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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고로케 어워드 2013년에 가장 열심히 낚시에 노력한 '충격적인 언론사' 순위. 1위에 오른 동아일보를 제외하곤 대부분 경제지들이다.
▲ 충격 고로케 어워드 2013년에 가장 열심히 낚시에 노력한 '충격적인 언론사' 순위. 1위에 오른 동아일보를 제외하곤 대부분 경제지들이다.
ⓒ 충격 고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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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색어 장사'와 '뉴스 어뷰징'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거세다. 최근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기자가 되려는 꿈에 부풀어 언론사 문을 두드린 인턴의 상당수는 '트래픽을 올리는 기계'로 전락했다. 예비기자들의 상당수는 하루에 적게는 10개, 많게는 50개 이상의 '검색어 기사' 쓰기에 내몰려 기사 베끼기와 검색어 기사 쓰기부터 배운다고 한다.(관련기사 : "나는 트래픽 올리는 기계에 불과했다")

또 언론사 닷컴 기자들의 상당수는 제목이나 리드만 조금씩 바꿔서 똑같은 기사를 수십 차례 중복 전송하는 '뉴스 어뷰징(abusing)'을 일삼고 있다. 목적은 단 하나. 조회수와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지난 6일 인터넷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와 아이스하키 김원중 선수의 교제 사실을 보도한 직후에 쏟아진 '어뷰징 폭탄' 기사가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디스패치>의 단독보도를 활용해 돈 벌이에 앞장선 '황색언론'은 어떤 매체일까? 흔히 일반 사람들은 인터넷신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천만에 말씀이다. 한때는 '1등신문' 또는 '할 말은 하는 신문'임을 앞세웠던 <조선일보>다. 무려 175개의 관련 기사를 네이버에 뿌렸다. '김연아 김원중'을 검색어로 해서 지난 1주일 동안 네이버에 송고된 기사(이하 모두 13일 오후 2시 현재 기준)를 검색한 결과다.

'1등신문' 조선일보, '기사 어뷰징'도 1등

물론 '김연아 김원중'으로 검색한 결과가 모두 '뉴스 어뷰징'의 산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게 검색한 기사 중에는 드물게 어뷰징을 비판한 기사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검색한 기사의 십중팔구는 <디스패치> 보도 이후 이틀 안에 쏟아진 것들이다. '어뷰징 폭탄 1등신문' 조선일보는 첫날에만 관련 기사를 무려 123개나 쏟아냈다. 이어 둘째날에도 33개를 쏟아내더니, 셋째날에는 6개로 뚝 떨어졌다.

 <조선일보> 날짜별 '어뷰징 폭탄' 투여현황

그렇게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기사를 생산했다는 것은 '뉴스 어뷰징'이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연아의 교제와 관련, 4건의 단독기사를 보도한 디스패치가 그 이후 추가로 보도한 기사가 단 2개뿐이었음을 감안하면 더 놀라운 수치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파파라치식 보도 논란을 떠나서, 작은 연예매체가 6개월 동안 취재한 4건의 기사를 베껴서 제목이나 사진설명을 바꿔가며 수백 건의 기사를 찍어낸 셈이다.

네이버의 '뉴스검색 언론사 설정' 현황을 보면 네이버에 기사를 전송하는 매체는 총 387개이다. 이는 크게 ▲일간지(경향신문 등 12개) ▲방송/통신(뉴스1 등 28개) ▲경제/IT(매일경제 등 57개) ▲인터넷신문(노컷뉴스 등 43개) ▲스포츠/연예(디스패치 등 54개) ▲지역지(강원일보 등 49개) ▲매거진(뉴스위크 등 62개) ▲전문지/기타(가톨릭뉴스 등 82개) 등 8개 부문으로 분류돼 있다.

 '김연아·김원중' 키워드로 검색한 매체별 평균기사수

이 387개 매체가 1주일 간 '김연아 김원중' 관련 기사 3237건을 쏟아냈다. 단순 계산하면 평균 8.4건 꼴이니 많은 기사는 아니다. 부분별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분야 별로 쏟아낸 기사 수(괄호 안은 평균)는 ▲일간지 574건(48건) ▲방송/통신 427건(15건) ▲경제/IT 654건(11건) ▲인터넷신문 236건(5건) ▲스포츠/연예 1031건(19건) ▲지역지 121건(2건) ▲매거진 37건(1건 미만) ▲전문지/기타 66건(1건 미만) 등이다. 절대량은 스포츠/연예 부문이 가장 많지만, 평균 기사수는 일간지가 가장 많았다.

우선, 네이버에 기사를 전송하는 387개 매체 중에서 김연아 관련 '어뷰징 폭탄'을 쏟아부은 '톱 10'은 ▲조선일보(175건) ▲스포츠서울(164건) ▲MBN(157건) ▲동아일보(139건) ▲스포츠동아(127건) ▲스포츠한국(102건) ▲스포츠조선(96건) ▲매일경제(94건) ▲서울신문(84건) ▲한국경제TV(76건) 순이다. 포털에서 '공해' 수준의 '어뷰징 폭탄'을 피하면서 특정 기사를 검색해 읽고 싶다면, 이 10개 매체를 '뉴스검색 언론사 설정'에서 제외해둘 일이다.

 김연아 '어뷰징 폭탄' 쏟아부은 상위 10개 매체

'어뷰징 폭탄' 언론사 그룹은 매경>동아>조선>한국 순

지역지와 매거진 그리고 전문지 분야를 제외한 5개 분야의 부문별 '어뷰징 폭탄' 매체는 ▲일간지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70건) ▲방송/통신은 MBN, 뉴스1(43건), YTN(41건), MTN(40건) ▲경제/IT는 매일경제, 한국경제TV, 이투데이(73건), 서울경제(65건), 머니투데이(43건), 한국경제(42건) ▲인터넷신문은 헤럴드생생(39건) ▲스포츠/연예지는 스포츠서울, 스포츠동아, 스포츠한국, 스포츠조선, TV리포트(81건), 티브이데일리(73건), 엑스포츠뉴스(70건), MK스포츠(46건), OSEN(46건), 스포츠월드(44건) 등이다.

 4개 언론 계열사가 쏟은 '어뷰징 폭탄'

무차별적으로 '어뷰징 폭탄'을 쏟아부은 매체는 인터넷신문이 아니라 일간지와 경제/IT 그리고 스포츠/연예지임을 알 수 있다. '허걱'과 '대박' 등 충격과 멘탈 붕괴에 빠진 언론사들을 조롱하는 '충격 고로케' 사이트(hot.coroke.net)가 지난해 가장 열심히 '낚시'에 노력한 '충격적 언론사' 순위에 따르면, 1위인 동아일보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경제지였다.

이 387개 매체를 같은 계열사로 묶어서 분류해 '어뷰징 폭탄'을 쏟아부은 언론사 '톱 4'을 선정하면 ▲매일경제 297건(MBN, MK스포츠 포함) ▲동아일보 293건(스포츠동아, 채널A 포함) ▲조선일보 288건(스포츠조선, TV조선 포함) ▲한국일보 237건(스포츠한국, 서울경제 포함) 순이다. 이에 비해 중앙일보 계열사는 62건(중앙일보 22건, 일간스포츠 26건, JTBC 14건)으로 '어뷰징 폭탄' 기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분야별 '어뷰징 폭탄' 매체 1위

매일경제 그룹은 MBN과 매일경제가 각각 방송/통신, 경제/IT 분야에서 '어뷰징 폭탄왕'을 차지한 데 힘입어 언론사 그룹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매일경제와 MBN 인터넷판은 같은 기사를 제목을 바꿔가며 보도 첫째날에만 무려 200개가 넘는 '어뷰징 폭탄' 기사를 쏟아부었다. 또 매일경제에서 네이버에 송고한 기사의 태반은 김원중 선수의 경기 장면 사진이었다.

이를테면 두 선수의 교제 소식이 한창 화제가 된 지난 8일에는 '대명상무 김원중 선수, 오늘 기대해 연아~', '연아의 연인 김원중 선수, 역시 잘생겼어~', '김원중, 거친 남자의 몸싸움!' 이런 식으로 제목만 바꾼 사진기사를 20여건이나 송고했다. 동아일보(인터넷판) 역시 디스패치 보도 첫날에만 100개 가까운 온라인 기사를 제목만 바꾸어서 쏟아냈다. 이어 둘째날에도 40개 가까운 기사를 제목만 살짝 바꾸어 쏟아냈다.

검색어 장사하는 네이버도 책임도 커

 '김연아 김원중' 관련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
 '김연아 김원중' 관련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
ⓒ 조선닷컴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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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인터넷판)>의 경우 첫 보도는 '피겨퀸 김연아 첫 열애설, 주인공은 국가대표 하키선수 김원중'이라고 점잖게 시작했다. 그러나 곧 이어 '3년차 풋풋한 연인 "첫만남이....대박!"', '김연아 남친 김원중 과거발언, "나는 연상이 좋다?" "헉, 그럼 연아는?"' 등 첫날에만 무려 100개가 넘는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175개 기사 중에서 '대박'이란 표현이 들어가는 기사는 무려 51건, 제목에 '헉'을 사용한 기사도 17건이나 되었다.

언론의 '뉴스 어뷰징' 행태는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이뤄지는 뉴스 유통구조에서 기인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인터넷 뉴스를 이용한 사람(복수응답)의 71.5%는 포털사이트 메인페이지 뉴스 제목이나 사진을 통해, 48.5%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를 통해, 33.5%는 포털사이트의 관심 분야/주제 뉴스를 찾아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뷰징의 1차적 책임은 언론사들에 있지만, '실시간 검색어' 등으로 토양을 제공하는 포털도 '공범'인 셈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1년에 '어뷰징' 책임을 물어 <민중의 소리>와 뉴스검색 제휴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의 어뷰징이 거듭 비판의 도마에 올랐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검색어 장사'와 '뉴스 어뷰징'은 언론의 영혼을 갉아먹고 기자들을 조회수의 노예로 내모는 암 덩어리 같은 존재다. '1등신문'을 자처하는 신문과 부동의 '공룡 포털'이 함께 암 덩어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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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팩트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오마이뉴스 정치데스크를 세 번 맡았고, 전국부 총괄데스크,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편집주간(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국정원과 정보기관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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