, 이번엔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배나사라는 교육봉사단체에서 형편이 어려운 중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배나사에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있어서 중학생을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가르치고 졸업시킨다.

배나사가 2007년에 만들어졌고, 당시 처음으로 받은 학생들이 중학교 2학년이었으니 그 학생들의 지금 나이를 계산해보면 정확히 20이 된다. 그리고 그 글은, 배나사에서 교육받은 최초의 학생들이 이제는 배나사에서 다시 배움을 나누기 위해 돌아왔다는 글이었다.

배나사는 100% 봉사자로만 운영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단체 운영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혜자(受惠者)'가 다시 '수혜자(授惠者)'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은 단체의 지속성과 나눔의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나는 페이스북을 보다 말고 '배나사의 연어' 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금세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내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 분의 '배나사 연어' 중 한 분은 시간상 볼 수 없게 되어 그 선생님만 서면으로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미 나는 두 분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두근거림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저는 봉사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결국, 용산의 한 카페에서 두 선생님을 만나서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어색한 웃음이 오고 가는 와중에 나는 선생님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선생님들은 아직 고등학생티를 채 벗지 못한 앳된 모습이었다. 게다가 대학교 입학하고 아직 3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개강의 설렘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선생님들은 대학교 입학식을 하기도 전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보통 대학생들과는 확실히 다른 상황이다. 그렇기에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기자 : 대학교 개강하면 수능 끝나서 해방감도 있고, 새로운 친구들 만나고 놀 생각에 설레잖아요. 그런 거 없으셨어요?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굳이 봉사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신현지 선생님 : 저는 개강해서 설렌 것보다 '배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설렘이 더 컸어요. 하지만 제가 봉사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는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으로 '배나사'에 가는 것도 설레고요, 예전에 학생으로서 배웠던 그때 그 장소에서 선생님으로서 가르친다는 것도 설레요!

'내가 배웠던 그 장소에서 이번엔 내가 가르친다.' 이 답변 하나만으로도 신현지 선생님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정민 선생님 : 저는 '배나사'에서 졸업하고 나서도 선생님들하고 연락이 계속됐거든요. 그렇게 연락하면서 선생님들이 대학교 가면 배나사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그래서 세뇌당한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그리고 수시로 다른 대학교에 붙어서 이준석 선생님께 자랑하니까 선생님이 그걸 캡처해서 페이스북에 올린 거예요. '배나사를 졸업한 학생이 선생님으로 돌아옵니다.' 라고요. 이걸 너무 크게 말을 해서 1,000명이 '좋아요'를 누른 거예요. 제가 돌아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웃음)
또, 저는 사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나사 말고도 다른 공부방을 많이 다녔어요. 그래서인지 누구에게 무료로 배웠던 것을 나중에 나도 나누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있었거든요.

이정민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공부방이나 멘토링 같은 교육 나눔 제도가 이미 우리 사회의 교육 나눔을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교육봉사단체의 선생님, 다시 말해 봉사자는 학교 선생님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학생들과 나이 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정서적으로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존재일 수도 있다. 두 선생님은 학생일 때 가르침을 받을 당시의 선생님들과 지금까지도 매우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한 카페에서 두 분의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선생님을 만났다.
 한 카페에서 두 분의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선생님을 만났다.
ⓒ 송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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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일까?... 진지한 고민의 축적

두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갔다. 지난 겨울방학에 활동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즐겁게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꼭 하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기에 마지막에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기자 : 선생님들은 학생으로서도 선생님으로서도 '배나사'의 교육을 겪어봤잖아요. 그렇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일까요?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신현지 선생님 : 음… 저는 학생이 공부 외에도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이면 좋을 것 같아요. 학생일 때도 저는 편하게 대해 주는 선생님이 좋았고요.
이정민 선생님 : 저도 편하게 대해 주는 선생님이 좋았는데요. 그래도 아무래도 (공부할 때) 질문을 잘 받아주는 선생님이 좋은 것 같아요.

배나사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들은 대부분 '좋은 선생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배나사 학생 출신 봉사자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자신이 학생으로서 겪었던 경험과 느낌을 토대로 고민한다는 것이다. 이런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봉사하게 된다면 '배나사의 연어'도 앞으로 계속 많아지고, 연어들의 고민이 배나사의 '일지 시스템'에 기록으로 쌓여서 노하우로 축적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모든 것들이 봉사자들의 전문성으로 퇴적되어 단체의 자양분으로 쓰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유선화(가명) 선생님의 서면 인터뷰를 싣는다.

Q : 봉사자로서 배나사를 하는 이유는?
A : 배나사를 하는 이유는 '저 스스로 배나사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인 것 같습니다. 학생으로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꾸준히 배나사를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때 만난 선생님들이 보여주셨던 인생에 대한 열정적인 자세와 노력하는 모습들은 학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무엇보다 '저런 사람들이 있구나,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선생님이 되어 돌아왔고요. 배나사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 산증인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싶어서 하루빨리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배나사에 열심히 다니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너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Q : 배나사에서 선생님으로 한 학기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A :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문제도 좋은 강사도 아니고 옆에서 자신감을 주고 믿음을 주는 그 누군가인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새삼 언제나 내가 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나 더, 교육단체인 만큼 성적 올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배나사에서 만큼은 학생들이 큰 꿈을 배웠으면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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