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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한 MBC 사장 취임 후 한 달, 김재철 체제에서 승승하던 김재철의 사람들은 부사장, 보도본부장등 요직을 차지하며 돌아와 '김재철 없는 김재철 체제'란 말까지 나온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2012년 MBC 노조의 170일 파업을 이끈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을 만나 현재 MBC와 언론 상황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다음은 정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기자의 말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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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체제에서 부사장이었던 안광한 MBC미디어플러스 사장이 MBC 사장으로 취임한 후 김재철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던 인사들이 다시 요직에 오른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지금 MBC는 김재철 사장만 없을 뿐이다. 조국 교수가 페이스북에 "김재철 없는 김재철 체제"라고 한 표현이 아주 정확하다고 봐요. 당시에 김재철을 떠받들고 있던 사람들이 복귀했기 때문에 MBC 구성원들은 암담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김재철 사장 재임 시절, '그래도 우리 사장이니까, 그래도 우리 구성원들이니까'라는 인식으로 서로 역지사지하며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했던 기간은 한 두 달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3년 내내 나머지는 전부 다 분란과 분쟁이었죠. 우리 안에 상처가 많았었는데 그 상황이 정확히 다시 재현될 수 있는 환경이 완전히 구축이 된 거죠.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 경영 행위가 답습될 텐데. 그러면 다시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저희는 지난번 파업했던 것처럼 다시 파업할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 김종국 전 사장의 연임 실패는 곧 김 체제가 불만족스러웠던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양쪽에서 모두 욕을 먹었죠. 양쪽이라 함은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리고자 하는 건강한 구성원들과 정권에 품에 던져 주려 하는 세력들인데 어느 한쪽도 그의 연임을 원치 않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거죠.

재임 기간 MBC 사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스탠스와 입장은 갖추지 않은 채 연임에만 골몰했으니 존재감이 없는 건 당연한 거겠죠. 흥미로운 건 사장 임명에 영향력을 가진 분들이 김 사장을 평가할 때 본인에 묻는 것이 아니라 사장 주변 사람들에 묻는단 말이죠. 공적, 사적으로 연결돼 있는 주요 임원이나 간부들, 더 넓게는 주요 출입처 기자들일 수 있겠죠. 이분들이 김종국 사장을 어떻게 코멘트 했는지 드러났을 겁니다.

노조의 얘기엔 귀를 닫는 분들이라 김 사장에 대한 조합의 부정적인 평가를 반영했을 리 만무하고. 결과적으로 사장은 연임을 위해 올인했는데 사장이 임명하고 기용한 사람들이 그를 밀어낸 게 된 거죠. 그럼 왜 그랬을까? 그들은 김 사장이 연임하면 업무 능력 위주로 보직을 재편할 것이고 그럼 김재철 체제에 일조한 공으로만 버티고 있던 무능력한 인사들은 자리에서 밀려날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김종국 사장이 누구를 탓하겠어요? 그런 인사들을 기용한 게 원죄고 자업자득인 거죠."

- 이용마 전 홍보국장은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김 사장에 대해 연임에 성공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저는 김 사장이 잔여 임기를 받았기 때문에 어정쩡하게 사장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려워요. 결국, '깜냥'의 문제인 겁니다. 그가 연임에 성공했더라도 못 합니다. 지난해 못 하면 올해도 못하는 거예요. 그만큼 사장 그릇이 아닌 거죠. 김재철 사장은 MB에 충성했지만, 나름 보스 소리 들으려고 애쓰는 부분은 있었어요. 

어느 조직이나 보스 자리에 앉으면 '내가 이 정도는 내 역량 안에서 해야지'라는 범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없음 그건 사장이 아니라 '꼬봉'이죠. 뭘 시킬 건지 쳐다보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나 사장은 시킬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지시해야 할 자린데... 이 홍보국장이 그렇게 말한 건 정치적 지형이나 여러 현실적 문제가 잔여임기 동안 해직자 문제 등을 풀면 잘리니까, 상식적인 문제들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 같아요. 저는 김 사장이 이번에 살아 남았어도 지난해 보여준 정도의 깜냥이라면 연임해도 똑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되네요."

안광현 MBC 사장, 김재철 사장 시절 징계 담당자였다

- 안 사장은 2012년 파업 당시에도 노조로부터 비판을 받은 인물로 알고 있어요. 안 사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김재철 사장 때에는 편성 본부장 그 다음에 부사장을 맡았어요. 이런 주요 보직을 거쳤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 평가는 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능력으로 자리에 보임하고 올라갔던 사람이 아니라 완장 차고 시키는 것 잘해서 올라간 사람이에요. ·

인사위원장인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MBC 창사 이래 징계자 수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잘라내고 징계를 했어요. 그것도 다 부당 징계라고 판결을 받은 것도 있어요. 이 민사의 판결문을 보면 파업은 정당한 거고 왜 정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느냐를 판시해 놨어요. 거기에 조목조목 '잘못된 경영 행위과 잘못된 인사 조처였다'고 써 놨어요.

그렇게 징계, 정직했던 장본인이 안광한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사장으로 왔어요. 그런 판결을 두 건이나 받았는데. 이거 시정해 달라고 저희가 요구해야 되는데 그것을 저지른 사람이 지금 와 버린 겁니다."

- 지난 1월 해고자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안 사장의 취임으로 복직이 더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던데.
"상식적인 사회라면 사실 노조가 파업을 170일 했다는 건 노조의 책임도 있지만, 원인 제공을 한 회사의 책임이 큰 거예요. 왜냐면 조직이 가진 힘이나  다른 것을 봐도 회사가 먼저예요. 노조는 어린아이인 거고 힘이 없는 조직이죠. 그럼 이들이 싸웠을 때 누굴 탓 할거냐를 법원에서 본다면 연장자를 더 질책하는 게 상식이죠. 노조가 170일 파업 하는 동안 파업을 정리하지도 못했고, 제압하지도 못한 경영진이 다시 뽑혀서 내려오는 자체가 우습죠.

상식이라면 작년 김 사장이 아니라 파업과 무관한 사람을 임명했겠죠. 근데 진영 논리였어요. 노조가 힘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고, 올해 안 사장은 더하죠. '대법 가야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확실해진 거죠."

- 대법원의 판결 경영진에서 거부하면 방법 없지 않나요?
"대법원의 판결까지 나왔는데 회사가 거부하겠다는 것은 MBC라는 회사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체계를 벗어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북한 공산당 되는 건가요?(웃음). 근데 지금 하는 것으로 보면 정권이나 회사가 미쳐 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웃음). 그 정도면 재밌겠네요."

- 많은 국민이 MBC를 외면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지금 방송이 '개판'으로 나가는 데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웃음)?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광주 MBC가 불이 났어요. 자기들이 군인들에게 맞는 상황에 MBC 보도는 정반대로 나갔기 때문에 성난 시민들이 불을 냈어요.

노조가 탄생한 계기도 6월 항쟁 때예요. 6월 초 최용익 기자가 사건 기자 말단으로 있을 때 명동에 나갔다가 타고 나간 취재 차량 백미러가 부러졌어요. 당시 차가 귀하던 시절이라 백미러는 굉장히 비쌌어요. 그걸 군중이 작살 낸 거죠. 전날 명동 성당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사람이 모였는데 그날 <뉴스데스크> 보도는 전혀 다른 기사가 나간거죠. 이것 때문에 최용익 기자가 열받아서 '이젠 더 이상 부역 보도 못하겠다'고 하면서 노조를 만들자고 연판장을 돌렸어요.

저는 지금 MBC가 이미 욕을 먹은 것으로 시작하면 4년 정도예요. 왜냐면 이명박 정권 초기에는 버텄는 데 중기부터 무너졌거든요. 이거 꽤 긴 시간이에요. 보도가 제대로 안 나왔지만, 그나마 국민들이 김재철 사장을 상대로 구성원들이 파업도 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안에 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노력하는데 잘 안 되는 모양이다'라는 이해도가 있었는데 이 정권에서는 이런 모멘텀도 없잖아요.

노조가 다시 싸울 상황도 못 만들었고 보도는 더 개판이죠. 하지만 제가 하나 믿는 점이 있다면 지난 170일 파업을 할 정도로 진정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들은 MBC를 버리지 않는 양식과 양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저 사람들이 다른 회사로 전직하지 않는 한 가슴 속의 불꽃은 살아 있는 것입니다."

"JTBC 여러 보도 형태들은 한때 MBC가 정론 보도할 때 수준"

- 지난 1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JTBC가 이렇게 빨리 MBC를 앞지를지는 몰랐다"고 하셨어요.
"저는 JTBC 뉴스가 손석희란 사람 한 명을 데려간다고 해서 지금 같은 보도가 나올 줄 몰랐어요. JTBC 드라마나 예능은 MBC 출신이 가 있어요. 그러나 보도에 MBC에서 간 사람은 손석희 앵커 한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줄 알았어요. 물론 사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로 갔기 때문에 일당백이 간 건 맞은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JTBC가 보여주는 여러 보도 형태들은 한때 MBC가 정론 보도할 때의 수준으로 내는 거예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듣고 본 것은 정확히 채취해서 국민에게 알려주고 부담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책임이나 소명의식이 센 거죠. 하지만 보도는 항상 반대급부의 부담이 있거든요. 압력도 있고 청와대나 국정원, 검찰은 JTBC가 얼마나 싫겠어요. '지상파는 그렇게 보도 안 하는 데 혼자 뭐 잘났다고 저러나' 싶을 거예요. 제가 보기에 좋은 뉴스는 다른 기사 검색을 안 해도 그 뉴스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죠. JTBC 뉴스는 비교적 그런 게 없어요. 현장에서 기자가 가진 느낌을 나름 보도하는 형태인 것 같아요.

또, 이 뉴스는 진영논리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다 불러내잖아요. 지상파는 부르는데 안 나오는 건지, 아예 부를 생각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JTBC는 부르면 다 나오는 모양이에요. 그렇지 않고는 저렇게 많은 사람이 못 나와요. 하다 못해 철도 파업 때 노조 위원장도 가요. 아마 종편이라 가기 싫었을 거예요. 그러나 JTBC가 정확히 보도 하니까 간다고요. 노조에서 나왔으니 그에 반대되는 고용노동부에서 안 나올 수 없죠. 그것 자체로 매체파워가 큰 것이고, 상당히 큰 영향력을 지상파 못지않게 구가하는 상황이죠. 단지 아쉬운 것은 시청률이 아직은 지상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하나죠.

또 단독보도가 많은 게 흥미로워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언론자유가 누구나 있었기 때문에 단독보도하기가 어려웠어요. 지금은 보도를 안 하다 보니까 그 효과를 JTBC가 혼자 보는 것 같아요."

- 최근 MBC 예능 PD들이 JTBC로 가는 것은 어떻게 보세요?
"되게 아프죠. 왜냐하면 MBC 내부의 상황이 거기 간 사람들을 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간다고 다 받아주는 것이 아니니까 에이스들만 가죠. 여기서 그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이에요. MBC라는 큰 시장에서 이직한다는 것은 명확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 건데... 이 안에 분위기 특히 사장이 무능력하다는 것에서부터 회사가 경쟁력을 잃어 가는 것에 분노하고 있어요. 예전에 MBC는 이렇게 무기력한 조직이 아니었는데 점점 변하는 거 같다는 실망에 저런 행동이 나오는 거예요. 초반에 가는 사람들은 돈이 필요해서 일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돈보다는 오죽 답답했으면 저렇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죠."

- 언론계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이 없다고 평가합니다. 정 전 노조위원장도 같은 말씀을 하셨던데 언론정책이 없는 정부 자체가 언론인과 국민에게 불행한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고 계속 잘못하게 하는 사람은 처벌을 받고, 고쳐지지 않은 채로 담당자가 바뀌었어요. 근데 다음에도 담당자는 안 고쳤어요. 그럼 이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다음 담당자에게 말하기 마련이에요. 물론 앞사람하고 똑같다는 말을 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잘못한 것처럼 독박을 써요. 이제는 언론 정책이 없는 게 아니라 이 정권의 언론정책은 MB 정권의 7년 차라고밖에 볼 수 없죠."

 2012년 정 MBC 노조 파업 당시 정영하 위원장
 2012년 정 MBC 노조 파업 당시 정영하 위원장
ⓒ MBC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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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등장으로 언론 환경이 달라지고 있어요. 언론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많이 달라졌죠. 원래 공영방송이 해야 하는 역할을, 공영 방송이 안 하는 부분을 <뉴스타파>라는 독립언론이 혼자 떠안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일 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데 명절 때는 휴가를 가는 바람에 2주가 쌓이는 경우가 있어요. 쓰레기양이 엄청나게 많아 보여요. 실제로는 두 배인데 마치 한 두 달 밀린 것처럼 냄새도 심하게 나고, 언론이 사회 정화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래야 부패집단이 많이 안 생기는 것인데 지금 그런 역할을 제대로 안 한 지가 5년이 넘었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 7년 차가 된 겁니다.

지금은 거의 정화 능력을 상실한 가운데 그 빈자리를 <뉴스타파>라는 대안 언론이 혼자 채우고 있어요. 지상파 3사가 손을 떼고 있는 한 문제는 더 곪을 뿐입니다. 많은 양의 제보들이 기자 눈에는 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내가 제보를 했을 때 억울함을 누가 풀어줄 것인가'라고 보면 센 제보들이 <뉴스타파>로 갈 수밖에 없어요.

역사에 나오잖아요. 언론은 해소 기능이 있는데 언론을 통해 해소가 되지않으므로 우리사회에 불행이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평소에 충분히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바뀔 수 있는 부분들을 앞으로 엄청난 사회 비용을 들여 바꿔야 할 구조인 거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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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