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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입니다. 시장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우리에게 시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연재 '전통시장 고군분투기'는 기자를 지망하는 청년들이 시장을 직접 체험하며 느낀 점들을 다룰 것입니다. 장소는 서울의 전통시장 30곳입니다. 취재 원칙은 하나입니다. '시장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 기자 말

지하철 5호선 동쪽 끝자락. 남한산성에 둘러싸인 곳. 시도경계표지판을 기준으로 서울시와 경기도 하남시로 나뉘는 곳. 이곳은 조선 시대 임경업 장군이 백마를 얻어 물을 먹였고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 하여 '마천동(馬川洞)'이다. 지난 14일 서울시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마천중앙시장을 찾았다.

 최양식(63), 강애자(55) 부부는 "재배한 채소는 우리의 자식이다"라고 말한다.
 최양식(63), 강애자(55) 부부는 "재배한 채소는 우리의 자식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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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체험한 곳은 마천중앙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텃밭농원'이다. '텃밭농원'은 최양식(63), 강애자(55) 부부가 운영한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직접 재배한 채소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빌딩과 건물로 빼곡한 서울 하늘 아래 '농사지을 땅이 어디 있나'라는 궁금증이 들지만, 실제 서울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가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옥토가 되기까지

최 사장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한다. 재배하지 않는 배추, 무 등을 구매하러 가락시장에 가기 때문이다. 두 시간 정도 장을 보고 농장에 오면 오전 6시 반이 된다. 농장은 서울시 마천동과 경기도 하남시에 총 5000여 평 규모다. 하남시에 있는 농장에선 주로 노지 작물인 쪽파와 파를 재배한다. 마천동 농장에선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쌈·채소류를 재배한다. 두 농장은 자동차로 5분 거리다. 농장 사이를 오갈 때 보이는 시도경계표지판을 보면 '이곳이 서울의 끝자락이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냉이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와 혈뇨에 좋다.
 냉이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와 혈뇨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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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은 농장을 둘러보며 채소들이 밤사이 서리로 피해를 입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핀다. 보온을 위해 덮어둔 비닐을 개방하며 수확 준비를 한다. 밤사이 움츠렸던 채소들이 햇볕을 받아야 싱싱해지기 때문이다. 농장 한편에선 수확한 냉이를 다듬고 있다. 김장이 끝난 12월부터 3월까지만 먹을 수 있는 냉이는 막바지 출하준비가 한창이다. 농장 이곳저곳을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다 최 사장이 "하우스가 조금 낡았지요"라는 말을 건넨다.

"농장과 하우스 시설을 일일이 내 손으로 만들었어요. 하우스 짓는 것만 2년, 기술 익히고 모든 게 정상화되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렸어요. 처음 밭 일굴 땐 진짜 척박한 땅이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정성 담아 퇴비 주며 가꾸니 옥토가 됐죠."

최 사장이 농사를 짓는 이유는 18살 때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처음 배운 게 농사인 까닭이다. 농사일을 관두고 잠시 음식점에 채소를 배달하는 일과 트럭으로 짐 운반하는 일도 했지만, 결국엔 농사로 돌아왔다.

그에겐 농사를 지으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철칙이 있다. 그는 "농약 주고 모양만 좋게 출하하면 맛이 없다"라며 "자연 그대로 재배해야 제맛이 난다"라고 말했다. 수확하는 상추를 보니 시중에 파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 달랐다.

하지만 상추를 만져 보니 단단하고 힘이 있었다. 씹는 질감도 아삭하고 수분이 느껴졌다. 기자가 "맛있다"라고 말하자 최 사장은 웃으며 "자신 없으면 안 권한다"라고 말했다. 최 사장의 얼굴에서 자신의 농작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봄바람 맞은 나물 지금 먹어야 제맛"

오전 10시 반, 오전 내 수확한  채소를 차에 한가득 싣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집으로 향한다. 아침을 먹고 부인 강애자씨와 마천중앙시장으로 출근한다. 부부가 시장에서 가게를 한지는 16년째다. 집과 가게는 걸어서 5분 거리다.

50가지가 넘는 상품진열을 마치고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한다. 가게 일은 분업화가 되어 있다. 생산을 최 사장이 하고 판매는 강애자씨가 한다. 가게가 바쁠 땐 최 사장도 판매를 돕지만 바쁜 농사일로 하루에도 세네 번씩 밭에 가기 때문에 판매는 주로 강씨 몫이다.

강씨는 마냥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다. 채소를 다듬고 보기 좋게 재배열하고 쉴 틈이 없다. 요즘 먹을 수 있는 채소가 가장 앞에 자리 잡는다. 냉이, 취나물, 두릅, 달래, 방풍나물, 쑥, 참나물, 봄동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강씨는 제철 나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물들이 봄바람을 맞고 깨어나요. 그래서 지금 수확한 나물이 우리 몸에 활기를 북돋아 줘요. 지금 먹어야 제맛과 효과가 있죠."

하지만 텃밭농원에서 나물은 인기 상품이 아니다. 사람들의 식습관이 변해 나물을 찾지 않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강씨는 "나물 맛을 모르는 젊은 층도 나이 들면 건강에 신경 쓰기 때문에 언젠간 반드시 나물을 찾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손님들이 하나둘 방문한다. 대부분 상추를 사간다. 직접 재배한 상추는 단연 텃밭농원의 효자 상품이다. 상추 종류도 네 가지다. 계절에 따라 가지 수가 변동된다. 지금 판매하고 있는 건 꽃상추, 먹적상추, 포기상추, 어린상추다. 꽃상추 두 근 구매한 고임선(59)씨는 "직접 재배해 믿을 수 있고 신선하고 맛이 좋다"라고 말했다. 

"가장 장사가 안되는 달이 언제인지 아세요?"

 막걸리 한 잔으로 가게 안은 웃음꽃이 핀다.
 막걸리 한 잔으로 가게 안은 웃음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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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되자 늦은 점심을 먹는다.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김치찌개와 반찬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단골고객도 지나가는 길에 들려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서로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잠깐의 휴식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채소를 다듬고 상품을 재배치한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최 사장이 다시 밭으로 향한다. 날이 풀리는 걸 대비해 밭을 갈고 상추 모종을 살피기 위해서다. 밭으로 향하는 최 사장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오후 4시가 지나며 조금 한가해지자 강씨가 "가장 장사가 안되는 달이 언제인지 아세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자가 "11월, 12월 아닐까요?"라고 답하자 강씨가 웃으며 답한다.

"3월이에요. 아이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이곳저곳 돈 쓸 곳이 많아요. 주부들이 지갑을 열 수 없죠. 3월은 간신히 유지만 해도 성공이에요."

 강애자(55)씨는 "상품이 시들면 정직하게 말하고 팔아야 한다"라며 "장사꾼처럼 무조건 좋다고 말하면 손님이 다시 찾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강애자(55)씨는 "상품이 시들면 정직하게 말하고 팔아야 한다"라며 "장사꾼처럼 무조건 좋다고 말하면 손님이 다시 찾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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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원 사정은 시장 내 다른 가게에 비해 그나마 낫다. 단골손님이 많아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하다. 상추를 먹어본 손님들이 다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강씨가 단골손님인지 아니면 처음 방문하는 손님인지 알아보는 것은 한 가지다. "상추 한 근에 얼마에요?"라고 말하는 손님은 거의 처음 방문하는 손님이다. 하지만 "상추 주세요"라고 말하는 손님은 대부분 단골손님이다. 강씨는 "늘 텃밭농원을 찾는 손님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정성껏 키운 채소의 질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맛있게 먹었다"라는 말 한마디

 오후 7시가 넘으면 시장을 지나는 사람의 숫자도 줄어든다.
 오후 7시가 넘으면 시장을 지나는 사람의 숫자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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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가 지나자 손님들이 몰려온다. 손님의 방문 패턴도 일정하다. 파도처럼 한꺼번에 몰렸다 빠진다. 하루 동안 손님의 파도가 계속 반복된다.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아직 추위가 덜 풀린 까닭에 입김이 나온다.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니 무릎과 허리가 뻐근하다. 강씨가 "앉아서 전기난로를 쬐라"라며 권유한다. 앉아서 강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 사장이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다. 최 사장이 "올해 상추 모종이 참 좋아"라며 웃음을 짓는다.

가게가 문을 닫을 오후 8시 무렵 기자가 "언제까지 농사를 지을 겁니까?"라고 묻자 최 사장은 한참을 생각했다. 그는 "한계점이 올 때까지 농사를 지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경기도 하남에 있는 밭에 위례신도시가 건설될 예정이라 올해 11월 말까지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밭 주변이 개발되어 농사지을 땅이 줄어들어도 농사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키운 채소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그만두지 못해요. 맛있게 먹었다는 말 한마디가 돈보다 내겐 더 소중합니다."

하루 동안 체험한 마천종합시장 텃밭농원은 여느 채소가게와는 달랐다. 단순히 장사하는 상인이 아닌 그들은 서울 하늘 아래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부다.

덧붙이는 글 | 이 연재는 김진석 사진작가가 기획하고, 안형준(30), 임경호(30) 2명이 취재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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