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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독일을 방문한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지난해 8월 독일을 방문한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 야지마 츠카사 (Yajima Tsuk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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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도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진다.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독일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e.V.)'에는 벌써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지 말라'는 한 일본인의 메일이 도착했다. 현지에서 시도한 위안부 소녀상 설립 모금은 100유로가 채 넘지 않았다. 독일 현지의 관심도 많지 않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곳 시민들도 지금 당장 굶는 아이들, 지금 옆에서 울고 있는 피해자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요.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서도 '이런 걸 왜 세울까'하는 생각을 하죠. 위안부 소녀상이 서 있어야 하는 이유가 오히려 여기에 있어요. 실체를 봐야 이야기가 나오고, 토론이 더 활발해지는 거죠."

독일 베를린에 있는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2008년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그룹 AG Trostfrauen(트로스트프라우엔, 독일어로 '위안부'라는 뜻)을 만들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유럽 순회 캠페인을 하며 독일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동안 독일에서 관련 활동을 하던 여러 단체를 모아 힘을 합쳤다.

 지난해 8월 독일을 방문한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 왼쪽이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다.
 지난해 8월 독일을 방문한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 왼쪽이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다.
ⓒ 야지마 츠카사(Yajima Tsuk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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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옥선 할머니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4차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초대, 독일 전역을 돌며 위안부 문제를 알렸다. 독일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도 매년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침묵시위를 열고 있다.

지난 4일 코리아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정화 대표는 베를린의 한 김나지움(독일의 중등교육기관)에서 열리는 위안부 주제의 강연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독일 전국 순회 행사 열어

"일본인 사진작가 야지마 츠카사씨와 함께 위안부를 주제로 한 전시 및 강연을 해요. 할머니의 육성이 담긴 비디오와 사진을 전시하고, 강연과 토론을 하는 거예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나눔의 집에서 활동했던 사진작가 야지마씨의 미디어 전시가 더해진 이 프로그램은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 2009년부터 전국을 돌며 순회 전시 및 강연을 열었고, 입소문을 타고 지금까지도 김나지움, 교도소 등 다양한 기관에 초대받아 행사를 열고 있다.

"강연이 끝나고 성폭행 피해자라고 밝힌 독일여성이 '할머니들이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권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가슴이 찡했어요. 독일에서도 이런 문제에 공감하는 분들이 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일본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함께 진행하면서 더 눈길을 끌었다. 가해 국가의 후손인 남성, 피해 국가의 후손인 여성이 함께 이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셈이다.

"이 행사의 가장 큰 주제는 화해의 길입니다. 일본 정부와 피해 할머니들 사이의 공식적인 해결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이 문제를 다루는 사람 간, 즉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대화와 화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마저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아직도 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독일 사회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앞에서 열린 침묵시위. 코리아협의회는 독일 사회에 일본 위안부 만행을 알리고, 일본의 사과 및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앞에서 열린 침묵시위. 코리아협의회는 독일 사회에 일본 위안부 만행을 알리고, 일본의 사과 및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꾸준히 열고 있다.
ⓒ 야지마 츠카사(Yajima Tsuk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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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행태에 대해 많은 이들이 독일 사례와 비교하며 비판한다. 모범적인 사례를 가진 독일과 함께 일본 정부를 압박하면 좋지 않을까. 한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과거사 반성에 대해 외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이지만, 내부에서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다고 한다.

"독일인들의 겸손한 성향 때문에 '우리도 아직 부족한데, 일본 정부에게 잘 하라고 압박을 줄 자격이 되나'라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독일과 일본이 모두 전범국이다보니 독일도 과거에는 일본에 대해 동질감을 좀 더 가지고 있었어요. 앞서 말한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독일 사회의 지지를 받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 대표는 최근 일본 보수 정치인들의 '망언'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른바 '홀로코스트 부인 금지법(Gesetz gegen Holocaustleugnung)'을 예로 들었다. 독일을 포함한 다수의 유럽 국가에서는 홀로코스트 등 나치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면 위법이 된다. 한 대표는 "이런 법이 있다는 건, 독일에서도 지금 일본처럼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튀는 발언, 비논리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독일은 다만 나치즘과 같은 과거의 우를 다시 범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법을 제정했다.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e.V.)' 한정화 대표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e.V.)' 한정화 대표
ⓒ 최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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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인이 그런 '망언' 하는 거요?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내심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물론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공개적인 발언은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금지시키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 정부 역할 아쉬워

한 대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 활동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독일인들 스스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가해자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 문제를 다루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변국들의 압박이 없었다면 독일의 과거사 반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거란 얘기다. 한 대표는 "유럽 대륙 한 중간에서 전범국으로서 엄청난 압력을 받았고, 전쟁 이후 세대들로부터의 압력, 이런 내 외부 상황 때문에 (과거사 해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해 8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를 초대해 독일 전역을 돌며 증언회을 열었다. 사진은 베를린 공대에서 열린 증언회.
 코리아협의회는 지난해 8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를 초대해 독일 전역을 돌며 증언회을 열었다. 사진은 베를린 공대에서 열린 증언회.
ⓒ 야지마 츠카사 (Yajima Tsuk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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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하지만 아시아지역에서 막강한 국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다. 일본보다 국력이 약한 주변의 피해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일본을 압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한 대표는 아시아와 멀리 떨어진 독일에서도 그 관계가 눈에 보인다고 한다.

"매년 베를린에서 열리는 평화페스티벌에 위안부 할머니를 초청하면서 각국 대사관을 초대했었어요.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참석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오히려 다른 아시아 피해 국가에서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어요.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우리 정부가 다른 피해 국가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앞장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가 이제 그 정도 힘은 있지 않나요? 다른 동남아시아 피해 국가는 물론 중국과도 연대를 맺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본과 대화하고 올바로 된 과거사 반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봐요."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 야지마 츠카사(Yajima Tsuk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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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세워질 '위안부 소녀상'은 아직 자리를 찾지 못했다. 여성 유대인 강제 수용소였던 라벤스브뤽케 수용소 근처로 논의 중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 분명한 것은 이 소녀상이 세워져야 독일에서도 더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거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로 찬반 논쟁이 일면서 현지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독일에서도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해요. 아직까지는 독일 현지의 관심이 높지 않아서, 전담 인력이나 재정적인 뒷받침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관련 프로젝트를 꾸려온 오랜 경험과 독일 전역에 있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꾸준히 위안부 문제 해결 활동을 이어나갈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사진 = 야지마 츠카사(Yajima.Tsukasa@koreaverband.de), 최동하(dongha.cho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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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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