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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살림터 내부 모습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DDP 살림터는 디자인 사업화 비지니스 풀랫폼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한다. 설계자 자하 하디드가 특별하게 애착을 보인 내부 육교가 보인다.
▲ DDP 살림터 내부 모습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DDP 살림터는 디자인 사업화 비지니스 풀랫폼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한다. 설계자 자하 하디드가 특별하게 애착을 보인 내부 육교가 보인다.
ⓒ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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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4호선, 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1번 출구로 나가면 거대한 우주선 모양의 낯선 건물과 마주치게 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DDP가 만 5년에 가까운 공사를 마치고 오는 3월 21일 오전 10시 개관한다.

5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투여된 DDP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치적 야망에 눈멀어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물이다. 전시행정의 상징과도 같은 DDP는 동대문운동장 일대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망가뜨리고 지어졌다. 건설계획의 입안과 신축과정에서부터 개관을 눈앞에 둔 현 시점까지 DDP는 논란의 진원지였고, 질타의 대상이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의 비정형 건물',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등의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DDP의 외관은 흉물스럽고 괴이하다. 그래서 '디자인 발신지'라는 서울디자인재단의 홍보문구는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오세훈의 그릇된 야망과 디자인 서울

서울 시청역에 설치된 DDP 홍보판 DDP가 건설되면 생산 유발 효과 23조원, 일자리 창출 20만명, 외국인 관광객 280만명이 유치될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 시절의 DDP 홍보판. 2008년 9월 서울시청역에서 촬영했다.
▲ 서울 시청역에 설치된 DDP 홍보판 DDP가 건설되면 생산 유발 효과 23조원, 일자리 창출 20만명, 외국인 관광객 280만명이 유치될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 시절의 DDP 홍보판. 2008년 9월 서울시청역에서 촬영했다.
ⓒ 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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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은 오세훈 시장을 상징하는 정책이다. 세빛둥둥섬이 한강르네상스를 상징한다면 DDP는 디자인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디자인은 오세훈 시장이 표방한 메가트렌드였다. 오세훈 시장은 2006년 7월 1일 취임사에서 "도시 디자인으로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키울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디자인 서울'을 본격적으로 예고했다.

'Design is everything.'(디자인이 모든 것이다)
'Design is air.'(디자인은 공기와 같다)

오세훈 시장이 표명한 '디자인 서울'은 위의 말로 응축됐다.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내세우면서 추진된 '디자인 서울'은 한강과 남산, 거리를 뜯어고치는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디자인 산업의 메카'로 동대문운동장이 지목되기에 이른다.

"저는 이미 서울을 고품격 디자인 중심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 산업의 메카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적지가 서울을 찾는 관광객의 약 50%가 들른다는 동대문운동장 주변이라고 봅니다."
-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2007년 8월 13일.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발굴된 하도감과 염초청 유구. DDP가 건설된 동대문운동장 터에서는 성곽 123m와 이간수문, 조선시대 군사시설인 하도감돠 염초청의 유구 3000여점이 발굴됐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구들은 본래 위치에서 보존되지 못하고 성곽 밖으로 옮겨졌다.
▲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발굴된 하도감과 염초청 유구. DDP가 건설된 동대문운동장 터에서는 성곽 123m와 이간수문, 조선시대 군사시설인 하도감돠 염초청의 유구 3000여점이 발굴됐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구들은 본래 위치에서 보존되지 못하고 성곽 밖으로 옮겨졌다.
ⓒ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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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에 '디자인 산업의 메카'를 짓기 위한 오세훈 시장의 구상은 2006년 8월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및 대체 야구장 건립 추진계획'으로 구체화됐다. 추진계획의 발표와 함께 서울시는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통해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대한 시민 아이디어 공모도 병행했다.

월드디자인플라자(DDP의 초기 이름)로 명명된 '디자인 산업의 메카'를 짓기 위해 서울시는  2007년 2월부터 9월까지 동대문운동장 일대의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타당성 조사가 채 마감되기도 전인 2007년 4월을 설계안을 공모하면서 졸속추진의 첫 단추를 끼웠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디자인 행정을 총괄하는 기구인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시장 직속 기구로 설치(2007년 5월)한다.

서울시가 공모한 DDP 현상설계에는 승효상, 최문규, 조성룡 등 국내 건축가 4명과 자하 하디드, 스티븐 홀 등 해외 건축가 4명이 초청됐다. 현상설계 심사를 위해 서울시가 위촉한 심사위원은 7명이었다. 7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과반수인 4명이 외국인이었고, 나머지 3명이 내국인이었다.

다분히 외국 건축가의 설계안이 우대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국내 건축가들에게 DDP 설계안 설명을 영어로 진행하라고 통보한다. 이 같은 통보는 국내 건축가들이 한낱 들러리에 지나지 않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예상대로 DDP 현상설계작은 외국 건축가의 몫이었다. 2007년 8월 서울시는 DDP의 설계안으로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 '환유의 풍경'을 선정했다. 이때부터 동대문운동장이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이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대문운동장이 지닌 의미를 알지 못하는 자하 하디드가 그곳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려낼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우려를 호도하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건축의 여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건축가' 따위의 수사를 동원했다. 마치 삼성 자본이 라파엘 비뇰리라는 미국 건축가를 동원해 종로2가 화신백화점을 부수고 종로타워를 건설할 때처럼!

밑 빠진 독, 세금 먹는 공룡

 서울시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
 서울시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
ⓒ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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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공원화 계획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사업비는 900억 원 정도였다. 사업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이 선정되면서다.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당선작으로 선정할 무렵인 2008년 8월 DDP의 건축비는 2274억 원(설계비 79억 원 포함)이었다.

하디드가 설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자 설계비와 건축비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서울시와 자하 하디드가 처음 계약을 체결했던 2007년 12월 27일 설계비는 57억 원이 늘어난 136억원이었다. 설계비를 포함한 공사비의 경우 2274억 원에서 3364억 원으로 1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1차 설계변경이 이루어진 2008년 10월 16일 설계비는 19억 원이 증가한 155억 원이 됐고, 설계비를 포함한 건축비는 4089억 원이었다. 당시 설계변경의 주된 이유는 DDP의 규모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설계변경으로 DDP의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커졌고, 시설면적은 6만9414㎡에서 8만3024㎡로 증가(1만 3610㎡가 늘어남)했다.

2009년 2월 27일 체결된 2차 설계변경은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이간수문을 비롯한 한양도성 123m와 하도감, 염초청 등의 유구가 대량으로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2차 설계변경으로 설계비는 12억 원이 증가한 168억 원이 되었고, 건설비는 4392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3년 11월 30일 마침내 DDP가 준공됐다. 이때까지 투입된 건축비는 4212억 원이었다. 여기에 운영준비비 628억 원이 추가되어, DDP를 짓고 개관을 준비하는 데 총 484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잘못 끼운 첫 단추의 후과로 연이은 예산낭비가 이어졌다. 오세훈 시장은 동대문야구장 철거를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하기 서남권돔구장(고척돔구장) 건설을 공약하여 2023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했다. 이리하여 DDP를 짓기 위해 서울시가 직간접적으로 부담한 금액은 7000억 원에 이르렀다.

공공성, 그리고 연계와 공존

알림터 내부 모습 DDP의 가장 큰 공간인 알림터는 패션쇼, 공연, 국제회의장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 알림터 내부 모습 DDP의 가장 큰 공간인 알림터는 패션쇼, 공연, 국제회의장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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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이은 DDP 둘레길 설계자 자하 하디드의 컨셉트에 따라 DDP의 외관은 회색, 내부는 흰색으로 칠해졌다. 내부의 흰색은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3~4개월 마다 도색을 해야 한다.
▲ 복도를 이은 DDP 둘레길 설계자 자하 하디드의 컨셉트에 따라 DDP의 외관은 회색, 내부는 흰색으로 칠해졌다. 내부의 흰색은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3~4개월 마다 도색을 해야 한다.
ⓒ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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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내놓은 '세계 디자인의 메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운영계획'에 따르면 DDP가 유발할 효과는 휘황찬란하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210만 명에서 280만 명으로 증가하고, 향후 30년간 53조7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하며 44만6000명이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밋빛 환상으로 가득 찬 이 운영계획은 3년도 지나지 않아 거짓임이 드러났다. DDP의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 2013년 6월 3일 발표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운영 및 구축계획'에 따르면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산과 고용 유발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운영 적자 메우기에 급급할 뿐이다.

단정적으로 말해 DDP의 운영 전망은 희망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5000억 원을 쏟아 부은 건물을 부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DDP의 생존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가장 먼저 확인되어야 할 사실은 DDP는 서울시민들의 혈세로 지어진 건물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민을 위한 공공성이 DDP의 제1의 운영 원칙이 되어야 한다. 5000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원죄로부터 자기 보호를 위한 재정자립에 매몰될 경우 DDP는 건설비보다 더 큰 후과를 남길 수도 있다.

늦었지만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DDP를 시민들의 공익적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운영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공익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따른 운영적자를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이에 대한 시민적인 합의도 병행해야 한다.

DDP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내부의 전시공간을 채우는 데 주목하기보다 동대문 일대의 주변 상가, 창신동 봉제공장과 연계하여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의 DDP 운영계획안은 패션과 디자인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역사성과 장소성을 망가뜨린 근원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DDP는 주변 시장과 의류상가, 창신동 일대의 봉제공장과 연계하여 공존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시민친화적 활용을 위한 DDP의 부분적인 리모델링도 진행되어야 한다.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의 요청이라 하여 모든 공간을 하얀색으로 도색할 필요도 없다. 관람객의 안전사고가 예상되는 내부 계단 또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살림터에 설치된 육교의 경우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다면 철거하는 게 마땅하다.

DDP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 개인의 설계 작품이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혈세로 지어진 공유재산이다. 개관과 함께 DDP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을 서울시민들이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DDP 개관을 앞둔 지금, 시장을 잘못 뽑았던 서울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후과가 너무도 크다.

덧붙이는 글 | 전상봉 기자는 서울시민연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민연대는 3월 20일(목) 오후 3시 서울시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5천억 혈세 투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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